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수사에 대한 법적 검토 의견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이른바 “허위사실유포죄”
1. 동조항은 위헌 소지가 크다
허위사실유포죄의 ‘공익을 해할 목적’은 형사처벌조항임에도 그 내용이 극히 모호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조항으로써,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침해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유사한 형식인 아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02. 6. 27. 99헌마 480 전원재판부).
[전기통신사업법](1991. 8. 10. 법률 제4394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①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위 사안은 한 대학생이 ‘나우누리’ 동호회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게시물 삭제 및 ‘나우누리’ 이용정지를 당했던 사안이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을 인용한다.
“1.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여기서의 “공공의 안녕질서”는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와, “미풍양속”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처럼,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2.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을 전제로 하여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서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즉,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표현으로 분류한 바 있는 ‘저속한’ 표현이나, 이른바 ‘청소년유해매체물’ 중 음란물에 이르지 아니하여 성인에 의한 표현과 접근까지 금지할 이유가 없는 선정적인 표현물도 ‘미풍양속’에 반한다 하여 규제될 수 있고, 성,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있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2. ‘공익을 해할 목적’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형사처벌 조항 해석 원칙에 따라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실제로 검찰이 작년 5월 “학생시위 – 5월 17일 전국 모든 중고등학교 학생들 단체 휴교 시위, 문자 돌려주세요”라는 이른바 동맹휴업 문자에 대해 동 조항의 허위사실유포죄로 기소하였는데, 법원은 형벌법규에 있어 ‘공익을 해할 목적’은 엄격히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하여 공익을 해할 목적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9. 19. 선고 2008고단 4014). 검찰은 미네르바가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조장하고 외환손실을 야기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나, 불안심리는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만들어진 것 뿐이다. 더구나, 시장의 불안이 미네르바의 글로부터 직접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는 시장의 복잡한 메커니즘상 전혀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다.
3. 동 조항은 국가기관의 자의적 남용 가능성이 매우 큰 독소조항이다.
동 조항은 개인의 사이버상 글쓰기를 통제하는데 매우 강력한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현재 개인이 사이버상에서 글을 쓸 경우 처벌될 수 있는 조항은 다음 세가지이다.
① 글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일명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라 명예훼손죄로 처벌된다.
② 글 내용이 특정인을 모욕하는 경우는 형법상 ‘모욕죄’에 따라 처벌된다(정부가 사이버상 모욕을 가중처벌하고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도록 이른바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추진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③ 글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지는 않지만 ‘공익’을 해할 의도로 쓰여졌다고 (수사기관이) 판단하면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된다.
위 세가지 조항으로 사이버상 글쓰기는 물샐틈없이 통제될 수 있다. 즉, ‘허위사실유포죄’는 특정한 피해자가 없지만, 정부 입장에서 눈에 가시같은 글은 일괄적으로 처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 실제 동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어 판례도 많지 않았는데, 작년 촛불집회 때부터 동맹휴업 문자 등에 대해 반복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