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울릉도, 그곳에도 민변 회원이 있다!
울릉도 1호 변호사 백승빈 회원 인터뷰
-인터뷰어 : 서성민
– 서성민 : 울릉도에 변호사님 한 분이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민변 회원이신 것을 알고 반갑기도 하고 놀라웠어요. 민변에 가입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백승빈 : 회원이신 조아라 변호사님이 연수원 동기인데요, 조아라 변호사님 소개로 2017년쯤 민변 가입했고, 현재, 소수자위, 아동위, 디정위에 속해있어요. 텔레그램만 들어가 있고 활동은 못 해서 죄송합니다. 😅
– 서성민 : 변호사님께서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백승빈 : 학창 시절엔 약간 생각하는 방식이 엉뚱해서 가끔 돌발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법대를 나온 제가 가진 지식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직업 중에서 일의 선택이 자유롭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비교적 용이한 선에서 어디에 속박됨이 없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직업이 변호사라고 생각했습니다.
– 서성민 : 많이 들어본 질문이시겠지만, 울릉도에서 개업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요.
백승빈 : 연수원 동기를 통해서 지금 사무실에 함께 있는 사무장님을 알게 되었는데요, 사무장님으로부터 울릉도에 대해 많이 듣기도 했고, 사무장님이 함께 일을 하기로 해서 울릉도에 개업할 수 있었어요. 아마 혼자였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에요.
원래는 부산이 고향이고 초·중·고·대학교를 전부 집에서 걸어다녔고, 개업하기 전까지는 울릉도에 와본 적도 없었어요. 울릉도가 독도 옆에 있는 거, 오징어 유명하고 그런 것만 알았죠.
– 서성민 : 현재에도 울릉도에 변호사가 한 분이신가요.
백승빈 : 네. 법무사가 두 분이 활동하시다가 현재는 한 분이신데, 변호사는 제가 계속 혼자입니다.
[사무실에서]
– 서성민 : 우리 출홍팀에서 울릉도 인터뷰를 직접 가서 해볼까 하는 농담 반 진담 반 얘기가 나와서 울릉도로 가기 위한 배편을 알아보았더니, 강릉이나 묵호, 후포에서도 갈 수 있고, 포항에서도 갈 수 있는 것 같긴 한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백승빈 : 강릉이나 묵호, 후포에서 들어오는 배는 좀 빠르긴 한데, 배가 작아서 멀미가 심할 수 있구요, 포항에서 들어오는 것은 대형 크루즈가 있는데, 1,000명 정도 탑승이 가능하고, 침대 객실이 있어요. 주로 밤에 출발하는데 울릉도까지 6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 서성민 : 배로도 꽤 오래 걸리니까 재판이나 수사기관 조사 참여 등 업무를 어떻게 소화하시는지 궁금해요. 기상악화로 재판에 못 가고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백승빈 :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여태까지 한번은 출석을 못 했어요. 그런데 출석을 못하더라도 재판부에서 제가 울릉도에서 오는 걸 아니까 미리 알려만 달라고 그러기도 합니다. 😅
보통은 날씨를 보고 지내면서 날씨가 안 좋거나, 겨울 시즌에는 재판보다 하루 이틀 전에 미리 육지로 나가 있다가 일정에 참여를 해요. 미리 나갈 때가 바로 제가 겸사겸사 바람도 쐬고 그럴 때죠. 😄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미리 맞춰 나갔는데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나는 미리 나가 있는데, 재판기일 전날에 상대방이 기일변경신청을 해서 기일이 변경되면 뭐라고 말도 못 하고 허무하죠. 이 자리를 빌려서 조금 불평 좀 하고 싶네요. 😃
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제가 재판 전날에 배를 타고 육지로 가는데 배에서는 멀미가 좀 나서 업무를 하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그 사이 상대방이 준비서면을 제출한 거예요. 저는 미리 보지도 못하고 재판에 출석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상대방 변호사님이 저에게 미리 볼 수 있지 않았냐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저도 좀 당황스러웠는데, 그 때 판사님이 상대방 변호사님에게 화를 내시면서 “이분은 울릉도에서 배 타고 나오니까 하루 전에 서면 보내면 못 봅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통쾌하더라고요. 가만히 웃고 있었죠. 다시 생각해도 그 판사님 감사하네요(웃음).
[눈 오는 날 울릉도에서]
– 서성민 : 울릉도는 관할 법원이 어디인가요.
