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월례회 참관기
민변월례회 참관기
교대생 시절, 늘 현기증을 느끼던 서초동 빌딩 숲을 헤치고 민변사무실에 들어간 순간…‘어랏? 생각보다 소박하다!’… 어딜 가나 진보진영은 늘 본의와 ‘본의 아니게’가 혼합된 검소함을 갖추게 되는 모양이다. 뜻이 맞는 동료 간에 반가이 나누던 담소의 풍경과, 으리으리하지 않은 사무실의 소탈함에 나는 왠지 마음이 놓여, 마치 변호사인 양 익숙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오늘의 강사 이 범. 인상은 예상한대로다. 강남학원가에서 최고 인기강사였고, 지금은 진보적 교육 논객이 된 그는, 부유한 좌파(?)답게 여러모로 세련된 기운이 풍겼고, 교육현안을 두 시간 내 깔끔하게 써머리 해냈다. 과연 학원가에서 잘 나갔을 만하다 싶다. 일목요연하고 재미도 있고 두루 잘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아직도 내가 선생인 것 마냥 다른 것보다도 저런 유려한 전달능력에 먼저 시선이 꽂힌다.
교육의 선발도구화와 관료화는 학교현장에 있을 때 가장 질곡으로 느꼈던 부분인데, 주요하게 다루어주어서 반가움이 컸다.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거의 모두가 이것들로부터 출발하는데, 정책방향은 늘 이 두 괴물은 점점 강화하고, 다른 잡귀들만 잡겠다고 눈 가리고 아웅 해왔기 때문이다. 선발경쟁은 이미 체질화 되어서 국민들이 당연시 여기고, 학교관료화는 교사 외에는 잘 모르는 탓에, 개혁의 사각지대다.
나는 교사이고(였고?),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교육문제를 재미없어라 한다. 직업이라 그럴 수도 있고 자녀가 없어서일 수도 있는데, 참석하신 변호사들은 질문도 많고, 분위기도 진지하여 괜스레 흐뭇하다. 무언가 막 법적으로 검토하고 이런 모습일 줄 알았는데, 느낌은 짐짓 국가의 중대사인 교육을 함께 걱정하고 배우는 순박한 민주시민의 모습이랄까? 하긴…여기 앉아 계신 이 수재들도 현재 우리나라 입시와 사교육이 얼마나 분화․발전되었는지는 감이 없을 거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특목고 준비를 하고, 이제는 국제중에 자율형사립고 까지 생겨서 이 1부 리그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그나마 학비가 얼마나 비싼지 돈 없으면 못가니, 일반중, 일반고를 나와서는 대입경쟁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얼마나 짜증날까? 나는 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70년대에 태어난 덕분에 그냥 한심한 지식주입교육 받아 대학 간 게 얼마나 천만다행인가 생각한다. 그러니 운좋게 미리 교사가 되고 변호사가 된 우리들이, 지금의 교육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주는 게 도리인 듯하다.
-해직교사 김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