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민변 노동위 전체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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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민변 노동위 전체모임 후기

 

최용문 변호사

 

2015. 4. 11. 05:30 나는 기상했다. 사실 토요일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바로 민변 노동위 전체모임을 제주도로 가는 날이니까!! 사실 ‘노동위 전체모임’보다는 ‘제주도’가 나를 더 설레이게 했던 것 같다. 얼른 씻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 지하철에서 살짝 졸다보니 이미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먼저 와 계신 위원장님 등 몇 분이 계셨고, 우리는 곧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도에 내리니 날씨가 매우 맑았다. 최근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본적이 있었나? 아무래도 그 동안 내가 서울에 ‘갇혀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인 것 같았다. 우리는 렌트카 여러 대에 나눠 타고 첫 방문지인 제주 4․3 평화공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제주 4․3 평화공원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푸른 하늘 아래 고요한 대지, 때마침 흩날리는 벚꽃. 그 밑에 앉아 배고프다고 쵸코파이를 먹고 있는 나만 빼면, 한 폭의 그림같은 광경이라고 할까. 기념관에 들어가서 제주 4․3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평화공원은 더욱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이 되었다. 과거의 슬픔 앞에 의연하게 서 있는 대지와,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시리도록 푸른 하늘. 그리고 쭈그려 앉아 쵸코파이를 먹고 있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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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에서 우리를 가이드해 주신 문화사님의 설명을 들은 후, 난 그 동안 제주 4.3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가 폭력을 행사하고, 그에 반발하는 국민을 더욱 과잉진압하고. 대규모 학살이 자행된 곳에 시신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망자는 말이 없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왜냐면 우리는 역사 속에서 살아가니까.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묻는다면, 현재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를 알아야 하고, 현재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를 묻는다면 우리가 지나온 흔적, 즉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과거를 직시하고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도는 다르지만, 국가가 폭력을 행사하고, 그에 반발하는 국민을 과잉진압하는 것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난 제주도에 놀러 온 것인데, 어깨가 무거워졌다.

 

제주 4․3 평화공원을 나선 후, 우리는 각 렌트카를 타고 한림공원으로 향했다. 한림공원은 차로 30분 이상 가야하는 거리였는데, 문득 우리 차에 탔던 누군가가 괜찮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가자고 하였고, 나는 작년에 한 번 가봤던 전망좋은 카페를 추천했다. 그래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애월항 근처의 2층건물의 커피집이었는데, 바다쪽으로 난 큰 창문이 하나의 그림과도 같았다. 다들 서울의 바쁜 삶에 찌들어서 그랬는지, 설명이 필요없는 전망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덕분에 나랑 같은 차를 탔던 사람들은 한림공원 방문을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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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웠다. 나는 조영관 변호사가 고기를 그렇게 잘 굽는 모습을 보고 살짝 놀랐지만, 더 놀란 것은 우리에게 고기를 구워주면서 정작 본인은 많이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 이어진 권영국 변호사님의 우리나라 진보정당들의 현재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권영국 변호사님은 정말 열정이 넘치는 분이다. 서른이 넘은지 채 몇 년 되지 않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 그 후 우리는 간단히 맥주 및 소주를 한잔씩 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로히 가입한 신입 회원들의 인사가 있었고, ‘나도 작년에 저랬지’ 하면서 어느덧 1년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실감했다. 나머지 위원들도 한명씩 발언을 하는 시간이 이어져서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며, 그렇게 제주도의 밤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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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관리를 어떻게들 하나 모르겠지만, 다들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했다. 전날 거의 마지막에 잠들었던 나는 더 자다가 컵라면으로 때웠지만 말이다.

일요일 아침 우리가 처음으로 찾은 곳은 제주 강정마을이었다. 사실 강정마을에 대해 뉴스도 많이 보고 듣고 해서 알고 있었지만,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강정마을에 도착해 마을 부위원장님이신 분의 설명을 듣고, 근처 바닷가로 나가 공사 중인 지역을 둘러보았다. 나는 근대철학자들처럼 이성을 신뢰하는 낙관주의자가 아니라서, 평화를 위해 우리가 먼저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쉽게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렇게 국민적으로 여론이 분열되는데도 무리한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것인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건설할 수는 없는 것인지, 공사 중인 군사기지가 어떤 전략적 맥락 속에 위치지워지는 것인지 등은 생각해볼 일이다. 여하튼 토건이라는 주먹이 내리친 대지에는 그 상처가 오래 갈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강정마을을 끝으로 민변 노동위 전체모임의 공식 일정이 끝났다. 먼저 돌아갈 사람들은 돌아가고, 나처럼 21시 30분 비행기를 선택했던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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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남겨진 자들의 행선지는 알뜨르 비행장이었다. 과거 2차대전 때 일본군이 비행장으로 썼던 곳이었다고 한다. 위원장님이 운전을 하시고, 내가 지도를 보고 갔는데, 내가 길을 잘못 알려드려서 우리는 송악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알뜨르 비행장에 도착한 최용근, 조영관, 김준우 변호사가 한 장의 황량한 파노라마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을 접한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 송악산 입구 주차장(바다에 인접하여 파도가 치는)이 훨씬 더 낫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송악산 주변에서, 백신옥 변호사님의 배우자가 되실 분께서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장소라며 우리를 데리고 가셨다. 그곳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파놓은 갱도였다. 길이가 엄청나다고 한다. 다행히 갱도의 입구가 열려 있어서 우리는 잠시 안으로 들어갔다. 빛 한 점 없고 습기와 한기가 도는 고요한 동굴은 존재만으로도 으스스했다. 축축한 과거의 어둠이 우리에게 손짓하여 잠시 내려갔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왔다.

나는 갱도를 보는 것이 참 좋았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에서 문득 제주도의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서울과 달리, 높은 산 ․ 건물 등이 없어서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하늘이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더 집에 가기 싫어졌다. ‘제주도에 사무실을 내면 점심 먹고 바닷가 가서 사건기록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따위 생각 하면서…

우리는 저녁을 먹고 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오는 바람에 비행기의 출발이 다소 늦어졌다. 다들 서울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같지만, 비행기가 지연되어 공항에서 더 머문다는 것은 더 싫었다. 이륙 후, 불이 꺼진 밤비행기, 비행기의 엔진과 바람소리만이 들려오다가, 드디어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밤하늘에서 보는 서울의 상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 보는 서울은 분명히 반대로 인상적일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제주도 1박 2일 전체모임은 끝이 났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아쉬움만 한가득한 이상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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