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하여 매 년 한국사회의 인권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21. 12. 6.(월)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올 해로 21번째 인권보고대회가 진행되어, 마지막 순서로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앞으로 인권(운동)의 전망을 짧게나마 진단하는 ‘주요인권현안대담(종합토론) – 인권과 기본권의 관점에서 본 문재인 정부 정책 평가’를 진행하였습니다. 펜데믹이라는 재난의 시대를 떠받는 이들, 소외된 사람들, 이 과정에서 물러난 인권들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노동, 정보인권, 성평등, 반차별 등 여전히 개선되지 못 한 인권 문제에 대한 대담을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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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변 2021 한국인권보고대회 주요인권현안대담 현장사진 1 민변 2021 한국인권보고대회 주요인권현안대담 현장사진 1 ⓒ 민변
– 조수진: 2021년 한국인권보고대회의 ‘주요 인권 현안 대담’, 종합토론 시간입니다. 이번 대담은 광화문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인권과 기본권 관점에서 볼 때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정책이 어떠했는가를 보려고 합니다. 특히 올해 2021년을 돌아보면서 가장 이슈됐던 정책을 중심으로 평가해볼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미래를 봐야겠죠, 앞으로 남은 과제를 짚어보면서 새로운 인권 담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짚어보는 자리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저희가 다양한 관점으로 대담을 해주실 전문가 분들을 굉장히 어렵게 모셨는데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여성현실연구소 권김현영 소장님, ‘시사인’ 전혜원 기자님 오셨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 활동가이신 미류 활동가님, 민변 회원이신 법무법인 덕수의 김준우 변호사님 모셨습니다.
– 전혜원 주간지 ‘시사인’ 경제팀 기자. 노동 관련 시가를 주로 쓰고 있으며,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저자
–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에 초점을 두고 관련 적업을 진행 하고 있음. <여자들의 사회> 저자.
–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밀양 송전탑, 세월호 투쟁 현장에 있었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활동 중.
– 김준우 민변 회원. 현 개혁입법과제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언론연대팀장 담당. 법무법인 덕수.
– 조수진: 오늘 대담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재난, 이 재난의 시대를 자신의 인권을 희생하면서 떠받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한번 돌아보고 그다음에 이 재난의 시대에 소외된 사람들 자신의 몫조차 없는 분들은 누구인가를 한번 보고 재난을 이유로 물러난 인권이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재난의 시대 이후에 더욱 더 주목해야 하는 인권은 무엇인가, 순서로 대담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재난의 시대를 온몸으로 떠받치던 사람은 누구인가
– 조수진: 문재인 정부 후반기가 됐어요, 5년째가 됐는데 특히 올 한 해 코로나로 굉장히 많은 분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으로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보고가 된 때부터 만으로 2년이 됐습니다. 최근 변이바이러스까지 출몰하면서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온몸으로 이 코로나 재난 시대를 떠받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런 분들 그들의 인권은 어떤 상황이지, 이런 부분을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권김현영 선생님, 누가 지금 이 시기를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다고 보세요?
– 권김현영: 아마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코로나 환경에 방역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보건의료 영역에서 돌봄노동자들이 정말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떠받쳤던,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본인들의 위험과 과잉 노동을 다 떠받쳤던 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간호사분이 갖고 있는 노동환경은 워낙 한국이 전 세계 OECD 국가에서 가장 1인당 환자, 병상 수가 많다는 것으로 유명한데 코로나가 진행되면서 이 조건이 더 나빠지기도 했고 방호복 같은 것을 입으면서 개인적으로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는데 관련된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 그리고 공공병원이 5%밖에 되지 않는데 거기서 80%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식의 공적인 돌봄 노동과 관련된 필수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휴게시간, 교대근무의 어떤 보장, 대체근무수당이라고 하는 것들 이런 것에 대한 보상이 형편없었던 것이 굉장히 큰 문제가 되어서 올해 9월에 파업을 준비했다가 정부가 그제서야 조금 양보해서 관련된 법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하나 있고 이것뿐만 아니라 사실 사적 영역에서도 돌봄과 관련된 영역을 대부분 여성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 전반적으로 많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관련된 시간 동안 지난 2년간 육아휴직 돌봄, 가족 돌봄 휴가를 쓰는 사람 대부분이 여성이 3배 이상 많았고 그리고 남성들은 주당 돌봄 시간이 10분 이내 여성들은 2시간 이런 식의 격차가 굉장히 많이 벌어진 것을 알 수 있었고 코로나로 인해서 재택근무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재택근무로 인해서 평균 노동 시간이 남성들이 2시간 정도 줄었는데 사실 돌봄과 관련해서 쓰는 시간은 1.8시간이라고 나타난 반면에 여성은 6.7시간으로 굉장히 사실 큰 차이가 드러나게 되면서,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가 멈추고 그리고 우리를 잠깐 안전하게 만드는 모든 종류의 돌봄 노동 영역에 여성이 젠더화된 케어버든을 떠받치고 있었다고 분석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인 것 같습니다.
– 조수진: 권김현영 소장님 방금 말씀해주신 것 중에서 재택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고 있잖아요. 결국에는 집에서 누군가가 이들을 돌보고 있는 건데 그게 누구인가를 미처 생각 못 했던 것 같습니다. 통계상 보면 여성이 훨씬 휴직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여성들이 이렇게 일을 쉬면 나중에 승급에서 불이익이 되고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텐데 이런 부분들은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그분들 개인의 몫으로 다 돌아가는 것인가 굉장히 걱정이 됩니다.
– 권김현영: 노동 시장의 큰 변동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코로나 1년 차 때 여성 노동자 휴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나온 상황도 있고 자영업자 절반 이상의 여성들이 1인 자영업자로 있는 영역에서 폭력에 취약하기도 하고 또 대형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폐업 같은 조치가 많이 되면서 여성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위축되고 빈곤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것과 같이 연결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조수진: 알겠습니다. 두 번째로 전혜원 기자님, 재난의 시기를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다는 사람 중에서 특히 누구의 인권을 주목하십니까?
