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아예 막걸리법도 부활시키지?

2008-12-30 115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른바 MB악법들을 강행처리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민변에서는 2박 3일동안 철야농성으로 악법을 저지하려합니다. 2박 3일동안 철야농성과 함께 국민들에게 악법의 잘못된 점을 꼬집기 위해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로 회귀하는 공안 관련법 3종 세트



재미있게도 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법,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이하 대테러법), 통신비밀보호법에 ‘사회개혁법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안 법률로 사회를 개혁한다는 발상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개혁한다는 것인가.





국가정보원이 커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국정원법이 개정되면 국가정보원의 업무범위가 대폭 확대될 것인데, 그 결과는 어떨까.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인원과 활동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니 당연히 감시도 어렵다. 업무범위를 미리 엄격히 제한해놓지 않으면 통제되지 않은 권한은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자명한 역사적 진리다. 현행법은 국정원의 국내정보수집 대상을 대공, 정부전복, 방첩, 테러, 국제범죄조직 5가지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의 광범위한 탈법행위와 인권유린행위의 경험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인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여당의 국정원법개정안은 국정원의 기존 직무범위에 △국가안전보장이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정보, △재난과 위기 관련 정보 수집, △정보통신망에 대한 사이버안전업무를 추가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이나 ‘국익’, 그리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정보’와 같이 모호한 말들이 계속 이어진다. 과연 국정원의 직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어느 정도의 재난이나 위기정보를 국정원이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인지 누가 알수 있겠는가.





국외정보와 국내정보를 구분하여 수집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과 달리 정보업무를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와 테러, 국제범죄조직, 산업기술보안에 대한 정보로 나누려는 내용도 문제다. 40년 넘게 정보기관의 업무로 명시된 국외정보기능을 삭제하고 포괄적으로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로 개정하려는 것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정원이 해외정보업무와 국내정보업무를 나누어 담당해왔는데 갑자기 테러,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업무를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업무와 굳이 구분하여 분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들 정보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가 아니라는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다. 국외정보업무를 삭제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국정원의 해외정보부분을 더욱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퇴직한 국정원직원의 재직 당시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를 국정원이 하도록 한 것도 문제다. 지금까지도 국정원 직원들의 탈법행위를 국정원이 수사하여 처벌한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기에 퇴직한 직원들의 범죄에 대해서까지 국정원이 수사하도록 한다면 결국 국정원 직원의 위법행위를 수사하여 처벌할 길은 사실상 막히게 될 것이다.







‘테러’를 막겠다는데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대테러법안의 주요골자는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대테러대책회의를 두고 대테러활동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국정원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사실 ‘테러’에 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며, 개정안에도 테러의 정의가 매우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다.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생명을 해치는 범죄’나 ‘대중이용시설에 대한 폭발물사용’을 테러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도 도대체 ‘공중’의 개념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위력의 폭발물을 테러로 볼 것인지 애매하다. ‘테러’라는 말이 주는 위력은 누구도 거부하기 어렵다. 테러를 막겠다는데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을까. 결국 이런식으로 ‘테러’가 전가의 보도가 되고 덩달아 대테러센터의 활동범위까지 넓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업무는 각 행정기관의 역할에 따라 나뉘어 있다. 범죄정보수집이나 수사는 수사기관이, 테러진압이나 구조업무는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등이 하고 있다. 테러방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전에 테러정보를 입수하는 것이고 테러가 발생한 이후에 테러진압과 사후처리에 정보기관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현재도 국가정보원은 얼마든지 테러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여기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면 국정원은 필경 문어발이 되고 말 것이다.







내 휴대폰을 회사와 나라가 언제든 엿들을 수 있다면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고 도청을 금지하는 법으로서 합법 감청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여당의 법안은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의 감청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나 인터넷사업자들이 감청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고 이들 기관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감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은 긴급하다는 이유로 법원의 허가도 없이 감청할 권한도 갖고 있다. 법원의 허가없는 불법감청이 남발될 우려가 큰 이유다. 감청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통신사업자쪽에서 불법감청을 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첩보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게다가 통신사업자에게 감청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기술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사업자들이 감청설비를 갖추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감청이 안 되는 첨단통신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안기부를 다시 살리려는가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려고 하는 이들 법안은 지난 정부에서도 추진되다가 논란끝에 폐기된 것들이다. 인권침해의 우려가 컸고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의 권한을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탈법행위와 인권유린행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