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예방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민변 11월 월례회- 성희롱 예방 교육을 마치고.
-작성: 이정민 회원(변시10회)
지난 11월 25일에 있었던 11월 회원 월례회가 ‘성희롱 예방 교육’으로 진행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참석을 망설였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회원분들도 그러하시겠지만, 과거 소속된 직장에서 한 번 이상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기도 했고, 평소 성희롱의 개념이나 그 대상 등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들을 또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회원 월례회 참석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성희롱 예방 교육이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실 제가 기억하는 과거의 성희롱 예방 교육[1]에 대한 인상은 대단히 천편일률적이다 내지는 오히려 의무교육이라고 하니 부담으로만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성희롱과 관련된 규정들을 알아보고, 성희롱의 예시를 알아보고, 그리고 성희롱이 발생하였을 때 직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가장 필요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매년 같은 내용의 교육을 받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자발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을 꺼리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변호사가 된 이후로 처음으로 받는 성희롱 예방 교육인데다 마지막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것이 5년 전이라 성희롱과 관련된 규정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다시 공부하겠다는 생각으로 듣게 되었습니다만, 듣고 나서 정말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희롱과 관련된 규정들은 매번 교육 때마다 들었지만, 그 규정들의 법적인 의의나 구조는 한 번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는데, 성희롱에 대한 규정들의 법적 함의나 그 역할을 새로이 구조화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매번 같은 교육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를 다시 새기고 기억하는 것이 결국 모두가 함께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소회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같은 내용을 매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 직장내 성희롱 신고 건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직장내 성희롱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점점 자신들이 입은 피해가 직장내 성희롱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이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번 교육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금 다른 성희롱 예방 교육이었다면 회사에서 들은 교육과 똑같은 교육을 들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좀 줄어들지 않았을까? 물론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성희롱 예방 교육의 가장 큰 목표이겠지만,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함께 이야기하는 성희롱 예방 교육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질의 응답시간을 통해 많은 회원님들께서 의견을 나누어 주셨지만, 더 말씀하고 싶은 부분이 많이 있으셨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월례회에서 좋은 교육을 진행해주신 이영희 노무사님과, 민변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1] 2014년 내지 2016년에 이루어진 교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