– 전혜원: 저는 아무래도 플랫폼 노동자라고 불리는 분들의 인권을 주목하게 되는데요.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했던 게 두 가지 서비스가 있는데 음식 배달하고 물건배송이잖아요. 여기서 음식 배달 노동자들의 거의 전부가 플랫폼 노동자이고, 물건 배송하는 분들 중에 상당수가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하는데 이분들의 인권에 대해서 말하자면 사실 큰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잇츠’, ‘요기요’ 같은 데서 주문하면 그 업체 소속 라이더가 올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오는 분들은 굉장히 소수고 대다수는 길가다 보면 보이는 생각대로, 부릉, 아니면 OO콜 등 배달대행업체 소속입니다.
그런데 이게 주문업체 소속이든, 배달대행업체 소속이든 근로계약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서 계약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이런 형태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전반적인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다만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로서 산재보험만 가입할 수 있는데 이 마저도 가입한 사람도 많지 않고 가입해도 일반노동자는 사업주가 100% 보험료를 내주는데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는 50%를 본인이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관련해서 헌법소원도 한 바 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쿠팡 배송시키는 분도 많이 늘었잖아요. 쿠팡 배송을 쿠팡맨, 쿠팡에 직접 고용된 분이 많이 하기도 하는데 그거 말고 자기 차량으로 해서 건당 수수료 받는 분들 있잖아요. ‘쿠팡 플렉스’라고 하는데 그분들도 플랫폼 노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택배기사는 특고(특수고용)로서 산재가 되는데 쿠팡은 자기 회사가 물건을 사서 배송하는 형태다 보니까 법적으로 택배가 아니라고 해서 산재보험 자체가 않되지 아요. 그래서 똑같이 택배 일을 하는데 여기는 산재보험도 되지 않고 특별히 사회적 이슈도 되지 않는 이런 점에서 굉장히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택배기사 과로사가 작년 16명, 올해 5명 이렇게 이어지면서 올해 두 차례 사회적 합의가 있었습니다. 배송 전 단계 분류 작업이 원청 책임이라고 확인했는데 이 비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누가 분담할지 아직 정리가 덜 된 모습이 보이고요. 그래도 올해 6월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노조법상 사용자라고 인정한 판정이 굉장히 의미 있게 나왔습니다.
물론 사측이 여기에 다시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했지만, 어쨌든 이런 부분에서 약간 진전도 있지만 너무 더딘 것 아닌가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책임지는 분의 인권 상황은 상당히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조수진: 요즘에는 하루라도 음식 배달이나 물건 배송을 시키지 않는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밖에) 나가서 먹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지고 어린아이가 있거나 노약자가 있는 곳은 더더욱 그렇고 플랫폼 문제는 세상에 없던 일은 아닌데 가속화되고 있고 이런 생각이 들고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올 한 해로 끝나지 않을 거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재난의 시대에 소외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 조수진: 두 분의 간단한 내용 발제 겸 문제 의식을 들어봤는데요. 이번에는 재난의 시대에 소외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지금 떠받치는 분들은 언론에서 어느 정도 보도가 됐던 것 같아요. 보건노동자라든지 아니면 음식 배달하는 분들이라든지 보도는 되고 있는데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아예 자신의 몫도 없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누구인가 한번 여쭤볼게요. 미류 활동가님.
– 미류: 소외됐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르게 연결해서 이야기한다면 ‘숨겨짐’으로써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난상황에서 나보다 먼저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의 증명으로서 이 사회에 등장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공공 병원에서 쫓겨나야 했던 분들이죠. 기초생활수급자, 홈리스, 에이즈 감염인 이런 분들이 긴급병상이 필요할 때 대책 없이 쫓겨날 수 있었죠.
그리고 이를 테면 위험하면 언제든지 가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존재로 등장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던 청도대남병원 이후로 시설의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아무 근거 없는 선제적 코호트 정책이라는 것이 지자체에서 시행할 정도로 아예 시설의 사람들을 가두는 이런 정책들이 시행이 됐는데요.
그래서 이를 테면 홈리스 분들 같은 경우에 2020년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급식소들이 많이 닫았어요. 밥을 먹을 공간이 없어진 거죠, 그런데 그러니까 밥을 먹으러 왔다 갔다 하면서 돌아다니니까, 그러지 말라고 줬던 건데 작년 겨울에는 오히려 응급 잠자리를 만들어서 여기 와서 자라고 사람들을 모아서 집단 감염을 발생시켰습니다.
그러니까 ‘돌아다니는 건 안 되는데 여기서 갇혀 있는 것은 괜찮다’, 이게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고요. 이렇게 누군가가 배제되고 있는 것들을 많은 시민이 목격했기 때문에 아마도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차별인식조사에서 ‘나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응답이 훨씬 높아졌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사실 이게 어떤 방역 정책 성공의 허상을 만드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겠으나 실제로 이 재난을 함께 겪는 어떤 공동체라는 가치 혹은 어떤 그런 감각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재난에 대응하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조수진: 말씀 잘 들었습니다. 홈리스 분들의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에서부터 어려움을 느낀다, 이런 설문조사도 있고 시설 내에 있는 사람들 특히 수용자 같은 분들의 경우도 본인이 어떠한 형사책임을 진다는 것과 그렇게 위험에 노출되어도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건데 대책 없이 구금되어 있고 안에서의 상황이 알려지지 않은 그런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준우 변호사님은 어떠세요?
– 김준우: 저는 크게 두 가지인 거 같은데 하나는 코로나로 인해서 불평등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조건들이 있을 거 같아요. 평등하거나 ‘몇 대 선진국이 되었다’는 전제 하에서 짜여진 정책들이 있는데 아까 미류 활동가님께서 홈리스도 이야기해주셨지만 예를 들면 쪽방촌에 가면 화장실도 공동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게 애당초 불가능한 조건들, 콜센터 직원분들이 집단 감염됐던 현실들, 요양병원에서의 집단 감염. 인간적으로 한 사람이 자신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원래도 누리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물리적 거리 두기가 실천 불가능한 분들이 상당히 뭔가 더 위험에 노출됐다는 걸 짚고 싶은 게 하나가 있고요.
