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YTN 노조원 해임사건

2009-11-30 151

 

YTN 노조원 해임사건


– 해고등무효확인 소송






9시를 향하는 초침이 뚜뚜뚜…땡하고 9시를 알리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뉴스가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땡전뉴스’라 하며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처럼 그저 웃으며 가볍게 이야기하곤 하지만 ‘땡전뉴스’의 추억은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라는 가치와는 동떨어져 있었던 한국 언론의 아팠던 시간들을 상징하는 기억이기도 하다.




낙하산 인사의 날치기 대표이사 선임결의…그리고 갈등




아마 그 아픈 시간들은 지금도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2008년 4월초 YTN내외부에서는 회사의 대표이사선임절차와는 상관없이 구본홍이 대표이사로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구본홍은 이명박 대통령선거캠프의 언론특보로 활동하여 왔던 사람으로, 자연스레 뉴스전문채널인 와이티엔(이하 ‘회사’)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보도가 침해되리라는 우려가 내․외부에서 제기되었고, 회사의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각 공채기수별로 구본홍에 대한 대표이사 취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사원총회에서도 구본홍의 사장 취임을 반대한다는 결의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내외부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7인의 대표이사 후보중 구본홍을 대표이사 후보로 단독추천하였다.


2008년 7월 14일 본사내에서 구본홍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으로 주주총회가 열렸으나 노조원들의 항의로 의장은 총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하였다. 16일 저녁 연기회가 열린다는 공지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다. 17일 아침9시 연기회는 당초 주주총회와는 다른 장소에서 전격적으로 열렸고 연기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지못한 많은 주주들은 이에 참석할 수 없었다. 17일 열린 연기회는 단 40초 동안 진행되었고 반대의견을 말할 새도 없이 구본홍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결국 가결되었다.


7월 21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구본홍의 첫 출근길,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구본홍의 출근을 저지하였다. 이후 노조원을 비롯한 사원들은 회사의 공정방송을 해치는 낙하산인사에 항의하며 출근저지, 집무실 진입저지를 계속하였고, 9월 2일에 있었던 기습적인 대규모 인사발령을 거부하며 원래의 자리에서 근무하는 등 낙하산 인사에 대한 항의를 이어나갔다.


이에 회사측은 업무방해, 인사명령거부등의 책임을 물어 10월 7일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을 해임하고 직,간접적으로 이에 가담한 노조원과 사원들 30여명에 대해 정직, 감봉등의 징계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해고등 징계에 대한 무효확인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하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쟁점들을 짚어보기로 한다.








기습적으로 열린 주주총회의 대표이사 선임결의.  적법한가




첫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구본홍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주주총회결의가 소집절차상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하자가 있는지의 여부이다.


1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총회를 연기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회의 일시와 장소를 정하지 않은채 산회가 선포되었다. 다만 의장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추후에 장소와 일시를 정하기로 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17일에 열린 주주총회 연기회의 통지는 개최 바로 전날인 16일 오후6시에나 인터넷 사원 게시판을 통해 이루어 졌고, 더군다나 연기회는 당초의 총회장소인 본사가 아닌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렸다. 전날 저녁 게시판을 보지 못한 주주들이 총회에 참석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우선 주주총회소집절차에 관한 상법상의 규정을 살펴보면, 상법 제363조는 주주총회의 소집절차에 대해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에는 주주총회일의 2주 전에 각 주주에게 서면으로 통지를 발송하거나 각 주주의 동의를 받아 전자문서로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의 개최여부를 통지받을 수 있게 하여 주주권의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다. 한편 법 제372조에서는 주주총회를 연기하는 때에 363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연기회를 여는 경우에는 주주권보장에 필요한 통지가 필요없다는 의미일까?



원고측 대리인은 “주주총회의 속행 또는 연기의 결의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속행되는 주주총회의 일시를 함께 지정하고 의장이 산회를 선포해야 한다. 주주들이 산회당시에 일시와 장소를 의장이 정할 것을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위임은 부적법한 것이고 적법한 속회결의가 있은 것이라 볼 수 없다.”라고 한 후 “속회결의시 일시와 장소를 지정하지 않은 이 사건 주주총회와 같은 경우 상법 제372조의 연기회 또는 계속회가 아닌 새로운 주주총회로 보아 상법 제363조에 따른 소집통지를 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주주총회의 소집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근거로 “상법 제372조 제2항이 총회에서 회의의 속행 또는 연기의 결의를 할 경우에 한하여 상법 제363조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총회에서 속회결의 시 주주들이 속회가 진행될 수 있는 적정한 일시와 장소를 직접 결정함으로써 주주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므로, 이와 같은 전제 사실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는 상법 제363조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원고측은 이러한 절차상의 하자가 중대하므로 구본홍을 이사로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는 무효이고, 대표이사 자격없는 구본홍의 징계또한 무효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피고측 대리인은 주주총회를 연기하는 경우 기일과 장소를 정하지 않을 수 있고 따라서 363조가 아닌372조 2항이 적용되어 간편한 통지절차만 거치면 소집절차상의 흠결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회사의 회의장에서 연기회가 개최될 경우 물리적인 회의진행 방해시도가 있을 것을 염려하여 연기회를 다른 장소에서 열 수 밖에 없었던 점, 7월 16일에야 장소를 섭외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하루전의 통지는 불가피한 것이었고, 실제로 연기회 통지의 시간적 촉박으로 인하여 연기회 출석에 지장을 받은 주주는 없으므로 연기회가 부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법원은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연기회를 개최하기로 함에 있어서 주주총회장에서 참석 주주들에게 연기회의 일시, 장소를 공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주총회의 소집권자는 다시금 주주들에게 연기회의 소집통지를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비록 소집권자가 일시, 장소의 결정권을 일임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연기회 소집통지를 할 때에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주주들에게 합리적인 범위에서 시간의 여유를 두고 상당한 방법으로 통지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시하고 이 사건의 경우 소집 통지가 직전일 오후 6시에 이루어진 점, 게시판에 소집 공지를 게시하는 방법은 통지의 도달이 불확실하거나 늦을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집절차상의 하자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원고측이 주장한 주주총회 소집절차상의 하자를 인정하였으나 그러한 하자가 주주총회가 무효라고 할 정도로 중대․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구본홍을 이사로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판결에서는 주주총회를 연기할 때 일시․장소를 정하지 않은 경우 363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소집권자가 재차 소집통지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통지시에 주주들이 주총참석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시간적 여유를 두고 상당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하여, 일시․장소를 정하지 않은 연기회의 통지 또한 법 제363조에 준하는 정도의 통지가 있어야 함을 밝힌 것이라 하겠다.






