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회 후기] 나의 경험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 2022년 하반기 성희롱 예방 교육 후기

2022-12-26 91

나의 경험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 2022년 하반기 성희롱 예방 교육 후기

 

-허진선 회원(사무처 간사)

의무로서 듣는 성희롱 예방교육입니다만, 여느 교육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던 올해 하반기 성희롱 예방교육에 관해 간단히 후기를 작성해봅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예방교육 위촉강사이신 황지영 강사님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황지영 강사님께서는 이번 교육을 위해 전라도에서 먼 걸음을 해주셨습니다.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먼저 황강사님은 성희롱 관련 법령과 더불어서 공론화되었던 사건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셨습니다. 이어서 동료가 아닌 ‘여자친구 대하듯’ 대하거나, 주요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결국 업무상 승진과 성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등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차별은 구조적 차별이라는 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성차별이 발생했을 경우 해결과 대책에 있어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갖는 문제점들에 관해서 지적해주셨습니다. 일례로 1996년 미국 일리노이 주 일본 미쓰비시 자동자 현지공장의 경우 ‘성희롱 방치’로 공민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되어 여성근로자 300명에 대하여 3,4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즉,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에 대하여 책임을 묻게 하였던 사례인데, 이에 비해 한국은 성희롱을 인정하더라도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여 가해자를 징계하는 것에 그치거나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미비한 실정이라는 것이지요.

이번 성희롱 예방 강의가 여타 강의와 다르게 느껴졌던 점은 ‘2차 피해’와 주변인의 역할에 관하여 이야기해주신 부분이었습니다.  강사님은 2차 피해에 대해 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 행위자에 의한 2차 피해, 사건처리 과정에서의 2차 피해 세 가지로 나누어 예시를 들어주셨습니다.

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 사례로는 ‘일방적 휴가 지시’, ‘조직을 위해 원만한 사건 해결 요구 및 종용’, ‘다른 업무 부여 또는 피해자의 욕구와 무관하게 타 부서로 이동’, ‘예민한, 까다로운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등이 있고, 행위자에 의한 2차 피해의 경우 ‘행위자의 부인과 거짓 증언’, ‘행위자의 가식과 진정성 없는 사과’, ‘피해자/피해자 친구, 동료, 가족에게 접근하여 중재 및 고소 취하 종용 및 협박’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사건처리 과정에서 또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사건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를 배제하거나, 행위자에 대해 경징계 후 성급하게 사건을 종료하는 것, 개인문제로 치부하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의 내용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주변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상상해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학교 교사가 후배 교사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에서, 연수 중 연수 가이드에 대해 불필요한 언행과 신체접촉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내가 주변인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단순히 서로를 ‘존중’하는 관점이 아니라, 타인의 입장과 고통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또한 피해에 대한 공감은 나의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고통도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도요.

조직적으로도 성희롱·성폭력 및 2차 피해 예방지침과 기관 내 처리 매뉴얼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겠지요. 이와 함께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안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었던 사람” 보다 “자주 ‘안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두려워하며, 일상생활을 조금 긴장하며 살았던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자구요. 

이제는 연례 행사가 된 성희롱 예방교육입니다만, 이전 강의들에 비해 조금은 더 나의 이야기 같고 유의미하게 느껴졌던 강의였습니다. 온라인과 현장 강의를 병행하며 진행하다보니 현장 참석자가 온라인에 비해 많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들으니 집중력 있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하고 있는 시기에 앞으로 월례회의 현장 참석자가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후기를 마칩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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