[인터뷰] 새로이 임기를 시작하는 김선수 민변 신임 회장

2010-06-14 259





 두 시간 코스로 시작한 산행이었다. 처음에는 중간에 쉬기도 했고, 내려올 때면 무릎이 아파 보호대를 차고 스틱을 짚었다. 2007년부터 매주 산에 올랐다. 네 시간, 여섯 시간, 무박산행, 1박2일 종주까지. 몸이 산을 원했고, 산이 몸을 원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몸이 요구해옵니다. 이런 과정에서 느끼는 몸의 변화는 저 혼자 느끼기에는 아까워요.”


 1988년, 창립 멤버로 참여한 민변도 김선수 신임 회장에게는 그동안 ‘산(山)’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아무리 자주 가는 곳에도 뜻밖의 만남”이 있기 때문에, “그 만남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보는 사람마다 권한다”는 곳이 그에게는 바로 산이다.


 김선수 회장은 “사회가 요구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회원들이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임기 동안의 중요한 모토로 삼겠다고 했다. 그 첫 시작이 7월10일에 예정된 전체산행이다.
김선수 회장은 그 날 산악안내인이 되어, 회원들에게 산의 ‘참맛’을 보여 줄 것 같다. 앞으로 그가
산악안내인처럼 노련하고도 여유 있게 이끌어갈 민변이 모습이 어떨지, 김선수 회장을 만나서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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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후 2주일 정도가 지났는데요,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회장 취임 전에도 민변이 생활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다만 기자들이 전화하는 횟수가 늘어났죠.(웃음)
 각 위원회나 팀 회의에 참여해 회원들의 활발한 활동을 부탁드리느라, 회의 참여 횟수 또한 늘었습니다.  


–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회장으로서 활동하게 되셨습니다.
  구상하고 계신 활동 목표나 방향성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현 정부이후 민주주의 후퇴가 가시적으로 진행되어서, 고전적 의미의 인권 변론활동을 해야 할 일이 늘었습니다.  물론 고전적인 인권 변론활동은 중요한 일이지만, 소모적인 측면 또한 있습니다. 탄압을 방어하는데 많은 역량이 투입되어서 ‘대안 제시’라는 생산적 활동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안함이나 4대강 사태를 보면서, 제대로 대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는데 이번 지방선거로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 같습니다. 선거 결과로 정권의 독주가 견제된다면 대안 제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싶습니다.


– 취임사에서 특히 ‘회원 여러분의 행복’을 강조하셨습니다. 사회 활동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하셨는데요. 첫 시작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저는 1988년에 변호사 개업을 한 이후 상당히 쫓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주로 송무 때문이었고, 민변에서 맡은 일들도 있어서 여가를 즐길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2005년부터 2년간 사법개혁비서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공무원이 되어 한 가지 업무에만 집중하니까 오히려 시간의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 때부터 등산을 시작하고, 책도 열심히 읽고, 미술관에도 다녔습니다. 이러한 여가 활동들을 통해 법률문제만 파고들어서 메말랐던 정서와 빈곤한 교양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야 끝까지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겠다는 깨달음 또한 얻었지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일지라도, 일만 계속하면 팍팍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일상생활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회원들은 민변 일을 하는 가운데 행복하겠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좋을 것 같아서 우선 1년에 두 번 전체산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간 진행했던 야생화 산행과 눈꽃 산행의 반응이 좋았거든요. (웃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부모임, 월례회, 가족한마당 등의 행사를 계속하고, 영화나 공연 등을 관람하는 기회도 만들고, 멘토-멘티제도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기타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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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견 발표회 때, 사법개혁과 사법감시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사법개혁비서관 등으로 활동하시며 사법개혁에 힘쓰셨는데요,
  바람직한 사법개혁의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 단계에서 사법개혁의 핵심은 검찰개혁인 것 같습니다. 법원개혁은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로스쿨제도, 국민참여재판제도,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김영삼 정부 때부터 개혁과제로 논의해왔던 것들을 어느 정도 이뤘습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아직 몇 번의 의제화를 더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검찰개혁을 정부차원에서 의제로 삼은 것은 참여정부가 처음이었는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검경수사권조절문제, 수사권-기소권 분리 등의 의제가 현실화되지는 못했지요. 우리나라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이 독점하고, 권력기관화 된 곳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일단 비정상적인 구조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을 통해 자체조사로 인한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에, 고비처 설치 문제가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변 내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활동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실 생각이십니까.
  특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활동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일단 사법개혁 문제를 최대한 이슈화 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민들께 우리 검찰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에 대해 알리고,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특별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할 계획은 없지만, 사법위원회가 중심역량을 검찰개혁 쪽에 투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법위원회는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고비처 설치를 강하게 요구하는 입장이고, 법원개혁에 관해서는 하급심강화와 법조일원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여당은 법원개혁 문제를 정략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당은 대법관 수를 증원시키려고 하고, 대법원은 고등법원 상고심사부를 만들어 대법관 수 증원만은 막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대법원 상고사건을 줄이기 위한 원칙적인 방안은 하급심을 강화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조일원화가 필요하고요.


