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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창 요즘 새로 권력을 잡은 강자가 법과 제도도 아랑곳없이 그동안 먹은 것 다 토해내라고 온갖 곳에서 아우성이다. 전에도 강자는 있었고 약자의 저항을 받기는 했지만 돌아온 강자만큼 염치없지는 않았다. |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법은 ‘강자의 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그래서 사실 나는 법을 무지하게 싫어한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아마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법 시대 이래 근대에 이르기까지 선거권은 재력과 권력을 가진 소수의 남자만이 독점했다(그래서 나는 힘센 남자도 싫어한다).
선거권은 현대에 와서 모든 성인 남녀에 허용되었지만 법의 속성과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혀. 대부분의 법은 항상 사회적 강자에 의해, 강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다. 사회 약자를 보호하는 법은 강자의 관심 대상이 아니거나 약자의 불만 폭발을 막기 위한 떡고물 정도로만 허용된다.
이 모든 것은 사회가 권력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그래서 나는 권력을 제일 싫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를 혐오하거나 염세에 빠질 필요는 없다. 그냥 ‘그게 나인걸’ 하면서 나를 사랑하며 살면 되고, ‘그게 세상인걸’ 하며 세상을 인정하면 그만이다. 강자에 대항해 약자의 몫을 더 늘리고, 법으로 보장되도록 애쓰면 된다. 만일 그 몫을 줄이려 하면 송곳니 드러내고 덤비면 된다.
그게 권력을 중심으로 도는 세상에서 약자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파업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처럼 저항할 권리도 법으로 보호된다. 그렇게 약자의 저항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강자가 한 걸음 물러서 수용해주면, 사회는 비교적 순탄하게 돌아간다. 반면 강자가 양보하지 않고 약자의 저항을 억누르거나 양보했던 것을 돌려달라고 앙탈을 부리면 소란이 생기고 사회는 조용할 날이 없게 된다.
요즘 한국은 정말 어지러울 정도로 시끄럽다. 새로이 권력을 잡은 강자가 양보는커녕 먹은 것 다 토해내라고 온갖 곳에서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집권하자마자 대통령 임명직 인사에게 옷 벗으라고 내몬 것은 그래도 참을 만했다. 그러나 그 다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산하 기관장들에게 노골적으로 나가라고 요구한 것부터는 눈뜨고 보기 민망했다. 꼴뚜기 다음에는 망둥이가 날뛴다고 했던가. 그 장관 수하 간부는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 종용으로 안 되자, 권한도 없는 한국방송(KBS) 이사회를 동원해 한국방송 사장의 퇴임 결의를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고, 감사원의 특별감사까지 끌어들였다. 그냥 그동안 먹은 것 토해내라고 생떼를 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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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5월14일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돼 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 |
절대적 지지 얻은 대통령이 조롱받는 현실
돌아온 강자의 횡포는 사회 전 분야에 도미노처럼 일어난다. ‘횡포’라도 세련되면 봐줄 만도 하건만 낡은 인물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참으로 생뚱맞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하자, 난데없이 대한상공회의소라는 상인단체가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국가 수립 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고, 이미 법적인 평가가 내려진 박정희의 긴급조치를 초헌법적 조처가 아니라며 교과서 내용을 고치라고 나섰다. 이제는 역사학자와 법률가들이 대한상의에 가서 재교육을 받아야 할 판이다. 이 모든 일이 지난 대선에서 도장 한번 찍는 일에서 비롯했고, 그렇게 당선한 대통령이 초·중등학생에게까지 조롱받는 현실이 놀랍고 서글픈 뿐이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도 강자는 있었고 그 강자도 약자의 저항을 받기는 했지만 돌아온 강자만큼 염치없지는 않았다. 꼴뚜기, 망둥이들. 노는 곳이 갯벌이라 하는 꼴은 뻘짓이다. 에라이 주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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