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희망배를 띄우자 – 거제 희망버스 참여 후기

2022-08-30 87

희망배를 띄우자

김예지 노동위원회 위원

벌써 입추가 지났으므로 지난 계절의 일이다. 더위가 잠시 고개를 숙인 7월 말의 어느 날, 수원에서 희망 버스를 탑승하여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를 포함한 여러 노조의 조합원들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거제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발걸음이 가볍진 않았다. 전날 대우조선 파업은 마무리된 상태였으나 노동자들이 원했던 임금 회복도, 민·형사 책임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 그러나 무거웠던 분위기도 잠시, ‘희망배 띄우기’ 행사에 필요한 종이배를 접어야 했다. 종이를 만지작거리다 포털 사이트에 ‘배 접기’를 검색해보고, 근처 자리에 앉은 사람들끼리 서로 ‘팁’을 주고 받으며 실로 수십 년 만에(?) 배를 접었다.

버스는 금세 거제에 도착했다. 시야가 닿는 먼 곳까지 대형 크레인들이 보였다. 조선소의 규모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다. “진짜 사장이 나와라”라는 중독성 짙은 후렴에 맞춤인 몸짓 공연이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이용우 노동위원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행사를 이끌다 멋쩍은 듯 “변호사가 이런 자리에서 발언하는 거, 어색합니다!”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풍물 소리는 유쾌했고, 참가자들이 들었던 깃발과 각양각색의 풍선이 흥겹게 흔들렸다.

그러나 현실과의 낙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초 파업은 삭감되었던 임금의 정상화 요구로 시작되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파업 막바지에 민·형사상 책임이 주된 쟁점이 되었다. 그마저도 노조의 입장은 관철되지 않았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불과 한 달 후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조합원들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나는 대우조선 파업을 생각하면 ‘죽음’이 떠오른다. 이들은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쳤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몸부림이었다. 실제로 장시간·고강도·고위험 노동으로 인해 조선업의 산재사망만인율은 전체 업종 평균의 2.73배다. 하청 근로자들은 평생 위험한 업무를 도맡아 하지만, 아무리 숙련되더라도 최저임금을 받는다.

유최안은 죽음의 현실에 맞서 0.3평의 공간에 180cm가 넘는 장신을 구겨 넣음으로써 더욱 위험해졌지만, 그럼에도 계속 ‘살아서 나가겠다’고 했다. 실제 이들은 살고 싶다. 살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들이 죽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협박하고, 갚지도 못할 수 백억원의 손배소를 이야기할 수 없다. 진짜 희망을 위해서는 더욱 연대하고, 구조를 바꿔야 한다. 손배소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에 함께 관심을 갖고, 원청이 교섭에 나오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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