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 법원관계법 공청회 후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2010년 3월 16일에 첫 전체회의를 가졌습니다.
거기에서 의사일정 등을 정하고, 그 다음 주 제2차 전체회의에서는 공청회 일정을 잡고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의결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결에 따라, 4월 6일 화요일로부터 3주간 매주 화요일마다 관계자들을 모신 공청회가 개최되었습니다.민변 뉴스레터는 그 첫 순서인 ‘변호사관계법 공청회’의 후기를 내보낸 바 있습니다. [ http://minbyun.org/blog/338 ]
이번 후기는 마지막 순서인 ‘법원관계법 공청회’에 관한 것입니다.
4월 20일 화요일, 국회 제3회의장에서는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개혁-법원관계법’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청회 시리즈 중 가장 관심을 가지던 부분이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회가(아니 여당이) 가장 ‘벼르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1) 국회의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된 시기, 2) 법원관계법심사소위원회의 구성 때문입니다.
1) 사법개혁에 관한 논의는 매 정권마다 있어왔습니다. 다만 이번 논의가 특별함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 추진동력이라 할 수 있는 사법제도개혁특위가 구성된 시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야권이 지금껏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높여왔음에도 미동도 않던 국회가,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등을 기화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 국회의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내에는 소위원회가 3개 있습니다. 법원관계법심사소위원회, 검찰관계법심사소위원회, 변호사관계법심사소위원회가 그것인데요, 한나라당의 법원관계법심사소위원회 위원 구성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4명의 의원들 중 절반인 두 분(주성영·박민식 의원)이 검찰 출신입니다. 법원관계법을 심사하는 소위원회에서 정작 법관 출신은 한 분(여상규 의원)뿐이죠. ‘문제점을 잘 보기 위해서는 외부의 시각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검찰관계법심사소위원회의 한나라당 의원은 4명 중 3명이 검찰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나머지 한 분도 법관 출신이 아닙니다.) 논리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다른 잣대의 적용’은 공정해 보이지 않습니다.
소위원회뿐만이 아니라 이번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자체가 조금 의아한 구성 비율을 보입니다.
야당(민주당·자유선진당·미래희망연대)은 전관 출신 없이 다양한 구성을 보이는 반면, 여당(한나라당)은 위원장 포함 10명의 구성원 중 5명(주성영·박민식·이한성·장윤석·주광덕 의원)이 검찰 출신입니다. 법원 출신은 2명(여상규·홍일표 의원)입니다.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좀 과도한 비율 차이이기에, 이번 사법제도개혁의 논의가 저의를 의심받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날 공청회의 진술인으로는 김주덕 변호사(법무법인 태일/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검사 출신)님, 임지봉 교수(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님, 방희선 교수(동국대학교 법과대학)님, 장주영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님, 변철환 상임이사(민생경제정책연구소)님, 이국운 교수(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님, 홍준호 부장판사(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님이 참석해주셨습니다.
논의의 초점은
1) 대법관 증원 문제(고등법원 상고부), 2) 법조일원화, 3) 법관 인사권 문제, 4) 양형기준 정립 등에 맞춰졌습니다.
공청회는 교수, 변호사, 연구소 이사, 현직 판사 등의 고른 분포의 진술인들을 모시고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두 분의 전관들 중 한 분은 검사출신(김주덕 변호사님)이고 한 분은 판사 출신이지만 사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시는 분(방희선 교수님)이었기에, 법원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당사자인 법원의 목소리가 너무 약했던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법개혁특위의 구성 자체도 법원관계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 힘들 게 되어있고 말입니다.)
아쉬웠던 점은 하나가 더 있는데, 법과 관련되지 않았던 유일한 구성원으로 변철환 상임이사(민생경제정책연구소)님이 나오셨다는 것입니다. 변 이사님은 공청회 자리에서 ‘국민의 뜻’을 말씀해주셨는데, 제 짧은 소견으로는 ‘국민의 뜻’을 이야기하기에는 변 이사님은 다소 편향적이셨던 게 아닌가 합니다. 국민 여론을 이야기할 거라면 조금 더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을 모시든가, 아니면 그냥 다른 법 관계자를 모셔 더욱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입법부의 구성원과 행정부의 수장은 상대적으로 자주 교체될 수도 있기에 변화와 혼란이 생길 수 있지만, 사법부는 그러한 혼란 속에서도 오롯이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렇게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가치를 형성하고 또 지키며, 사회의 갈등과 변화를 모두 버텨낼 수 있는 단단한 반석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사법부에 맡겨놨는데 그 변화가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입법부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라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변화의 촉진제가 되는 수준’에 그쳐야 할 것입니다. 직접 칼을 들이대어 대규모 수술을 감행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베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논의가 촉발된 것은 분명 너무나 반가운 일입니다. 부디 세 부문(변호사관계법·검찰관계법·법원관계법)에서 두루 균형 잡힌 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공청회 시리즈가 끝난 후로는 처음으로, 4월 29일 목요일에 법원관계법심사소위원회의 제1차 회의가 열려 계류법률안들을 점검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사법개혁특위가 어떤 방향, 어떤 방식의 사법제도개혁을 추진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글 / 홍보출판팀 인턴 김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