노조원들의 출근저지와 인사발령 거부, 기득권을 위한 것인가 공익을 위한 것인가.




대표이사의 자격이 없으므로 징계도 무효라는 원고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징계양정이 적법했는지도 중요하게 다루어진 부분이다.


어떠한 징계를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징계사유에 비해 현저히 과중한 징계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리라고 본다. 이러한 경우 징계권자의 재량 남용을 이유로 위법함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의 경우 노조원들의 언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출근저지와 인사발령거부등의 행위에 대해 가장 중한 징계인 해고처분을 한 것이 합리적인 범위의 징계권행사인지가 핵심 문제였다.


원고측은 구본홍에게 징계권한이 있더라도 해임처분등의 징계는 과중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이와 같은 갈등은 언론사의 대표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자발적으로 공정한 언론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 그 주된 이유였다. 이에 대해 피고측은 “공정방송 수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치투쟁을 선동하는 것”이라며 원고들 행위의 공적 목적을 부인하고, 징계의 양정도 적절했다고 항변하였다. 




  법원은 이에 대해 “징계권자의 재량은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것이 아니고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양정이 요구된다. 재량권의 남용이 있는 경우에는 징계처분이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라고 한 후 “뉴스전문 방송사인 와이티엔의 경우 공정보도의 원칙을 준수할 책임이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 필요불가결하다 할 것인데, 원고들의 행위는 회사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 그리고 구본홍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주주총회가 무효는 아니더라도 소집절차상의 하자가 있는 점, 9월 2일자 인사명령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해임처분의 징계양정은 현저히 부당하므로 무효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그러나 법원은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등 나머지 14명의 정직·감봉은 “회사의 재량권 범위 안에 있다”며 징계무효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은 징계양정의 판단에서 징계양정의 적법성 판단에 있어서 징계대상자들의 행위를 형식적인 의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원고들 행위를 둘러싼 배경과 행위의 목적등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서 원고들 행위에 언론의 자유와 독립 수호라는 공적 목적이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1심판결 “언론의 공정성 지키려는 공익적 목적 인정한것에 의미”




이밖에도 징계절차의 정당성, 인사발령거부의 정당성등이 다투어졌으나 법원은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해고처분을 받은 사원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여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였고 나머지 감봉, 정직등의 징계에대해서는 정당하다고 인정하였다.




원고측 대리를 맡았던 여연심 변호사는 판결에 대해 “그간 사측이 원고들에 대하여 공정 방송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에서 사장을 반대한다는 악의적인 선전을 해 온 바 있으므로 판결에서 원고들의 행위가 언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점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은 유의미한 성과다. 다만 해고를 제외한 모든 징계에 대하여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하였는데 원고별로 행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판단한 것은 다소 아쉽기도하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사용자의 징계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사용자가 징계 대상 행위를 유발한 것인지 또한 그러한 행위의 동기가 무엇인지 까지도 참작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 이후




해고무효확인의 판결이 있은 11월13일 오랜시간 힘든싸움을 계속해오던 원고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고 계속될 예정이다. 사측은 징계에 관하여 법원판결을 받아들이기로 한 4.1노사합의를 무시한 채 곧바로 항소하였고, 이에 대응해 노조측도 1심 패소부분에 대하여 항소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10월에는 정직이후 복귀한 돌발영상의 임장혁기자를 다시 대기발령하는 등 노사간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징계와 관련하여 여연심 변호사는 “노사대립이 계속되면서 사측은 기존에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던 권리를 조금씩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낙하산 사장 문제는 사라졌지만 노조를 길들여야 한다는 경영진의 생각은 여전하다”고 지적하였다. 민변은 항소심에서도 노조측 대리를 맡아 변론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3기 인턴 윤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