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금산법이 뭐길래 하면 안되는거야?

2008-12-31 169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른바 MB악법들을 강행처리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민변에서는 2박 3일동안 철야농성으로 악법을 저지하려합니다. 2박 3일동안 철야농성과 함께 국민들에게 악법의 잘못된 점을 꼬집기 위해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금산법, 대체 그게 모야?

현행 제도는 비금융주력자로 불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 경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은행의 지분을 4% 이상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막기 위한 금산분리 정책은 나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다. 금융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 100대 은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292개 산업자본 중 89.0%인 260개 산업자본은 그 지분율이 4% 미만이며, 산업자본이 실제 은행 경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100대 은행 중 4개에 불과하다. 또한 극소수의 은행 역시 역사적인 이유로 일부 독일계 국가에서 그 소유를 허용하고 있을 뿐 그것이 현재 정부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확대하기 위해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의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이 법안들의 핵심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10%까지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과 PEF로 불리는 사모주식투자펀드를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주력자로 인정하여 은행지분 소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사모주식투자펀드의 경우 산업자본이 단독으로 30%, 산업자본이 전부 합하여 50%까지 펀드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러한 펀드가 은행지분을 100% 소유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정부는 이 번 법개정 이후 추가로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에 대한 진입규제를 완전히 없애버린 다음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여부를 금융위원회의 행정적 처분에 의해 판단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로 대체할 계획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산업자본이라 함은 결국 재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과 같은 시중은행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는데 적어도 5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그런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금산융합정책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이 삼성은행, LG은행, 현대은행 등으로 바뀌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다.



금산융합정책 추진의 명분은 금융도 산업이고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국민들이 먹고사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은행업에 대한 추가적인 자본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재벌자본을 동원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현실적으로 동원가능한 자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법을 바꾸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허용할 실익이 없다. 결국 정부의 금산융합정책은 최종적으로 재벌의 은행소유를 목표로 하여 추진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금산법이 시행되면 대체 어떻게 되는데?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고 경영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우선 재벌들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재벌은행은 현재와 같이 소유가 분산되어 있는 행에 비해더욱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면 예금이자는 가급적 적게 지급해야 하고 대출이자는 가급적 높게 받아야 한다. 또한 여러 가지 명목의 수수료도 최대한으로 받아내야 한다. 나아가 대출부실화로 인해 은행의 수익성을 해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 자영업자, 저소득자 등의 신용도가 낮은 채무자들에 대한 신용대출은 가급적 억제시켜야 한다.



한편 그 불투명한 경영행태를 감안할 때 재벌은행은 여러 가지 은밀한 방법을 동원하여 사익추구행위를 할 가능성도 높다. 재벌총수일가의 이익이나 계열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정상거래를 가장하여 편법적인 거래를 행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경쟁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피하거나, 계열사에 대한 편법적인 대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은행이 수집하는 채무자나 채무기업의 정보를 재벌의 사적 목적을 위해 전용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룹계열사들이 긴급한 경영위기에 빠지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금지원에 나서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경우 지원에도 불구하고 해당 재벌그룹이 망하면 해당 재벌은행도 함께 망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재벌이 잘못해서 은행이 망하더라도 공적자금으로 은행을 살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규모가 커질 경우에는 경제 전체의 위기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과는 별도로 재벌의 은행지배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위와 같은 사례들은 아마 재벌은행이 아니라면 대체로 염려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다.



설사 재벌이 은행을 잘 경영한다고 하더라도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이는 엄청난 문제를 야기한다. 삼성공화국 논란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은행 없는 재벌의 경제적 힘은 이미 그 자체로도 막강하다. 그런 재벌이 은행까지 장악할 경우 그 힘은 무시무시하게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재벌이 그 무시무시한 경제력을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선용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아마도 금권정치가 심화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국민들은 재벌왕국의 신민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재벌왕국의 도래를 가능하게 할 금산융합 정책


미국 금융자본의 탐욕으로 인해 전세계적인 경제공황이 발생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들보다 더욱 탐욕스러울 수도 있는 재벌에게 은행업을 맡길 경우 어떤 상황이 초래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만 한다. 금산융합정책은 나라경제를 거덜내거나 파쇼적인 사회로 진행할 것을 예약하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마저 집어삼키게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어리석은 행위를 중지하고, 관련 법안을 즉시 철회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