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의 기본이 무너졌다.

2009-03-05 156

오늘 우리는 법률가로서 국민과 사법정의를 위해 노력해 온 지난 역사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뼈아픈 사실을 확인해야만 했다.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직시절 재판을 미루지 말고 통상적으로 처리하라는 등 촛불집회관련 메일을 세 차례나 담당판사들에게 보냈고, 그 중 일부는 중앙지방법원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있었던 이후에 “피고인이 위헌여부를 다투지 않고 결과가 신병에 관계없다면 통상적인 방법으로 재판을 끝내고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달라”는 내용이 담겨진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신대법관의 메시지는 촛불집회 참가자에게 유죄판결을 하라는 내용에 다름 아니고, 소신에 따라 재판하려는 법관에 대한 명백한 압력행사이다.




우리는 이미 촛불사건의 배당이 특정 재판부에 일괄배당되어 판결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내부규정에 따른 적절한 조치였다며 논란을 잠재우려했다. 그러나, 지난 3. 울산지방법원, 어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단독판사들은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위 사건의 진상규명과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등 대법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가라앉질 않고 있었는데, 담당 판사들의 수장인 중앙법원장이 위와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 신대법관은 이메일을 통해 촛불집회 관련 사건에 대해 이용훈 대법원장과도 협의를 하였고, 자신과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 가히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신대법관의 말대로라면 하급심의 재판에 대해 대법원장까지 한통속이 되어 사건의 심리도 하기 전에 유죄판결에 대한 협의를 하는 등 우리 사법제도의 근본을 뒤흔드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신대법관과 무슨 내용을 어떻게 협의하였는지 그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고, 신대법관의 이메일이 사실이라면 이용훈 대법원장도 그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심판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대법관의 행위는 법관의 양심을 짓밟은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마저 유린한 것이다. 더구나 신대법관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촛불재판 배당에 자신이 관여한 적이 없다고 진술을 하였는바, 스스로 이메일을 보내 재판내용에까지 압력을 행사한 내용이 밝혀진 만큼 위증죄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조사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사법부는 더 이상 변명에 급급해선 안 된다. 대법원의 자체 진상조사와 해명은 더 이상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국회, 재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객관적인 진상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털끝만큼의 의혹까지도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신영철 대법관의 위증 등 범죄행위와 법관의 재판에 대한 압력행사의 책임은 엄중하게 물어야만 한다. 사법부가 법관의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사법이 아니며, 국가의 기반을 허무는 행위일 뿐이다.


2009월 3월 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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