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人의 공간] 법률원계의 ‘쿨-시크’, 금속노조 법률원 사무실에 가다

2022-04-01 151

[민변人의 공간③] 법률원계의 ‘쿨-시크’, 금속노조 법률원 사무실에 가다

-작성: 허진선

 

[민변人의 공간]은 민변 회원의 시선에서 민변 회원이 소속된 사무실이나 공간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터뷰 응답자의 의견은 해당 사무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서대문에 위치한 ‘금속노조 법률원’을 방문했습니다. 복도부터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가 늘어서 있었는데요. 이 공간에는 어떤 회원들이 근무를 하고 계실까요?

 

허진선(이하 “허”): 간단히 두 분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떻게 법률원에 오시게 되었는지도요.

박다혜(이하 “박”): ‘요새 변호사’를 찾고 계신다며 섭외를 해주셨는데요, 그렇게 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10년차 변호사입니다. 법률원에 온 지는 7년차가 되었어요. 변호사 되고 환경단체에 있다가 국회의원실에서 일했어요. 노동운동, 노동조합에 관심이 있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서범진(이하 “서”): 저는 3년차 서범진 변호사입니다. 저는 사실 변호사가 너무 막 하고 싶었다거나 하는 경우는 아니었는데요, 그래도 변호사를 한다고 하면 법률원에서 하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법률원에서 하는 일은 노동조합 활동과 결합해서 하기 때문에 확실히 운동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왔어요.

허: 두 분이 오시게 된 계기가 비슷하네요.

박: 저희 둘은 그런데, 어떤 지향을 가지고 법률원에 오게 되었는지는 변호사님마다 다 다를 것 같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것 같아요.

 

허: 법률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법률원을 소개하는 박다혜 회원과 뒤쪽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책꽂이의 사진
법률원을 소개하는 박다혜 회원

박: 민주노총법률원이 생긴 것은 2002년이고요, 법률원에는 산업별 노조 편제에 맞추어 크게는 총연맹법률원, 금속노조법률원, 공공운수노조법률원, 서비스연맹법률원 등이 있구요, 그 외에도 전교조, 언론노조, 사무금융노조, 건설노조 등에 소수의 구성원이 파견되어 있기도 합니다. 지역사무소도 여러 곳에 있구요. 이 모두를 ‘민주노총법률원’으로 통칭하고 있고 ‘법무법인 여는’이라는 법인으로 통합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느새 올해가 20주년이라고 하네요.

 

허: 그럼 법률원 소속으로 되어 계신 분들은 서로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 변호사, 노무사, 사무직원분들까지 합쳐서 100명이 넘어요. 옛날부터 오래 계셨던 분들끼리는 잘 아실텐데, 상대적으로 (법률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산업별 노조 소속이나 근무 지역이 다르면 잘 몰라요.

 

허: 금속노조 법률원은 언제부터 여기 있었나요? 법률원이 생길때부터?

서: 원랜 아니지 않았나?

박: 초기에는 저기 영등포쪽에 있었어요. 그때 아마 노조가 거기 있어서 같이 있었을 거예요.

서: 맞아요.

박: 지금 여기 4,5,6층이 금속노조거든요. 노조가 옮길 때 같이 옮기는 거여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도 대림동에 있다가 등촌동으로 간 것도 공공운수노조가 옮기면서 같이 옮긴 거예요.

 

허: 민변 서초동 사무실과는 꽤 먼데요. 활동하는 데 있어서 제약은 없으세요?

박: 그 부분은 정말 쉽지 않죠. 아무래도 거리가 있으니까요. 점심 모임은 참여할 생각도 하기 어렵고 저녁 모임이라도 6시에 딱 퇴근해서 가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원래 가지 않다 보니까 온라인으로 모임이 전환되어도 가지 않게 되더라구요.

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까 관계가 형성이 되잖아요. 이미 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고요. 법률원 변호사들은 그런 커뮤니티에 속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혼자라도 가자니 법률원 사람들이 아무도 없으니까 혼자 뻘쭘하기도 하고요. 물리적으로라도 가면 인사도 자주 나누고 자연스럽게 친해질텐데 멀다 보니까요. 재판가기도 쉽지가 않아요.