두 번째, 지금 폐업을 향해 가고 있고 폭력의 노출로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책의 가장자리에 있으면서 절벽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는 분들이 되게 많다는 거죠. 그러니까 원래도 부채가 좀 심했는데 몇 개월 영업을 제대로 못 하면서 손실 보상을 받지 못했던 분들, 아직 망한 것은 아니나 이대로 가면 망할 것이 예정된 분들.
가계부채에 대해서 자영업자들의 다양한 대출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금융권은 향유하는 것처럼 불평등의 수혜층이 한편으로 분명하게 존재하는 상황이라든가, 이제 와서 손실 보상을 해주는데 올해 7월부터 실시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작년에 망한 분들은 사실 어디서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다거나 분명히 여러 가지 이유로 정책 집행이 늦어지면서 그 와중에 생겨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어렵고, 이 분들이 완전히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정책은 ‘파산했다면 빨리 구제해줄게’, ‘아프다면 치료해줄게’지만 (지금 파산했거나 아픈 상태가 아닌,) 그것을 향해 가는 (과정에 있는) 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굉장히 소극적이었고 아니면 그 불평등을 감수하라고 정책이 실질적으로 묵시적으로 내몰았던 것이고, 그 와중에 그러면 누군가는 또 수혜를 보고있었다는 사실, 그 부분이 원래 기존에 있던 불평등이 명확하게 조금 더 노출되는 과정, 이게 코로나 그리고 코로나에서 대응하는 각종 정책의 미진함들이 드러난 장면들, 폭력의 민낯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재난의 시대에 물러난 인권들
– 조수진: 우리가 지금까지 인권을 따내온 과정은 굉장히 지난했죠. 신분제 폐지라든지 선거권을 획득했다든지 집회 결사의 자유라든지 경제적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 위험하지 않을 권리, 우리는 이걸 차근차근 한 걸음씩 다시는 뒤로 가지 않을 만큼 획득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이 벌어지고 사람들의 생명권이 위협받는다고 하니까 너무 어이없이 뒤로 물러나고 있어요. 우리가 획득해왔던 사회권, 어떤 자유권적인 것들이 인권이라는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방역이 감시로써 해결된 상황 관련해서 미류 활동가님, 특히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 미류: 뭔가 많이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졌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측면도 있지만 저는 한국이 개인 정보에 대한 권리,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에 대해서는 감각이 정말 취약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들이 아무 의심없이 유지되는 나라이다 보니까. 정부가 정확히 그 지점에서 K방역이라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실제로 이렇게 방역의 기조가 이 3T라고 하는 검사, 추적, 치료. 치료는 지금 드러나듯 2년이 지나도록 사실 제대로 의미 있는 치료 시스템을 못 만들고 있습니다.
검사, 추적에 의존하게 됐는데요. 어쨌든 감염인이 누구인지를 찾아내겠다라는 게 주요한 기조가 되다 보니까 개개인들을 식별하는 게 너무 중요해지고 그래서 휴대폰 위치 추적이라든지 각종 금융 정보, 이런 것들을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생기지 않고 더불어 식별이 중요해지다 보니까 집단으로 불러내는 현상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작년에 이태원에서 한 클럽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전국의 성소수자들이 갑자기 호명되어야 했던 이런 상황이라든지 올해 3월에 전국의 지자체들이 외국인 강제 검사 행정 명령을 내렸잖아요. 그런데 이 강제 검사 행정 명령, 사실 차별이라고 판단되고서도 많은 지자체에서 이어졌습니다.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정책이었는데요.
당시에 서울시가 아무래도 외국인 인구가 많다 보니까 서울시 행정명령권이 쟁점이 됐는데,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1인 프리랜서 외국인 노동자, 검사 왜 받아야 합니까? 행정 명령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을 정도였어요. 이건 진짜 차별이고 이걸 떠나서 그냥 코로나에 대해서 아무… 너무 부끄러운 건데요. 이런 식의 ‘검사만능주의’, ‘검사를 통해서 네가 무해한 존재라는 걸 확인시켜줄 때 우리의 어떤 정책에 품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들이 한편으로 강화되는가 하면. 그래서 사실 한국은 매우 낭비적인 검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게 계속 어쨌든 잠재적 감염인 범죄자화를 하게 되는, 그러니까 감염이 된 사람들은 남을 위할 줄 모르고 돌아다니면서 전파시키고 이런 현상들을 계속 만들어냈는데요. 사법처리 대상이 된 분들도 많고. 실제로는 고의로 전파시키기 위해서 격리를 위반한다거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런 시스템이 K방역의 문제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조수진: 지금은 5,000명인데 그 당시에 100명 안 넘어가던 시절에는 확진자의 모든 동선이 전국에 다 발표됐었죠. 지금 생각하면 너무 초기여서 그랬지만 본인의 정보에 대한 인권 지수가 그냥 바닥을 쳤던 거 같아요. 지금도 사실 필요한 만큼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는 거 같습니다.
– 김준우: 저는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몇천 명씩 매일 몇만 명씩 확진자가 나고 있는데 손흥민의 축구에 열광하고 있는 영국 축구장을 보면 저건 아닌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이 한편으로 들 때가 있으면서도 우리가 과도한 것인가 아니면 저들이 생명존중사상이 없는 것인가 혼란스러울 때잖아요. 산업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책적으로나 정부의 지침이라 이런 부분에 있어서 사실 새로운 선도를 해야 하는, 캐치업을 할 수 있는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택하는 방식이 관념을 다시 소환해서 재생산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일단 생명이 중요하니까 문화관광은 지우자, 집회는 그만해. 이렇게 하는데 종교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관대하고. 이런 관념들이 옛것을 그대로, 무의식이 소환되는 방식으로 정책이 짜인다는 생각이 들고, 아까 홈리스 이야기도 했는데 홈리스 분들 대부분 서울에 집중적으로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주소지는 다른 지역에 있죠. 마지막 주소지가 진주에 있다고 진주에 있는 지역화폐를 주면 어떻게 씁니까? 쓸 수가 없죠. 이분들이 핸드폰도 없고 신용불량자도 많아서 접근성도 없는데 펜대 행정, ‘K는 디지털화가 됐으니까 모두 가능하다’든가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많은 관념들이 투영되는 정책, 결과들을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게 사회적 기본권이든 생존권이든 어떤 권리든 간에 인권과 관련된 걸 기점으로 해서 이렇게 맞추는 게 아니라 그냥 그동안 있던 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불평등의 형세가 그대로 투영되는 방식으로 정책이 짜인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렇다면 사회운동이 그것에 대한 명백한 답을 가지고 있냐, 저는 그렇다고 단언컨대 이야기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그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도전이라고 하는 것이고 그런데 계속 이걸 우리 스스로 회피해왔던 게 작년부터 3개월이면, 6개월이면, 또 다시 3개월이면… 이러면서 이 모든 것들을 계속 ‘유예’시키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까 앞서 제일 처음 말씀드렸던 권김현영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던 보건의료 노동자라든가 이런 분들이 계속 희생하는 방식으로. 작년에도 올해도 계속해서 좀 있으면 끝나겠지 하면서 구조적 변화를 회피하고 있는 것을 적당히 절충해서 땜질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조합으로 하다 보니까 우리 스스로 변화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답을 못 내고 있지 않는가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저는 이 부분에 관련해서 정부를 탓한다거나 당국자들의 꼼꼼함이나 세심함을 탓하는 문제를 초과해서 그리고 그냥 인권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외치는 걸 넘어서 적정한 정책 조합에 대한 고민들도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구나, 우리가. 이런 반성이 사실 저는 많이 있습니다.
