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태, 눈물과 교훈을 되새기며

2008-11-20 167



이랜드 사태의 눈물과 교훈을 되새긴다




지난 13일 이랜드 일반노조와 홈플러스 테스코는 서울 시흥동 본사 회의실에서 ‘노사화합 조인식’을 열고 파업 종결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 해 6월 17일 비정규직 대량해고에서 촉발된 이랜드 파업 사태는 510여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노사 합의문에 의하면, 사측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고용보장에 힘쓰고 추가적인 업무 외주화를 중단하며,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근로자 28명 중 16명을 복직시키기로 했다. 노조 측은 김경욱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12명이 자진 퇴사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우리는 이번 노사합의를 보면서 그 동안 처절하게 싸워온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한편, 이랜드 사태의 눈물과 교훈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둔 지난 해 6월 이랜드 사측의 비정규직 대량해고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삶과 생계의 터전에서 강제로 내쫓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규했지만, 사측과 정부 그 누구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가칭 ‘비정규직보호법’이 사실은 ‘비정규직해고법’이라는 엄연한 진실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 날부터 무려 500여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드컵점 점거와 천막농성 등 눈물겨운 투쟁을 벌여왔지만, 정부와 사측의대답은 강제연행과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청구였다. 그토록 힘겹던 이랜드 파업 사태가 노조 지도부의 자진퇴사 형식으로 힘겹게 마무리된 것이다. 노조 지도부의 고뇌에 찬 결단과 자기희생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합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사측이 성실하게 노사합의를 지켜나갈 것을 촉구하고, 지켜볼 것이다.




이번 합의로 ‘이랜드 사태’는 종지부를 찍었지만,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또다른 이랜드 사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기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을 건 단식투쟁이 있었고,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의 고공농성이 있었으며, 신축공사가 한창인 강남성모병원 한켠에는 갑자기 해고통지를 받은 파견 노동자들의 초라한 천막농성장이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의 표적단속에 의해 짐승처럼 강제로 추방당하고 있다. 위장도급과 파견근로가 노동시장을 휩쓴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고,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댈 곳이라곤 그 어디에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3-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정부에게 비정규직 사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의지, 아니 생각이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랜드 사태는 힘겹게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 동안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흘린 눈물과 우리 사회에 던져준 교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비정규직 사태를 방관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 그 출발은 비정규직법을 ‘비정규직보호법’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개정하는 작업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사측 또한 더 이상 탈법적인 위장도급이나 파견근로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노동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한 상태에서 경기 활성화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그 화살은 결국 사측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510여일 만에 종결된 이랜드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화두이자 교훈이다.





 



2008월 11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