박: 민변 사무실에 한 번도 안 가보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허: 사무처에서도 한 번도 뵙지 못한 회원분들이 있다보니 고민이 많습니다. 그 회원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박: 조직이 커지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회원들이 생기고 하면서 소통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서범진 회원 뒤로 회의실 문이 있고, 회의실 문 옆으로 깔끔한 책꽂이가 놓여있다. 책꽂이엔 책이 가득하다.
“자주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서범진 회원

서: 자주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근데 또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총연맹 사무실은 가까운데도 코로나 때문에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법률원 안에서도 방역 때문에 서로 교류를 자제했거든요. 민변 회원분들도 코로나가 풀리고 자주 볼 기회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거는요, 로스쿨 회원, 특별회원들을 회원으로 받잖아요. 노동문제, 노동법률 관련해서 알려내고, 새로운 세대들, 진지하게 관심 있는 사람들과 컨택 지점을 만들어내는 사업을 법률원과 민변이 함께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어떤 사람들이 어떤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지를 알아야 법률원도 활동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컨택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아, 그래도 박변호사님은 나름 ‘인싸(이더)’이세요. 민변이랑 함께 하는 사건도 많이 맡고 계시고요.

박: 한 번 멤버쉽, 소속감이 생기면 그 다음은 쉬운데, 그 한 번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서초동에 재판이 있으면, 재판 사이에 시간이 비면 민변 사무실 가서 일을 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다니는 게 어렵지 않은데 아예 갈 생각을 안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소속감이 없다라고 생각하시면 그럴 수도 있죠. 느슨한 방식이라도 접점이 생기면 좋겠어요.

 

 

허: 사무실 들어와보니까 방이 있는 보통의 변호사 사무실 보다는 일반적인 회사 사무실 구조 같아요. 뭔가 이유가 있을까요?

박: 어~ 제가 왔을 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는데요. 글쎄요. 의도나 의미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서: 음 굳이 의미 부여를 하자면, 노조도 이렇게 되어있잖아요. ‘방’을 둔다는 것 자체가 변호사나 노무사를 일종의 ‘특별대우’해준다라는 느낌이 있으니까 우리는 노조 사무실처럼 모두가 동등하다, 또 벽이 없으면 서로 소통하기도 편하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한 것 같아요.

박: 사실… 정말 그런 의도인지는 알 수는 없어요.(웃음) 사무실 소개해달라고 섭외 받았을 때도 권두섭 변호사님처럼 법률원의 대표성을 띄는 분을 섭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는데, 그런 분들이 이런 사무실의 역사를 잘 아실 것 같아요.

서: 권두섭 변호사님이라면 그런 의미라고 얘기하셨을 것 같아요.(웃음) 어쨌든, 누군가 방을 만들자고 이야기를 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이유에서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근데 또 생각하시는 게 다 다를 수는 있겠죠? 어떤 분들은 방이 있는 것을 원하실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허: 자리는 입사 때부터 쭉 고정으로 가는 건가요?

박: 저희도 인원이 점점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공간 배치도 변형되기도 했구요. 원래는 민주노총 법률원이랑 사무실을 같이 썼는데요. 인원이 많아지면서 다른 곳으로 찢어졌고 금속노조법률원은 여기 남고, 여러 번 사무실을 개편하고 인원이 많아지니 책상 크기도 좀 줄이기도 했고요.

서: 생각해보니 방을 만들 면적도 안 나오겠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자리 경쟁이) 치열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어요. 원래 제 자리는 다른 변호사님 자리였는데요, 그분이 육아휴직을 가신 사이에 제가 그 자리로 들어가버렸죠.

박: 저희가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자리 쟁탈전이 있습니다.

 

허: 자리는 제비뽑기로 정하나요?

박: 처음에는 공간구성을 다시 하면서 회의를 통해서 정했구요. 그 이후에는 남는 자리 중에 먼저 찜하는 사람이 차지했습니다.