– 조수진: 특히 집회 시위 자유 관련해서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11월까지는 100명 미만은 집회가 가능했어요. 백신을 다 맞은 분들만 기준으로 하면 500명까지 가능했는데 이번에 ‘위드 코로나 중지’가 되면서 가장 먼저 제한된 게 집회 시위는 금지가 돼서 1인 시위만 가능한 상황이 됐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번 정부 방역 지침 보니까 영화관은 한 칸 띄워서 다 상영할 수 있고요. 헬스장도 영업하고요. 노래연습장도 영업을 합니다. 그런데 야외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집회 시위는 안 된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허용해 주고.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권리를 요구하거나 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안 된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미류: 말도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지난주에 차별금지법 제정연대가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해서 여의도에서 농성을 했습니다. 원래 장소를 여의도공원으로 하려고 했어요. 야외 공원이기 때문에 인원 제한이 없는데 집회 신고와 무관하게 장소 사용 신청을 했어야 했거든요? 자세하게 아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공공기관이나 단체가 해당 기관의 설립 목적에 따른 행사를 할 때는 인원 기준이 사적 모임이 아니에요. 그런데 집회는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받는 거거든요. 그래서 99인이랑 499인 걸리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의 설립 목적이 차별금지법 제정인데 농성은 그러면… 설립 목적이라는 이런 기준이 되게 허상이라는 걸 저는 알 수 있었고요. 어쨌든 집회 시위가 한국사회에서 매우 불온한 것으로 오랜 기간 여겨져 왔었기 때문에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집회 시위를 곱게 보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런 시선을 해소하는 역할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에 그것이 권리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도 저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요. 아까 김준우 변호사님께서는 코로나와 관련된 사회 운동에 많이 반성하신다고 했는데 저는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김준우 변호사님만큼 반성을 하지는 않는 거 같고요, 솔직히.
제가 반성하는 건 정부와 더 싸우지 못한 것입니다. 사실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자유라는 게 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싶은 대로 뭐 숨기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재난의 시간을 통해서 확인했듯 거리 두기를 위해서는 거리를 둘 수 있는 조건이 필요했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플 때 쉴 수 있는 권리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자유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재난 대책에서 매우 중요했고 집회 시위의 자유 마찬가지로 집회 시위해라, 신경 안 쓴다. 이게 아니라 집회 시위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이 과정을 정부가 했어야 했는데 사실 저는 이 문재인 정부가 집회 시위에 대해서 소극적이다 못해 저는 좀 사실 비겁하다고 보는 게 있습니다. 집회로 만들어진 정부인데 이 집회 시위의 자유라는 이런 기본적 권리의 중요성을 재난을 핑계 삼아서 너무 쉽게 후퇴시켰다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조수진: 아까 미류님께서도 잠시 이야기하셨지만 사실 지금도 상업적인 기업의 핵심적인 행사, 업무는 다 허용이 돼요. 그러면 그분들은 사실 실내에서 상당히 많은 인원이 모여도 기업의 핵심적인 업무라는 이유로 다 할 수 있거든요. 물론 일부 집회 시위자들의 일탈적인 행동도 있었어요, 초기에. 뭐 작년에 광복절 집회 때 일부 보수 단체 집회에서 신고 규모의 50배가 넘는 인원이 모여서 음식도 나눠 먹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든가 이런 문제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집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사실 실외 공간에서 행해지는 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렇게까지 원천봉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이 되는데요. 그런 이야기도 있어요. 선거철이 되어서 가는 데마다 구름떼처럼 지지자들을 몰고 다니잖아요. 그러면 그건 집회 시위가 아닌가? 집회 시위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제도적으로 아니면 우리가 어디까지 합의하고 어디까지는 막아야 하는 것인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다음 주제로 가볼게요. 정보 인권 관련해서 짚어보려고 합니다. 권김현영 소장님께서 보셨지 않습니까? 최근 성착취물 관련해서 인터넷 공간에서 경찰청의 국수본이 지난 8개월 동안 성착취물, 몰래카메라 같은 거죠. 아니면 성착취물을 찍었다든가 이런 것을 원치 않지 성착취물을 만들고 유통시키고 소지한 사람들을 일괄적으로 검거를 했는데 1600명 정도 중에서 20대가 가장 많고, 30% 정도. 10대가 29%, 거의 비등비등하게 두 연령대를 합치면 60% 이상으로 밝혀졌다고 하더라고요.