백승빈 : 울릉도는 포항지법 관할이어서, 대부분 포항지법이나 대구고등법원을 가게 되고, 최대 멀리는 여주지원에 가봤어요. 왕복 이동시간은 24시간, 재판은 5분이었어요…😅
– 서성민 : 울릉도에서 맡은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백승빈 : 아무래도 첫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역시 울릉도답게 저의 첫 사건은 어촌계 재산인 선박에 대한 가압류에 이의를 신청한 건이었거든요. 개업하자마자 맡은 첫 사건으로서 제가 주장한 내용들이 법원의 결정문에 모두 담겨 인용되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꼈죠.
– 서성민 : 아무래도 좁은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이고, 사건이 잘 안 풀리면 주민들과 관계가 어색해지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떠신지요
백승빈 : 사실 승패에 따라 어색해지는 일은 잘 없는데.. 어떤 일이 많이 있냐면.. 간단히 말해 이겁니다. 아침에 원고가 찾아오고, 오후에 피고가 찾아와요. 너무 곤란하기도 해서 저는 먼저 오신 분을 도와드리고, 나중에 찾아오시는 분에게는 양해를 구하는 편인데요. 그런 과정에서 사이가 안 좋아진 경우가 있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오후에 찾아오는 피고 중에서 울릉도에 짬뽕 맛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계신데, 그 이후로 그 맛있는 짬뽕을 아직까지 못 먹고 있습니다.😥
– 서성민 : 업무 외에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주말에도 울릉도에 계시는 건가요?
백승빈 : 저는 아웃도어 체질은 아니어서 주로 방에서 책보거나 게임하거나, 날씨 좋으면 울릉도 일주도로를 타고 드라이브하고 그렇게 지냅니다.
주말에 육지로 나가는 게 더 피곤해서 잘 나가지는 않아요.
[울릉도 마스코트 해호랑 앞에서]
– 서성민 : 저는 아직 울릉도에 가본 적은 없는데, 저와 같이 울릉도를 가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는 민변 회원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 좀 알려주세요.
백승빈 : 먼저, 비용적으로는 일본 정도 간다고 생각하셔야 할 것 같아요. 울릉도 성수기가 물결이 잔잔해지는 4월 초부터 8월 말까지는 성수기라고 보아야 하고요, 울릉도에 오시려면 3월, 4월, 5월, 10월 중에서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8월에는 습도가 심해서 힘드실 겁니다.😓
2박3일로 오시면 포인트는 다 볼 수 있고요, 4박 5일로 오시면 아주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습니다.
– 서성민 : 이번 인터뷰 이후로 민변 회원들이 울릉도에 가실 때 연락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백승빈 : 아휴 물론이죠. 저도 사바세계의 사람이 그립기 때문에 좋습니다(웃음). 실제 변호사님들이 울릉도에 오실 때 연락을 주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하구요, 대구지방변호사회에는 독도위원회에서 활동하시는 변호사님들이 코로나 전까지는 거의 매해 오셨고, 올해도 아마 오시지 않을까 싶어요.
– 서성민 : 민변의 활동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씀 어떤 게 있을까요.
백승빈 : 저는 민변이 구성원이 많음에도 회원들 간 서로 친목을 도모할 기회가 적고, 민변 활동을 쉽고 친숙하게 시작하기 위한 계기가 좀 없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민변의 복면가왕 이벤트를 재밌게 봤는데, 그런 행사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멀리서도 참여할 수 있게 온라인도 병행해주세요. 😄 저도 몇 번이나 민변 총회에 참석하고자 하였으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참 쉽지가 않더라고요. 아쉽습니다.
– 서성민 : 변호사님께 민변이란 어떤 곳일까요.
백승빈 : 한마디로 말하자면, 저에게 초심을 일깨워주는 곳이에요. 민변 회원들의 교집합이라고 하면 뭔가 그래도 사회의 순기능을 위해 내가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개인적인 업무를 하다 보면 어떻게 편하게 돈 좀 벌 수 있을까 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민변 활동을 보고 스스로 돌아보며 초심을 잊지 말자고 스스로 자꾸 일깨우게 되는 거울과 같은 곳인 것 같아요.
– 서성민 : 마지막으로 민변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승빈 : 제가 속해있는 위원회 분들께 적극적으로 활동을 못 해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 번 전하고 싶구요, 민변 회원여러분들은 울릉도에 오시게 되면 꼭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술이라도 한 잔 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