– 미국은 지방검사를 주민들이 선출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교육감도 선거로 뽑았는데 지방검사장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지요. 검사들이 정치에 예속되는 이유는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가 지방검사장에게 이양된다면 지금처럼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알아서 코드를 맞추는 일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방검사장 주민직선을 오래 전부터 제시했던 분이 민변의 김진욱 변호사인데, 민변 사법위원회도 이를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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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변에 ‘고기 안 먹는 월요일’을 제안하셨고, 채식을 하고 계십니다.
  민변의 여러 회원들을 채식주의자로 이끄시는 것 같습니다. ^^
  채식은 언제부터 시작하셨고, 계기가 무엇입니까.

  제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을 때도 많지만, 건강검진 결과의 수치를 보면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그러던 중에 MBC 스페셜 ‘목숨걸고 편식한다’ 편을 봤는데, 한 의사가 채식을 통해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는 사례가 나왔어요. 저도 채식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건강문제도 있었지만, 공부모임에서 <육식의 종말>을 읽으니, 정말 고기를 먹으면 안 되겠더군요. 미국산 쇠고기 파동도 있었고요. 그렇게 해서 채식을 시작한 것이 작년 6월입니다. 특별히 몸이 좋아졌다는 느낌은 없지만, 2~3년 전에 비해 15kg이 덜 나갑니다. 매주 산에 다니고,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니 10kg 정도가 빠졌고, 채식을 해서 몸무게가 더 줄었어요.


– 민변과 창립 때부터 함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립멤버로 활동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입니까.

  군대에 강제 징집되었다가 제대한 이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그 때는 친구들이 대개 노동현장에 많이 있었는데, 변호사를 하면 노동자를 도와줄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지요. 노동변호사로 활동하고자하는 기본적인 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연수원을 나와 조영래 변호사님이 소속돼있던 남대문합동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정법회가 있었고, 젊은 변호사들이 청변을 만드는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다가 표결과정까지 거쳐 정법회와 합쳐 민변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 20년 넘게 노동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그간 수많은 노동법개정을 이끄셨는데요,
  최근에 관심을 갖고 계신 노동 관련 화두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철도노조 파업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철도노조 파업은 공장을 점거하거나 출근하는 비노조원들을 막는 것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졌어요. 하지만 노조원들은 ‘업무방해죄’로 기소가 되었죠. 단순히 출근을 하지 않거나, 집단적으로 근무하지 않는 파업형태는 적극적으로 회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정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노무를 거부한 것을 ‘위력 행사’라고 봤는데, 이것이 어떻게 위력이 될 수 있습니까. 헌법에는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파업 시 회사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포되어있는데,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것은 파업을 범죄행위로 취급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UN이나 ILO에서 우리나라에 업무방해죄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정 권고를 하고 있는데 무시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22년동안 ‘민변’이라는 단체의 변화상을 이끄셨고 또 지켜보셨습니다.
  촛불시위를 계기로 시민사회와의 연결성이 더 강해졌는데요,
  앞으로 민변이 나아가야 할 방향, 시민사회에서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영삼 정부 때까지만 해도 민변은 고전적 인권 변론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를 들어서는 이러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었지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채택될 여지 또한 있었고요. 그래서 민변 또한 사회 각 분야의 대안 제시를 강화하는 방향의 활동을 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또다시 고전적 인권 변론의 수요가 늘었습니다. 특히 탄압의 방법이 대규모화되고 시민들의 일상적인 표현까지 탄압이 되니, 민변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서 현장에 밀착해서 활동했습니다.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법률가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민사회와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인권과 민주주의는 무한하기 때문에 민변의 역할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 등산을 좋아하시는데요, 최근 다녀오신 산행지가 궁금합니다. 추천할만한 등산코스가 있다면요.

  저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대모산 등산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는 청계산에 자주 갔지요.
  가까이에 있는 낮은 산부터 시작해서, 2시간 코스, 4시간 코스로 늘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소백산에 다녀왔고, 그 전에는 덕유산 종주를 했어요. 이번에 많은 회원들이 7월10일 대덕산 산행에 함께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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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이동화 간사, 김란아&박초롱 인턴

  글  /  박초롱 인턴

사진 / 김란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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