– 권김현영: 일단 코로나 상황이라고 하는 게 우리한테 안겨준 조건이 ‘온택트’라고 하는 걸 정상의 기준으로 만들 정도로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서로를 접촉하고 만나는 시간들이 이전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가지고 인류학자들이라든지 감각연구자들이 하는 걱정 중 하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 중 근접감각이라고 하는 게 있고 원격감각이라고 하는 게 있는데 근접은 촉각, 미각 같은 거죠. 가까이 있어서 서로 영향을 받는 거예요. 그런데 원격감각은 시각, 청각을 원격감각이라고 하는데 원격감각 같은 경우에는 대상의 타자화라고 하는 문제에 노출되기 굉장히 쉬운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시청각을 통해서 서로 만남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이 화면에 있는 사람들이 인간인지, 나하고 똑같은 피와 살을 가지고 영향을 서로 받아서 내가 저 사람의 행동에 따라서 나의 인권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 조건에 있는지에 대한 감각,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드리는 것은 지금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조수진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10대, 20대들에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경험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서울시에서 얼마 전에 4000명 정도 되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폭력 관련된 굉장히 커다란 규모의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이 실태조사 결과 5명 중 1명이 피해 경험이 있다고 나왔어요. 그런데 이 피해 경험이라고 하는 건 물론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하지만 남학생들한테도 사실 자유롭지 않은 상태인 거죠. 이 디지털 성폭력 문제라고 하는 것은 또 아까 미류 활동가님이 말씀하셨던 대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 굉장히 어떤 위기의식이 낮은 사회의 조건에서 코로나라고 하는 상황에 맞춰서 더 심각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기도 합니다.
예컨대,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10대, 20대. 특히 10대들이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 이루어지는 경로를 보면 이런 식입니다. 그러니까 카톡이나 혹은 텔레그램이나 이런 방에서, 혹은 그들이 이용하고 있는 여러 가지 채팅방 등에서 영상통화를 하자고 하는,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영상통화를 하자, 이런 식의 제안을 받아요. 그런데 영상통화를 하려면 앱을 깔아야 해. 그 앱을 깔라고 해서 다운을 받으면 그 다운받은 앱을 통해서 이 휴대폰에 있는 정보들이 다 그쪽으로 건너가버립니다.
그런데 그다음에 어떻게 하냐 하면 그 정보를 가지고 네가 지금 나하고 나눴던 어떤 성적 대화라든지 혹은 어떤 식의 부모 몰래 하고 있었던 은밀한 이야기들, 이런 것들을 부모에게 밝히겠다 혹은 네 친구들에게 알리겠다, 이런 식의 협박들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되는 기본적인 위기의식이 굉장히 낮은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청소년보호주의가 결국 청소년들을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인정하지 못한 결과 굉장히 취약하게 만들었던 조건, 이런 것들이 다 합쳐져서 디지털 성폭력이라고 하는 것에 사실 아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을 굉장히 광범위하게 저는 퍼뜨렸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성폭력 문제는 ‘팬데믹 안의 팬데믹’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사실 팬데믹이라는 조건이 더 확산시키기도 했지만 팬데믹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우리가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조건으로는 아마 변하지 않는 굉장히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해요, 근본적인. 그래서 사실 디지털 성폭력 관련된 문제는 그냥 단지 몇 명의 예외적인 일탈적 범죄에 놓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만날 것인가? 어떤 윤리를 지금 공유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들을 총체적으로 다시 재점검하고 어떤 걸 중심으로 권리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하는 차원까지 고려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조수진: 그러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건 처벌 강화하는 거인 거 같아요. 작년 전까지는, 그러니까 ‘N번방 사건’ 전까지는 만들고 배포하고 판매한 사람만 처벌을 했는데 작년 3월부터는 법이 바뀌어서 그걸 다운 받아서 가지고만 있어도 소지죄로 처벌이 됩니다. 그래서 아마 이번에 국수본에서 그 성과를 발표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렇게 처벌을 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해결이 될까요? 어떻게 보세요?
– 권김현영: 사실 처벌을 하는 것으로 해결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은 확산 경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구조를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올해 검거됐던 10대 초등학생 남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 몸캠 피싱 문제가 있었을 때는 이게 굉장히 특이한 것은 이런 종류의 불법 촬영물의 결과, 어떤 식의 자료를 가지고 예를 들어 10대 남학생들한테는 무엇이 취약성의 조건이 되냐 하면 친구들한테 알리거나 가족한테 알리는 것이 취약성의 조건이 됩니다. 그런데 10대 여학생의 경우에는 이것을 유포하는 것, 이것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이 전 세계에 있는 것이라는 차원의 문제를 경험하기 때문에 확산, 유포에 대한 공포가 다른 차원으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여성에 대한 성착취 문제의 구조가 하나 있고 이쪽에는 10대라는 취약성의 조건이라고 하는 것이 디지털 성범죄자들한테 계속 이 범죄에 끼어들면 돈이 되고 이 범죄에 끼어들게 되면 내가 어떤 이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만드는 거죠.
이들 중 몇 명을 엄벌로 처벌한다고 해도 나 들어가서 몇 년 살고 나오면 돼라는 식으로 굉장히 수익 구조가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종류의 범죄로 인식되고 있는 것, 이것에 대한 상황들을 전반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사실 굉장히 변화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조수진: 정보 인권 분야 관련해서 조금 더 말씀 나눠주실 분이 있으신가요?
