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월례회 참관기

2009-09-29 90


민변월례회 참관기


교대생 시절, 늘 현기증을 느끼던 서초동 빌딩 숲을 헤치고 민변사무실에 들어간 순간…‘어랏? 생각보다 소박하다!’… 어딜 가나 진보진영은 늘 본의와 ‘본의 아니게’가 혼합된 검소함을 갖추게 되는 모양이다. 뜻이 맞는 동료 간에 반가이 나누던 담소의 풍경과, 으리으리하지 않은 사무실의 소탈함에 나는 왠지 마음이 놓여, 마치 변호사인 양 익숙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의 강사 이 범. 인상은 예상한대로다. 강남학원가에서 최고 인기강사였고, 지금은 진보적 교육 논객이 된 그는, 부유한 좌파(?)답게 여러모로 세련된 기운이 풍겼고, 교육현안을 두 시간 내 깔끔하게 써머리 해냈다. 과연 학원가에서 잘 나갔을 만하다 싶다. 일목요연하고 재미도 있고 두루 잘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아직도 내가 선생인 것 마냥 다른 것보다도 저런 유려한 전달능력에 먼저 시선이 꽂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교육의 선발도구화와 관료화는 학교현장에 있을 때 가장 질곡으로 느꼈던 부분인데, 주요하게 다루어주어서 반가움이 컸다.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거의 모두가 이것들로부터 출발하는데, 정책방향은 늘 이 두 괴물은 점점 강화하고, 다른 잡귀들만 잡겠다고 눈 가리고 아웅 해왔기 때문이다. 선발경쟁은 이미 체질화 되어서 국민들이 당연시 여기고, 학교관료화는 교사 외에는 잘 모르는 탓에, 개혁의 사각지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교사이고(였고?),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교육문제를 재미없어라 한다. 직업이라 그럴 수도 있고 자녀가 없어서일 수도 있는데, 참석하신 변호사들은 질문도 많고, 분위기도 진지하여 괜스레 흐뭇하다. 무언가 막 법적으로 검토하고 이런 모습일 줄 알았는데, 느낌은 짐짓 국가의 중대사인 교육을 함께 걱정하고 배우는 순박한 민주시민의 모습이랄까? 하긴…여기 앉아 계신 이 수재들도 현재 우리나라 입시와 사교육이 얼마나 분화․발전되었는지는 감이 없을 거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특목고 준비를 하고, 이제는 국제중에 자율형사립고 까지 생겨서 이 1부 리그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그나마 학비가 얼마나 비싼지 돈 없으면 못가니, 일반중, 일반고를 나와서는 대입경쟁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얼마나 짜증날까? 나는 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70년대에 태어난 덕분에 그냥 한심한 지식주입교육 받아 대학 간 게 얼마나 천만다행인가 생각한다. 그러니 운좋게 미리 교사가 되고 변호사가 된 우리들이, 지금의 교육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주는 게 도리인 듯하다.


 


-해직교사 김윤주

첨부파일

크기변환_IMG_5286.JPG.jpg

크기변환_IMG_5289.JPG.jpg

크기변환_IMG_5284.JP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