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코로나 시대,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2021-10-28 58

코로나 시대,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작성: 윤정은 회원

 

저는 청소년 때부터 청소년 범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는 전형적인 모범생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소위 ‘일진’으로 불리는 무리들의 우두머리 격인 친구와 교실 짝꿍을 하고 있었고, 그 친구의 고민 상담을 해주던 것이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방황을 끝내고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했고, 빨리 어른이 되어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우리는 너무 어려 해결방법을 찾지 못했고, 그 친구는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저와 연락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그 친구를 끝까지 돕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오래도록 남게 되었습니다.

이후 변호사가 된 저는 다른 전문분야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마치 청소년 분야를 ‘내가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고향’처럼 여기며 경험을 쌓아갔고, 굳은 결심이 섰을 때 다니던 법무법인을 퇴사하고 개업을 했습니다.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지금은 전국 최초로 설립되었으며 전국에서 유일한 청소년기관인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에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센터에서 일하면서 처음 마주하는 광경은 변호사로서 접하던 세계와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저에게 청소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학교폭력과 소년보호재판에 도움을 주는 정도가 다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어른들이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심을 다해 활동하고 있었고, 청소년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지원도 풍부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아주 큰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 지구인을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입니다.

ⓒpixabay

 

코로나 발생이 청소년들과 청소년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컸습니다. 대다수의 청소년기관들이 감염우려로 인해 시설이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고, 접촉이 필수인 대부분의 활동은 ‘일시정지’의 침체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멈춤’의 시간이 이토록 길어질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잠깐 거리를 두는 것이라 생각하며,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을 희망하며 기다렸지만, 기다림이 길어지는 동안 아이들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갔고, 그만큼 우리와 또 한 발자국 멀어져 갔습니다.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놀던 부천역 근처에는 더 이상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아이들은 휴식과 놀이를 제공하던 기관들을 잘 찾지 않습니다. 감염우려로 일시쉼터에 많은 친구들이 지낼 수 없다보니 갈 곳 없어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친구들끼리의 소통은 물론 다툼도 SNS를 통해서 하고, 사이버상으로 괴롭히거나 집단따돌림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된 모습은 사이버폭력을 안건으로 하는 학교폭력 심의 건수와 관련 법률상담 건수가 증가한 것만 보더라도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이에 부천지역의 많은 청소년기관들은 코로나 시대 활동가들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끝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부천여성청소년재단과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스마일어게인, 부천시일시청소년쉼터, 부천여성청소년센터, 청개구리 플러그 인, 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 부천시단기청소년쉼터, 부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나는엄마도서관의 각 활동가들이 모여 거리청소년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정기모임을 통해 부천지역 청소년 활동 현황을 공유하고 코로나 시대 활동가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를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에 그 방법을 찾기란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예전에는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을 발굴하여 도움을 주기 위해 활동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직접 아이들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그러한 활동이 제약이 있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있던 거리는 텅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활동가들도 SNS와 메타버스(Metaverse)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직접 대면하던 이전과 비교하여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 번 자리를 잡은 사이버 중심의 청소년 문화는 코로나 시대가 끝나더라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합니다.

거리청소년네트워크 부천시일시청소년쉽터 문윤주 활동가는 “가시거리 내에서 청소년들을 뒤따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청소년을 놓쳤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예전에 어떻게 청소년들을 만났었는지 기억마저 희미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하였고, 우리 모두는 공감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좌절하지 말고 청소년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책 제목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달라지는 아이들의 눈빛에 큰 감사와 위로를 받으며, 우리는 또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코로나 시대가 빨리 끝을 맺고, 예전처럼 청소년들과 자유로운 만남이 가능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합니다.

코로나 시대,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언제쯤 예전처럼 자유롭게 아이들과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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