– 권김현영: 제가 하나만 더 이야기를 하자면 AI, 최근에 올해 이루다 챗봇으로 크게 화제가 됐던 AI 인공지능에서의 성차별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죠? 그런 사건에서 대화형 챗봇이라고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개발자들의 주장은 대화형 챗봇이라고 하는 게 누구한테 배우냐 하면 인간들한테 배운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 자율주행차가 들어오면 한국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사소한 교통 신호를 어기는 것을 배우는 것처럼 한국에서 챗봇, 대화형 챗봇을 활용하게 되면 차별을 배운다는 거죠. 이런 식의 문제들, 편향적 알고리즘 자체가, 인간들 사이에서 이미 차별, 혐오의 문제가 이렇게 만연해 있는 한 이런 식의 AI에서 성차별 문제는 개선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AI에서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 윤리라고 하는 것이 새롭게 만들어져서 ‘어떤 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차별을 배우지 말고 지향으로서의 윤리를 가져와야 한다, 이런 식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도 한편으로는 한국이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않는 13년 동안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라고 하는 것이 공적 공간에서 공공연하게 되고 있고 지역으로서, 전라도의 차별이라든지 이런 식의 혐오 표현이라고 하는 것이 공적 제재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죠. 이런 식의 사회에서 저는 AI,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것이 계속 성차별 혹은 차별, 혐오를 배울 수밖에 없지 않나.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역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조수진: 오바마 전 대통령하고 미국 상원의원하고 같이 찍힌 사진이 있는데, ‘트위터’의 사진 미리보기 기능에서 백인만 나온다는 거예요. 오바마 대통령이 더 유명한 사람인데도. 그런데 어떤 사람이 흑백을 바꿔서 올렸더니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주요 부분으로 뜨는 겁니다. 트위터의 알고리즘 자체가 흑인을 차별하게 설정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냐 해서 트위터가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한 일도 있었는데요. 말씀을 듣다 보니까 기업이나 시스템에 항의를 하면 그건 AI가 하는 거라 우리도 관여할 수 없다, 이렇게 답변하곤 하는데 사실 AI의 기초적인 자료도 사람이 설정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사람이 문제다. 문제가 있는 것이고 AI를 설정할 때 기초 자료를 설정하는 것도 어느 정도 제한이나 기준 또는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문재인 정부 5년의 ‘노동’ 정책
– 조수진: 마지막 주제로 한번 가볼게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고용 형태, 불평등 문제로 가보겠습니다. 전혜원 기자님, 지금 책 쓰시고 또 고용 형태 부분에서 고용에 대해 계속 쓰시면서 고민을 하셨는데요. 문재인 정부 들어서 특히 어떤 부분을 우려스럽게 보셨어요?
– 전혜원: 저는 크게 세 가지를 우려스럽게 봤는데요. 먼저 우선 지금 노동법 적용을 못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그런 과제를 문재인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접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코로나 국면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이 화두가 되었잖아요? 그런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용보험법도 개정이 됐는데 이게 적용 대상이 특수고용 노동자, 14개 직종 중심으로만 굉장히 협소하게 되다 보니까 사실 정말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 600만 명이나 되는 이분들은 사실상 거의 아직까지도 방치가 된 그런 상황이 아닌가. 물론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이 들어갔었습니다만 일단 일시적인 상황이고 산재보험에 대해서도 ‘전속성’이라고 해서 하나의 사업장에서 월 몇십 시간 이상 일해야 보호를 받게 돼 있거든요. 배민 커넥트 같은 경우에는 몇 시간을 하든 산재보험 가입을 시키는데, 쿠팡이츠 같은 경우에는 월 얼마 이상 해야만 가입이 되는. 이런 것을 전속성을 폐지한다고 지금도 말을 하고 있지만 집권 말기가 되도록 폐지하지 못한 것을 보면 너무 더디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 조수진: ‘전속성’이라는 것은 뭔가요?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들을 보호하겠다, 안전보건법이나 산안법 안으로 끝어들이겠다고 했는데 그 노동자들이 전속성을 가져야만 산안법 적용을 받는 그런 기준인가요?
– 전혜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산재 보험을 받으려면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을 한다, 어느 정도 전속됐다 그런 게 증명돼야 하는데 그게 월 몇 시간 월 얼마 이상을 거기서 벌어야 주로 거기서 일을 하는구나 해서 산재보험을 그나마 해주는 약간 그런 형태입니다. 배민커넥트는 기업이 전속성에 관계없이 산재보험에 가입시키고 있는데 쿠팡잇츠는 그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또 하나는 올 4월에 결국 정부가 ILO 비준 절차를 마무리했는데 결사의 자유 2개 협약, 강제 노동 1개 협약 3개를 했습니다.
105호 협약은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국가보안법 때문에 미뤘고 그런데 이거 관련해서 여러 가지 노조법 개정도 했지만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해서 너무 대응이 늦지 않았나 하는 평가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여전히 노조법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는 노조를 만들 수 없는 그 조항을 그대로 남겨뒀다는 점에서 이게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들이 진짜로 유의미하게 노조를 만들고 활동할 수 있는 그런 변화로까지 이게 비준이 이어졌는지 의문이 듭니다.
CJ대한통운이나 카카오 대리도 여전히 사용자들은 ‘우리 노동자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그리고 최근 맘스터치라는 프랜차이즈에서 점주단체 활동을 만들어서 활동을 하니까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있었잖아요. ‘싸이버거’ 유명하잖아요. 굉장히 인기가 많은 프랜차이즈인데도 불구하고 이게 가맹점주는 10년 지나면 아무런 계약의 보호를 못 받다 보니까 이런 식의 일이 지난번 피자에땅에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있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단체교섭권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당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소극적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마지막으로는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가 결국 최저임금 인상하고 공공부문 정규직화 외에는 별다른 거 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민간부문 비정규직 관련해서 여러 가지 공약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거를 의미 있게 추진하지 못하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붕떠서 반발이 있었고 톨게이트 수납원,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이 굉장히 날 것의 혐오에 노출되는 그런 장면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은 인권 관점에서도 비판의 여지가 클 것 같고 특히 도로공사는 수납원들 점거 시위에 대해서 손해배상 이런 것까지 청구했는데 아직도 취하가 안 됐고, 인천공항 직접 고용 과정에서 탈락한 분들, 부당해고 판정도 나오고 여러 가지 굉장히 극단의 갈등이 많이 치달았던 그런 5년이 아니었나 그런 점에서 인권 차원에서도 돌아볼 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조수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노동 불평등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공공부문 정규직화 부분에서 일정 부분 실행한 게 있지만 그 외에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굉장히 많은 숫자가 있는데 이분들의 노동 문제는 아직도 부족하고 전속성 요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현실에 맞지 않는 거죠. 두번째로 맘스터치도 그렇고 여러 피자,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가맹점주들의 단체행동에 대해서 형사고소를 한다든가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건다든지 계약해제를 하고 있잖아요.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부분, 가맹점주 단체 행동권이 제한되고 있는 부분 이런 부분 제안을 해주신 것 같아요.
김준우 변호사님, 가맹사업법에 보면 단체행동 할 때 불이익을 주면 과징금을 부과하게 돼 있던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맹점주분들이 단체 행동하면 계약해지하고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이런 일이 있는데 문제 없습니까?
