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회 후기] “행복하세요” – 민변 4월 회원 월례회 후기

2022-05-02 71

민변 4월 회원 월례회 후기

신하나 

몇 년 전 로스쿨을 다닐 때 일이다. 이른 아침 단톡방이 ‘우리 학교에서 정우성(배우)이 촬영한다더라.’라며 시끌시끌하다. 나는 쿨하게 ‘정우성은 내 타입 아니야.’라고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기고, 법전원을 올라 사물함으로 향하던 복도에서 마치 운명처럼 그를 마주쳤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담배를 물로 벽에 비스듬하게 서 있는 그의 멋짐을 지금도 말로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얼핏 ‘나랑은 종족이 다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만 있다. 촬영 끝나길 기다렸다가 피곤한 그를 붙잡고(나 말고 우리 행정실 팀장님이 붙잡았다) 첫 법전을 들이밀어 기어이 사인을 받았다. 사인을 받고 싱글벙글 웃는 나의 얼굴이 누군가의 페이스북에 박제되어 돌아다녔고, 동기들은 ‘정우성 니 타입 아니라며’라고 한참을 놀렸…. 여튼, 첫 법전을 들이밀자 그가 적었다. 

“신하나님, 행복하세요.”

그 이후 행복,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나는 정우성이 생각난다. 

우리 오빠가 나 행복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맨날 맨날 일만 하면 안되는데.

민변 4월 회원 월례회는 ‘코로나 시대의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시간이었다. 평소에 회원 월례회를 꼬박꼬박 챙겨 나가는 편은 아니다. 연차가 쌓이고 아기를 키우면서 나에게 참석의 의무가 있는 모임에만 간신히 얼굴을 비추고, 해야할 일을 부여받은 다음 부랴부랴 사무실이나 집,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곳으로 향해왔다. 이번 월례회 출석은 조금은 충동적이었다. 집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이현아 사무차장님이 월례회에 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텔레그램을 보낸 것이 기억이 나서, 그냥,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줌을 켜서 월례회 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난 이현아 차장님 말을 잘 듣는 편이라, 과감하게 카메라도 켰다.  

민변 대회의실에 몇 명이 도란도란 앉아있는 것 같았고, 줌(zoom)을 통해 TV에서 여러 번 보았던 김경일 교수님이 강의를 시작하셨다. 1시간 반 동안 교수님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대충 이런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 행복과 만족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이다.  

2) 마음이 아프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진통제’가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경한 상해를 당한 뇌 상태와 비슷해지는데, 진통제는 뇌의 통증을 관장하는 부위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3)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다치고 힘들 때, 몸이 아플 때와 같이 대처해라. 잘 먹고, 잘 자고, 혈액순환을 위한 마사지 등을 해라.

 

줌(zoom) 회의의 장점은 강의 중간에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강의를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아주 좋다. 강의 주제가 편하고 교수님의 강의가 재밌어서 그런지 민변 회원들의 댓글이 아주 활발하고 재미있었다. 중간 중간 교수님이 댓글을 보며 빵터지시기도 했는데,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더 기발하고 재미있는 댓글로 튀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알고보면 이렇게 재밌기도 한 집단이라는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수님이 ‘잘 자고 잘 먹으라.’고 자주 말씀하셨던 점이다. (참고로 교수님은 아주 힘든 날, 막창 2인분에 소주 1병을 드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 맛집은 어디일까 너무 궁금하다). 생각해보니, 업무가 늘어나고 바빠지면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잠이고, 가장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이 식사이다. 

‘나는 솔로’라는 연애 프로그램이 있는데, 과거 ‘짝’처럼 참여자들이 숙박을 하며 자신의 반쪽을 찾는 컨셉으로 진행된다. 간간히 변호사가 나오는데, 꼭 그렇게 새벽에 노트북을 켜서 일을 한다. 유난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실제 우리네 삶이 그렇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잠을 줄이면 되고 밥은 건너뛰면 되는 것이지만, 내 앞에 주어진 과업은 꼭 해야하는 것이니까. 잠과 식사는 나에게만 영향을 주지만, 우리의 업무는 나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치니까 착한 우리는 비교 형량해서 대개 업무를 선택한다.  

아, 이건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를 기회 삼아서, 조금 더 수면시간과 건강을 지키자고 약속해본다. 나는 강의 다음 날 아주 예쁘고 그다지 쓸모가 없는 키보드를 하나 샀다. 이번 주에 민변 공익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변호사님들을 불러다가 제철인 쭈꾸미를 먹으러 가기도 했다. 나는 행복하기 위한 아주 작은 실천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 분명한 우리 회원여러분들도 아주 작고 확실한 행복을 챙기셨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이 후기를 적기로 결심한 이유는 김경일 교수님의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 생활’ 사인본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5명 안에 들었나보다. 책을 열어보니, 첫 장에 ‘신하나 변호사님, 행복하세요.’라고 적혀있다. 유명인 2명이 나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다. 여러분, 행복합시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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