서: 저는 동기가 셋인데요. 입사할 때 자리가 네 개 정도 비어있었어요. 명당이 다 달라요. 그래서 가위바위보로 정했습니다. 등쪽에 벽이 없는 자리는 뒤에서 모니터가 바로 보입니다. 딴 짓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뒤에 벽이 있는 자리로 가야 되거든요. 아 이 부분은 편집해주시구요. 암튼 그래서 그런 자리를 얻기 위해서 사전 정보 공유가 치열하죠. ‘누가 이번에 저기 자리를 비운다더라’ 같은…

 

허: 사무실에서 자랑해주실 만한 공간을 말씀해주세요.

서: 쓰흡… 자랑할 만한 공간?

박: 자랑할 만한… 커피머신? 저희 탕비실이 있는데 커피머신 작은 게 있어요. 커피 머신을 들일 때 진한 토론이 있긴 했지만요. 커피머신 필요 없고, 카누를 먹으면 된다고. 믹스 커피면 되지 무슨 원두냐고. 그래도 도입되고 나서는 다들 열심히, 만족하며 먹고 있습니다.

서: 저희가 커피를 하루에 여러 잔 마시거든요. 귀찮기도 하고 똑같은 것만 마시면 지겨우니까 사 먹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만족합니다.

 

허: 커피를 하루에 여러 잔 마신다는 것은 조금 슬픈데요. 늦게까지 일하시는 건가요?

서: 어디까지 진실을 말해도 될까요? ‘공식적’으로는 여섯 시 퇴근입니다.

 

허: 화상회의 장비도 있네요. 민변 사무실에는 없는데요.

박: 저희는 코로나 초기에 샀어요. 코로나 유행 초기에 한 명이라도 확진이 의심되거나 증상이 있다고 하면 재택근무를 했었는데요. 재택근무를 잘 할 수 있게 태블릿 PC와 모니터 비용을 지원받았고요. 그때 같이 (화상회의 장비를) 들였습니다.

 

회의실 한쪽에 모니터, 마이크 등 화상회의 장비가 놓여있다. 서범진 회원이 화장장 비 앞에서 왼손을 펼쳐 들며 말하고 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화상회의 장비를 설명하는 서범진 회원

 

 

허: 법률원 주변에 맛집이 있나요?

박: ‘독립맥주공장’ 좋아합니다. 이 골목에 브루어리가 있다니.

서: 저는 비건지향 채식중인데요. 주변에 식당은 먹을 만한 곳이 없어요. 시청쪽으로 가면 있는 ‘바리’나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루소커피’를 좋아합니다.

사진 좌측에 서범진 회원이 보이고 하늘색 커버의 태블릿PC가 보인다. 옆에는 검은색 커버의 태블릿PC와 함께 박다혜 회원이 앉아있다. 둘 뒤쪽으롱 책이 가득 꽂힌 하얀색 책꽂이가 보인다.
이야기를 나누는 서범진 회원(좌)과 박다혜 회원(우). 두 사람 앞에 법률원으로부터 지원 받은 태블릿 PC가 놓여있다.

 

 

허: 금속노조 법률원 사무실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금속법률원은 네모다.

서: 남의 법률원을 이야기하기는 쉬운데 자기 법률원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굳이 이야기한다면… 자유롭다?

박: 밖에서 보시면 법률원이 하나의 조직처럼, 서로 어떤 일 하는지도 다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아요. 독립적으로 각자 일을 많이 하고요. 금속노조 법률원 같은 경우는 금속노조와 일상적으로 소통을 많이 하구요. 본부 뿐만 아니라 지부나 지회하고도 상시적으로 소통하면서 일을 하다보니까 각 산별 노조의 성격이랑 비슷해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서: 공공운수노조는 좀 차분하고 아기자기해보여요.

박: 저희는 그렇지는 않죠.

서: 저희는 약간 쿨시크(Cool-chic)한 분위기. 가족 같은 분위기 보다는 서로 쿨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이라고 써있는 현판 앞에 박다혜 회원이 사진 좌측에 서있고 사진 오른쪽에 서범진 회원이 웃으며 서있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쿨시크한 분위기를 지향한다고 말하셨지만 박다혜, 서범진 회원님은 누구보다도 따스한 미소와 활동에 대한 열정을 가진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무실 방문이었습니다. 법률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무실 소개와 자랑을 원하시는 회원은 언제든 민변 사무처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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