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비정규직, 88만원 세대 인생? 우리 나랏님이 원하시는 것!

2008-12-30 181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른바 MB악법들을 강행처리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민변에서는 2박 3일동안 철야농성으로 악법을 저지하려합니다. 2박 3일동안 철야농성과 함께 국민들에게 악법의 잘못된 점을 꼬집기 위해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정부의 노동입법정책에 결사반대




2008. 12. 18.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비정규보호법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너무 보호 장치가 많아 기업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을 더 유연화 해야 고용이 많이 창출된다.”며 비정규직법 기간연장, 파견 업종 확대, 최저임금 삭감을 2~3월에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2008. 12. 24. 노동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9년 주요업무계획에서 근로기준 선진화를 명분으로 “고용․임금․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합리성․명확성을 제고”하겠다며 “내년에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노동부는 비정규직법․최저임금법에 대한 개정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정규직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와 시간외 근무수당 할증률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업무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정규직법안 – 누가 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려 하겠는가?




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의 주요방향을 보면 ‘기간제 근로자 보호등에관한법률’ 및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개정하여 기간제 노동자 및 파견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32개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는 파견대상 업무를 대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4년이라는 범위 내에서는 기업주들이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아니하고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1년 반, 2년, 3년, 4년 등 자유롭게 기간을 정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2년 범위 내에서만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이제 4년의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법 제정시 노동부는 2년간의 사용기간 제한과 차별시정제도의 도입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공언해왔으나 스스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확대해버림으로써 오히려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매우 강력한 유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현행 2년의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으로 인해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되는 2009년 6월에 무더기 해고사태가 발생할 것이므로 사용기간을 연장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비정규직 사용기간의 제한으로 인한 해고 사태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비용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을 고민하여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과 예외를 확대하는 것은 고용의 불안정성을 조장하여 향후 노동시장의 건전성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짓이다. 4년 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누가 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용하려 하겠는가?




나아가 파견법은 고용과 사용의 문리를 전제로 사실상 파견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파견노동자를 고용한 파견사업주는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사용사업주가 지급하는 인건비의 일부를 떼먹는 것이다)를 합법화해주는 제도인 동시에 실제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책임 회피라는 탈법을 용인해주는 제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연유로 파견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사용사업주들은 아무런 노동법적 제약도 받지 아니한 채 파견사업주와 체결한 파견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노동자들을 손쉽게 해고해버리는 것이다. 결국 노동부가 파견 업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은 고용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미명 하에 중간착취의 대상 업종과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대폭 확장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법안 –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볼모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위선




한나라당의 김성조 의원의 대표발의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는 수습근로자의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 60세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고, ▲사용자가 제공하는 숙박 또는 식사비용을 최저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의결기한 내에 최저임금안이 의결되지 못한 경우에는 공익위원만으로 최저임금액을 의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무릇 최저임금제는 헌법에서 보장한 인간의 존엄성 보장 기준에 기초하여 실시되는 제도이다. 즉 노동계약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는 임금노동자를 부당한 저임금으로부터 보호하고 임금의 최저수준을 강행법규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나라당 의원을 앞세워 60세 이상의 고령노동자, 수습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가장 취약한 노동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최저임금마저 또 다시 감액하여 최저임금액 이하로 임금지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종소영세기업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적 지원책은 세우지 아니하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곤궁한 처지에 놓여있는 노동계층의 최저임금을 깎아줌으로써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이요 입에 풀칠하기 위한 밥상마저 빼앗겠다는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실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생산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존마저 갉아먹는 정부의 최저임금법 개악추진은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반할 뿐만 아니라 반생산적이다. 최저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기업의 생산성이나 국가경쟁력을 운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선적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 풍전등화에 처한 노동자의 권리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내용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을 때에만 해고가 가능하도록 한 정리해고 요건에서 “긴박한” 요건을 삭제하여 단순히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또한 시간외 근무수당 할증률을 50%에서 25%로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취임초기부터 외쳐왔던 “기업프렌들리” 정책은 결국 근로기준법에 대한 개악 추진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을 때 가능하도록 한 정리해고 요건을 단순히 “경영상의 필요성”으로 수정함으로써 종전 정규직 노동자들마저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라고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간외 할증수당을 1/2로 감축함으로써 근로시간에 대한 제한 법규마저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재계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과 해고제한을 통한 인간다운 근로조건의 확보, 그를 위한 힘겨운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주가 자신의 주관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라 언제라도 해고를 단행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여전히 세계최장의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노동현실에서 장시간 노동의 유혹을 불러올 시간외 할증수당의 감축이라는 마이너스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 싸워서 이룩한 해고제한규정과 근로시간단축법제는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노동자는 더 이상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도 아니거니와 최저한의 생계비를 주장할 수 있는 존엄한 존재도 아니다. 노동자는 주면 주는 대로 받아야 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해야 하는 생산의 노예로 전락하고 언제나 절감되어야 할 비용 그 자체로 취급될 뿐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이명박 정권에게 노동자로부터 최저한의 근로조건마저 박탈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이 땅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지 말라 그리고 체제적인 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는 노동자 적대적인 노동입법정책을 중단하기 바란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