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5~15일까지 유엔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인 프랭크 라 뤼씨는 한국에 공식적으로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문 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렸던 ‘동아시아지역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실태와 도전’국제심포지엄(자료집 첨부됨)에 특별보고관이 참석한 이후, 한국의 표현의 자유 실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서 올해 공식방문이 이루어 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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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보고관의 공식 방문을 위해 민변과 참여연대, 사랑방, 진보넷의 단체는 실무모임을 갖고 이 기회를 통해 한국의 표현의 자유 실태를 특별보고관에게 알리고, 이 기회를 통하여 각 단체들끼리의 연대의 장을 마련하려는 목표로 2월 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아래와 첨부의 보고서는 이명박정권이후에 발생한 한국의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와 원인, 그 결과, 이에 대한 엔지오의 권고를 담은 최종보고서 초안이다. 이는 최종본 (4월 말)이 제출이 되면 최종본으로 대체가 되겠지만, 내용상 그리 많은 차이가 없을 것이기에 먼저 관심있는 개인과 단체들에게 공개를 한다.
* 전체 보고서문서는 첨부됨
이명박 정권 2년 한국 표현의 자유 실태 보고서(초안)
○ 총론
한국의 의사표현의 자유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2008년 보수적인 정권이 집권하면서 방송, 언론뿐만 아니라 인터넷, 노조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극단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심지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이를 정권의 통제 하에 두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정권은 종교단체와 교육기관에서도 그 정치적인 입장을 관철시키려하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를 무력화시키고 관변단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일상적인 의사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집요하면서도 전방위적인 통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를 가장한 법에 의한 지배(the rule by law), 빨갱이 사냥(red hunt)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최근 2년간 한국의 의사표현의 자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한국은 1910년부터 35년간 일본의 식민지 통치 하에 있었고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폐허가 되었다. 1961년 군사 쿠데타가 있었고 그 후 약 30년간 사실상 군부독재가 이어졌다. 1980년대까지 자유와 권리에 대한 철저한 탄압 하에서 일정 정도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다. 1980년 계엄령 하에 2,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민주항쟁,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루어낸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면서 형식적이나마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고 강화되었다. 그러나 경제우선주의의 이념 하에 국가안보를 내세운 사회통제가 유지되었고, 북한의 존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하는 정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모두 빨갱이를 몰고 억압하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에도 정권의 탄압은 계속되었지만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이 많은 희생을 통해 한국 내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지평을 넓혀나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의 의사표현의 자유 침해는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첫째, 1996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도 폐지 권고를 한 바 있는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메카시즘 혹은 빨갱이 낙인찍기에 기초한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의 상징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공직자에 대한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정부가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는 글을 쓴 언론인이나 네티즌들은 명예훼손죄로 구속, 기소되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단체나 개인의 민형사상의 고소, 고발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의사나 표현에 대해서는 공적․사적 인적․물적 자원을 총 동원하여 권력의 무기가 되어버린 법을 통하여 이를 봉쇄하고 통제하고 있다.
둘째, 한국은 인터넷이 가장 잘 연결된(most wired) 국가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의사와 표현이 자유롭게 교류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로 잠재적인 범죄장소로 바라보면서 가장 잘 통제된(most controlled) 국가로 나아고자 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대부분의 권리행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고유번호, 즉 주민등록번호를 모든 국민에게 강요하면서, 사이버공간에서 글 하나 올리는 데에도 인터넷실명제와 같은 과도한 규제를 관철시킴으로써 웹 유저들 및 네티즌들, 언론인은 익명성을 위협받고 있으며, 이런 규제는 결국 위축효과(chilling effect)와 직간접적인 자기검열을 가져오고 있다.
셋째, 생존권을 행사하는 노동자, 농민, 철거민들의 집회에 공권력을 투입해 과도하게 물리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노동자, 농민, 철거민들을 비롯해 기본권 행사를 위해 저항하는 시민, 인권활동가를 업무방해 및 집시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존재하는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정부는 사회적 이슈의 이슈성이나 갈등의 존재를 부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사회불안요소나 갈등유발자로 낙인찍고 있는 것이다.
급격하게 후퇴하고 있는 한국의 의사표현의 자유의 상황은 단지 한 국가의 문제라고 볼 수 없고 이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즉, 경제적으로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가 법과 질서의 이름으로, 그리고 빨갱이 혹은 다른 이데올로기적인 낙인찍기를 통하여 그 민주주의의 기초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가를 한국의 예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의 새로운 장으로서의 사이버공간이 어떻게 극단적인 통제의 장이 될 수 있는가도 한국 정부는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비판,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갈등의 표출을 모두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을 훼손하는 불순분자들의 소행으로 낙인찍는,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매우 체계적이고 정교한 통치기술을 한국 정부는 구사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의사표현의 자유의 의의와 내용에 대한 최소한 인식을 결여하고 있다. 의사표현의 자유의 제한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표현은 허가사항을 존재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의사표현은 불허가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분쟁지역(conflict zone)에서의 언론인의 안전과 보호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평시에 단지 기사를 쓰거나 방송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탄압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극단적인 빈곤(extreme poverty) 상황에서의 정보접근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에서 정부와 개인의 정보에 대한 과도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이러한 모델은 독재국가뿐만 아니라 전환기의(transitional) 혹은 오랫동안 정착된(long-established)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권력을 가진 자는 누구라도 탐낼 수밖에 없는 최악의 관행(the worst practice), 혹은 ‘재앙’(disaster) 관행일 수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의 의사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을 정확하게 종합, 분석하고 이를 충분히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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