– 김준우: 아까 플랫폼 노동에서 노동자 아닌 자들의 권리를 이야기했는데 노동자나 근로자나 특수 고용직으로 포섭되기 어려운 어떤 소상공인들이나 을들의 권리와 그들의 단체성을 보장하는 법리 이런 것이 전반적으로 현재 사실상 인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분들의 공통된 요구나 이런 게 되게 어려운 것 같고.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이 강화되다 보니까 급격히 오프라인 매장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철수, 일방적으로 통지한다든가 슈퍼에서 수수료 코너로 사용하던 분들 이런 분들은 손실보상도 거의 대부분 되지 않거든요.
이런 분들을 바로 일자리를 잃어버린다거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그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이 이야기는 했는데 결국 그동안 쌓아 놓고 하지 못했던 개혁 과제들이 코로나가 다가오면서 결국 왜 이게 되지 않아서 문제였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저는 많이 했습니다.
– 조수진: 그러니까 코로나로 사실 가맹점주분들도 너무 힘들고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분들도 너무 힘든 상황인데도 지금 정부에서 공약으로 걸었던 것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네요. 가맹점주분들은 사실 노동자나 마찬가지인데 본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근무하고 일을 하고 그러고 있잖아요. 그런데 너희는 사장이라고 하다 보니까 단체행동하면 고소당하고 이런 일이 있어서 100년 전에 노동자들에게 일어났던 일이 지금 가맹점주에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글도 본 적 있습니다.
– 전혜원: 그래서 기존에는 가맹사업법으로 접근했다면 요즘에는 노동법으로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과징금이 아니라 진짜 단체교섭 거부하면 심각한 형사처벌을 받잖아요, 노조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그런 식으로 노조로서 권리, 사실 ILO에서도 그런 자영 노동자들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문장으로 이야기 하는 문재인 정부 5년
– 조수진: 저희가 미리 준비를 부탁드린 게 있죠. 문재인 정부 5년을 한 문장으로 이야기해준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어느 분부터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김준우: 저는 ‘정치’할 걸 ‘판결’한 정부라고 생각하고요.예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나 낙태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맡긴 거고 모든 것을 절충선에서 해결하는 엉거주춤한 스텐스고 사법부를 많이 닮은 정부였다고 기억될 것 같습니다.
– 조수진: 압축적으로 이야기해주셨네요. 이거는 제가 써 먹고 싶네요, 이거는 전권이 있지 않다면 판결로 한 정부, 대통령하고도 연결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다음으로는요?
– 미류: 저는 뜸 들이다 밥 다 식힌 정부? 뜸 들이다 밥을 다 식힌 정부라는. 촛불로 우리가 많은 이의 열망을 피어 올린 열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바꾸면서 식은 밥을 만든 것 같고 비정규직 정규직 정책도 요란했지만 사실은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방식으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한테 이렇게 결과적으로는 식은 밥밖에 남겨주지 않는 정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사실 제가 차별금지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사실 정권 초기에는 나중에 사회적 합의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또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조용히 준비해서 하지 않겠냐고 예측하는 분들이 저는 꽤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와서 보면 차별금지법 같은 밥은 지을 생각이 없었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보이고요.
그런 거랑 비교할 때 어쨌든 자기들 먹을 밥은 잘 지었다, 따로. 그게 부동산 문제나 이런 데서도 확인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조금 가장 안타깝기도 하고 실망스러운 것은 계속 이 비유를 쓰자면 밥 지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는 거예요, 시민들에게.
많은 사람이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실제로 이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저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에서도 이게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거는 방역 전문가들도 말하는 거죠, 시민참여가 이런 팬데믹 극복에 매우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을.
그런데 그런 자리를 만드는 데 조금 계속 실패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 조수진: 미류 활동가님께 아주 맛깔나는 딱 떨어지는 평을 해주셨습니다. 뜸 들이다 밥을 식혀버린 정부, 이렇게 말씀해주셨고 권김현영 선생님 어떠신가요?
– 권김현영: 저도 비슷한 맥락에서 사회적 합의 뒤에 숨다가 결국 사회를 망가뜨린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뭔가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그런 식의 저는 움직임들이 우리 사회가 그래도 아주 엉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되게 중요한 활력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난 재난 시기가 있기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 도입되지 않은 정책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정책을 제안을 하면 사실 굉장히 많이 수용을 많이 하는 편인데, 다 효용가치가 없거나 실제 작동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했다’는 말은 하지만 실제 그것을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어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냐까지 뒷심을 발휘하지 않고, 정말로 민감한 이슈는 ‘사회적 합의’ 뒤에 숨고 그래서 사실 저는 이 정부가 사회를 망가뜨린 정부라는 생각을 합니다.
– 조수진: 아주 굉장히 신랄한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 뒤에 숨어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말씀으로 보여요, 사회를 망가뜨린 정부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지금 유튜브 보는 분들 중에 질문이 있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면 제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전 기자님 어떠세요?
– 전혜원: 다 일맥상통하는 것 같은데 저는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태산을 울려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움직였는데 나타난 것은 쥐 한 마리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분이 쓰신 표현을 빌려왔는데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 사회라는 슬로건 아래 최저임금 올리고 노동 시간도 정상화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추진했지만 저는 아까 말씀하셨지만 예를 들면 최저임금 올리면서 산입 범위를 정리하지 말았어야 한다거나 혹은 자회사를 아예 안 했어야 한다거나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데 결과적으로 이 정책을 추진했을 때 나올 수 있는 후폭풍 내지 부작용 혹은 같이 가야 하는 조치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추진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거든요.
최저임금 올릴 때 주휴수당은 계속 그대로 갈 건지 고민했어야 하고, 노동 시간 정상화할 때 일종의 탄력근로제처럼 유연화를 한다면 그때 했었어야 하는 거죠. 나중에 하는 건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비정규직 정규직화할 때도 민간부문하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이거에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과감했어야 하는 순간, 재난 국면에서 손실 보상 같은 것들은 굉장히 과감하게 갔어야 하고 전 국민 고용 보험도 확 갔어야 했는데 그런 문제에 전반적으로 자신이 없어진 게 아닌가 물론 저는 문재인 정부가 보수 정부라거나 예를 들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김용균법이나 굉장히 진전이 있었던 부분도 분명하고 선의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치밀하지 못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조수진: 미리 짠 것도 아닌데 모두 비슷한 평가를 한 것 같아요. 진단은 명확했던, 알고는 있지만 추진력과 리더십이 부족했던 또는 없었던 정부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다, 이런 말씀으로 보입니다.
