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 (일명 SSM-Super Supermarket) 문제의 해법은

2009-09-30 112


기업형 슈퍼마켓 일명 SSM이란


 


우리 주변에는 백화점, 전문점, 이마트등 대규모 쇼핑센터등 여러 가지 형태의 유통업체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SSM이라고 불리는 기업형 슈퍼마켓들이 동네 상권으로 침투하고 있다. SSM이란 Super Supermarket를 줄인 말로 기존의 동네 소규모 슈퍼가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 자본(예를 들어 신세계 이마트)이 규모를 조금 줄여서 동네에 슈퍼마켓 형태로 영업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대형 할인점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동네 골목골목까지 진출해서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이런 SSM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자영업자, 재래시장등이 경영악화와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동네 상권의 문제는 단순한 유통산업의 효율성 외에 지역 문화, 고용, 환경등 여러문제가 복합적으로 내재해 있다. 이런 대규모 유통점이 동네에 우후죽순처럼 진출하게 될 때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일례로 중소기업중앙회가 5월 20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SSM 입점 후 주변 소매업체의 79%가 경기가 악화되었다고 대답했다. 하루 평균 고객 수가 37% 감소했고, 매출액도 34% 줄었다. 즉 이런 기업형 슈퍼는 지역경제의 황폐화, 지역 부의 역외 유출, 지역 점포의 폐점과 고용 악화로 인해 근본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사회양극화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은 어떻게 규제하고 있나


 


대형유통점에 의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생존기반의 파탄 문제와 지역 고용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도 각종 규제입법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선 진출을 규제하는 방법으로 프랑스의 경우 라파랭(Raffarin)법을 통하여 연면적 300㎡ 이상의 모든 점포는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고, 독일은 10% 가이드 라인을 적용해 대형마트가 입점 계획을 제출하면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서 중소업체 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 대기업의 사업계획을 취소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조합설립 불가, 저임금등 노동자 착취, 환경파괴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Wal-Mart의 입점에 대해 뉴욕시 퀸즈 지역에서는 주민과 시의회의 강력한 반발도 사업 추진이 보류된 바가 있다.


 


SSM 규제를 위한 노력은




현 18대 국회에도 SSM 규제 법안이 총 15건 올라와 있다. 이 중에는 위 외국사례와 같이 진출에 대해 허가제를 도입하고, 영업시간과 품목을 제한하는 안들이 존재한다. 중소상인단체들도 이러한 ‘허가제’등의 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상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오히려 이러한 허가제등의 도입이 직업선택의 자유, 소비자 선택의 자유, WTO 위반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업의 규제가 헌법위반이 아니라 이를 규제하는 것이 국가의 헌법상 책무이다.




헌법은 제 123조 제2항과 3항에서 “국가은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여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즉 현형헌법의 경제질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자본의 무한정한 탐욕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모순들을 제거하고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규모 점포의 개설 허가제는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지만 점포의 개설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과의 형량에 의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 또한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규제가 실시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다양한 상권 및 유통경로의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오히려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이 더욱 침해될 수 있다. 즉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일방적이고 근시안적인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WTO 위반이며 제소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WTO 출범이후 20년 동안 WTO 서비스 협정(GATS) 위반여부로 제소된 사건은 5건 밖에 없다. 즉 정부의 주장처럼 WTO 위반제소가 빈번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유통업체에 대한 개설허가제, 영업시간 규제와 같은 국내규제가 GATS 위반이라며 제소된 사례를 한건도 없었다는 사실관계부터 정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게 유통업 규제를 하는 프랑스에 대해 유럽사법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 ECJ)은 프랑스의 유통규제법안이 프랑스 상점과 외국상점은 구분하지 않고, 다른 유럽연합 국가의 시민이 프랑스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내국민과 차별하지 않으므로 비차별적이라 결정한 바 있다.


 


소위 서민정책을 취하는 정부라면




오늘도 출근길에 ‘근조, 정릉 자영업자 5,000명’이라는 검은색 현수막을 조그만 동네 슈퍼 옆 벽면에 붙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서민 정책’이라는 어휘의 상찬이 아니라 정부가 실질적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대형유통업 진출에 대한 허가제 도입과 영업시간, 품목등의 규제를 통해 오늘도 폐업의 위기에 몰려 벼랑 끝에 몰려있는 재래상인들, 동네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통을 해결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첫 번째 해법은 기업형 슈퍼마켓 진출에 대한 허가제와 영업시간, 품목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아니, 다 떠나서 적어도 정부는 적어도 헌법위반, WTO 위반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내세워 유통점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방해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_서선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