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에 따른 긴급토론회

2015-01-12 485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에 따른 긴급토론회

– 출판홍보팀 박종훈 회원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싸늘한 한 마디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누군가는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외쳤고, 다른 이들은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김이수 재판관이 소수의견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고,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우리의 역할을 고민하고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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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발걸음으로, 민변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지난 12월 23일 오전 10시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헌법재판소 정당해산 결정의 문제점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영선 민변 사무총장의 사회로, 통합진보당에 대리인을 맡았던 전영식 변호사와 한상희 건국대 교수, 민변 사법위원장 이재화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김종철 연세대 교수, 이호중 서강대 교수가 심화토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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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후라서 그런지 당일 토론회장에는 많은 기자들과 청중들이 참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토론회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전영식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한상희 교수는 ‘헌법재판소 정당해산 결정의 법적, 정치적 의미’를, 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향후 문제’에 대해서 발제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김종철 교수와 이호중 교수는 보충·심화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이끌었다. 토론자들의 정확한 발제문 및 토론문은 민변 홈페이지(http://minbyun.or.kr/?p=27401)에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토론의 핵심적인 부분을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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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식 변호사와 이재화 변호사는 직접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해산심판 청구의 절차적 문제, 심판 과정의 소송법적 문제, 그리고 실질적인 판단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집어서 비판하였다. 특히 이재화 변호사는 “헌재가 비약된 논리로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지난 1년여간 치열하게 서증조사와 증인신문을 통해 사실관계가 바로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서의 오류가 그대로 결정문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도세력으로 기재된 일부 인물들의 경우 당 활동과 관련된 직책이나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며 “심증을 확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짜맞추기 하다보니 엉터리가 됐다”고 말하면서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한 마디로 “상상력에 기초한 3류 공안소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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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상희 교수, 김종철 교수, 이호중 교수는 법학자로서 정치하게 이번 결정문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특히 이번 결정에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한상희 교수는 이에 대해서 “근거법이 존재하지 않고, 원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도 반한다”며 “국회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조치인 동시에 법적 근거가 없이 이뤄지는 의원직 상실 결정이 언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도 법률적 근거가 없는 무권행위에 불과하고 정당해산조치는 중앙정치의 문제”라며 “재가 가장 중심적인 기준으로 제시했던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라는 요건조차도 정당이라면 당연히 현실화된다는 판단으로 있으나 마나한 관념으로 축소시켜 버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 시간에서 김종철 교수는 법치주의의 끈을 놓지 않기를 당부했다. 즉, 이러한 결정 앞에서 헌법재판소 ‘무용론’을 내세우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배후세력이 노리는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사법기관의 구성을 어떻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즉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구성원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발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실 본격적인 논의는 공식적인 일정이 끝나고 자유로운 발언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면서 시작되었다. 독일 공산당과의 비교, 지방의회 비례대표 박탈 문제, 사법부 구성원의 ‘전문성’에 대한 토론 속에서 스스로 “무엇이 민주주의인가?”라는 끊임없이 되묻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고민은 “앞으로 불어올 매카시즘에 대한 방어도 필요하지만, 87년 성취한 민주주의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그나마 그동안 이루었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라는 조영선 사무총장의 마지막 정리발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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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은 해산 당하였다. 그리나 우리의 민주주의는 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곡소리가 들려온다. 더욱 움츠리게 된다. 이럴 때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소수의견이 떠오른다. “바다는 작은 물줄기들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그 깊이를 더해 갈 수 있는 법이다. 민주주의야말로 바다와 같아서 다양한 생각들을 포용해 가는 것을 그 제도의 본질로 한다.”

 바다가 세월호를 삼켜버렸던 2014년, ‘바다’와 ‘포용’이라는 말이 이처럼 가슴 시리게 들린 적이 없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할 일이 많다.

 

IMG_9486<취재중인 출판홍보팀 박종훈 회원>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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