재난의 시대, 그 이후
– 조수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인권이라든지 주목해야 할 관점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느 분부터 이야기해주실까요? 전기자님? 이번에는 먼저 말씀하시려고요?
– 전혜원: 마지막이 상당히 부담스럽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중소기업’ 그리고 ‘노인’을 키워드로 꼽고 싶은데요. 플랫폼 노동자나 자영업자 혹은 청년 문제는 그래도 언론에서 주목하고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노인 빈곤 문제는 여전히 정책 대상에 소외된 느낌이 듭니다. 5인 미만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주요 조항이 적용 안 되고 노인은 65세 이상은 고용보험 가입도 안 되고 국민연금, 기초연금 문제도 굉장히 방치돼 있는 식으로 차별이 많은 것 같아서 두 문제가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 권김현영: 저도 마지막으로 안 하기 위해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하고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지난 두 번의 경제위기가 있고 난 다음에 지표들을 보면 초기에 1, 2년 정도에는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이 뚝 떨어져요. 그리고 난 다음에 보여준 지표는 우울증, 자살률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3, 4년 지나고 나면 유흥업소가 폭발해요. 성산업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지거든요.
저는 이런 식으로 우리가 지난 역사에서 어떤 여성 인권과 관련돼 있는 위기상황에 놓여져 있는지에 대한 경험들을 염두에 두고 사회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최근에 코로나 2년 차가 되면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문제가 정말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누구와 함께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런 식의 사적 폭력이라고 하는 것,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이라든지 이렇게 발생하고 있는 폭력을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사실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가, 그런 생각입니다.
– 미류: 저는 어떤 영역이나 이런 것보다 사실 인권 활동을 하면서 매번 확인하게 되는 건 인권의 상호의존성이나 상호불가불성 특정 영역의 인권이 구분되어서 그 영역만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데요. 그런 점에서 지금은 인권의 어떤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는 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를 테면 저는 사실 차별금지법을 흔히 평등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자유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유의 조건을 어떻게 사회가 만들어줄 것인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까 잠깐 언급을 드렸듯이 저는 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가 흔히 권리에 반대급부처럼 이야기했던 책임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 책임이 어떤 자유의 전제 조건으로서가 아니라 자유의 결과로서 우리가 이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권리, 그래서 내가 아플 때 남까지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 쉬겠다고 말할 수 있는 조건, 그렇게 요구했을 때 실제로 쉴 수 있는 조건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을 만드는 것을 사회 공통 과제로 삼고 그런 방향에 기여할 수 있는 인권의 언어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앞에 전혜원 기자님과 권김현영 선생님께서 주목해서 많이 이야기해주셨던 것과 연결되기도 하는데 저는 ‘일과 노동이 무엇이냐’를 다시 써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경로가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생님만큼 알지는 못하겠지만 페미니즘은 어쨌든 세상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힘을 주는 언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철학을 쌓아온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점에서 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권을 페미니즘의 언어에 기대서 다시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김준우: 저는 여러 가지 축이 있는데 하나는 문재인 정부 비판을 많이 했지만 보이지 않게 바뀌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또 그렇게 주목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에서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완성됐습니다. 아무도 감동하지 않아요. 아동수당이 8세까지 연장되기로 했습니다. 그다음에 기초연금이 더 인상됐어요,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감소했습니다. 잘 보이지 않죠, 이런 거는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쨌든 예산이 들어가면 생존권적 기본권을 살릴 수 있는 것이 되게 많고 우리가 문재인 케어라고 하든 뭐라고 하든 상당히 많은 의료적인 부분에 있어서 또 타 국가와 비교해서 훨씬 더 괜찮은 보건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구나 하는 물론 그 안에 가려져 있는 헌신과 어려움들도 굉장히 많지만 여전히 기본적 인권 혹은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그런 사람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정책 비전이나 필요가 여전히 있지 않나.
운동론적으로 20세기 유럽 복지국가가 정치적으로 파산했냐 안 했냐 이런 논쟁을 할 게 아니라 여전히 그렇게 가는 돈들이 이런 복지 체계, 생애 주기에 맞는 복지 체계가 좀 더 갖춰지는 것에 여전히 재미 없고 흥미진진하게 않더라도 주목해야 한다는 한 축이 있고요.
또 다른 하나는 저는 그렇게 예민한 사람은 아닌데, 비행기 타고 하늘 한 바퀴 드라이브한 다음에 면세점을 누리는 정책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기에 도대체 가당키나 한 처방인가 하는 고민을 했거든요. 비행 산업이 중요한 산업이니까 대기업이지만 거기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면 몰라도, 앞선 정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기후위기와 인권의 접점에 대해서 많은 언어와 정책을 우리가 같이 발굴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자유권 이야기를 미류 활동가님께서 이야기하셨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외면했던 게 차별금지법, 모라토리움, 형사 변호인 제도 이런 기본적인 것을 실질적으로 외면하거나 추진하지 않았단 말이죠. 그래서 이런 거는 글로벌 스탠다드 혹은 유럽 국가들의 표준에 맞추자, ESG만 이야기하지 말고 일단 글로벌 스탠다드부터 맞추자는 이야기를 반대파한테 이야기를 하고 싶고요.
물론 유럽에서 확실히 알듯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혐오나 인종주의나 이런 것들에 대한 의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는 또 별도로 해야 하겠지만, 자유권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꾸 경제적 선진국만 주장하지 말고 그러면 인권의 선진국이 되자는 이야기를 뭔가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에게 설득했으면 좋겠다는 거? 기후위기와 관련된 거, 생애주기에 관한 복지와 관련해서 이게 지금 끝난 게 아니라 조금 더 촘촘하게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조수진: 말씀 감사합니다. 현안대담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출연 소감은 방금 해주신 말씀들로 시간관계상 대체하려고 합니다. 오늘 분야별로 가장 고민이 많은 분, 전문가분들 모셨습니다. 출연해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