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 전 그 날을 추억했듯이
10년이 지나면 또 이 날을 추억할 것이다.
모였던 그 사람들.
콧날이 날아갈 듯 했던 추위.
여의도에서
목동에서
삼성타워 앞에서
강남역에서
만났던 사람들.
외쳤던 구호. 굳세게 움켜잡은 손.
나눠주었던 전단지.
부디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부디 자랑스럽게 기억되기를
엄마 아빠가
너희들에게 물려줄 세상을 밝히고자
뻐근해져가는 허리를 두드려 가며
밤을 새웠다는 것을.
미안해하며
죄스러워하며
그러나 조심스럽게
하고자 하는 일을 했었다는 것을.
외롭지 않았다는 것을.
학자와 기자와 시민과 변호사와 노동자가 함께 했었다는 것을.
오로지 지금 바라노니
그때,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너희들에게 웃으면서 읽어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