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호텔 숙박 권하는 의사… ‘못할 짓’입니다.

2014-07-25 525

 호텔 숙박 권하는 의사… ‘못할 짓’입니다

민변 공공성강화대책위 김종보 회원

우리나라에는 의료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률들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 중 하나가 ‘보건의료기본법’입니다.

보건의료기본법을 보면, 제1조(목적)는 “이 법은 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보건의료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보건의료의 발전과 국민의 보건 및 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1조(목적)에 맞게 제2조(기본이념)는 “이 법은 보건의료를 통하여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개개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며, 보건의료의 형평과 효율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멋지지 않나요? 나아가 제4조는 제1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財源)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2항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보건의료 수요를 형평에 맞게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아래 공공의료법)이란 법도 있습니다. 이 법의 목적은 “공공보건의료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여 국민에게 양질의 공공보건의료를 효과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입니다.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제2조 제1호)”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법률의 문장은 멋있지만 전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과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지방자치단체인 경상남도가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폐쇄 시키는 것을 보면 공공보건의료를 확대하라는 법률은 허무해집니다.

또한 국가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을 무시한 채 병원이 장사하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을 보면 국가는 보건의료의 형평을 도외시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려고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의료민영화를 위해서라면 ‘법’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영리자회사 허용 보건복지부, 병원에 돈 ‘더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것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10일 밝힌 가이드라인에서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게 된 배경을 한번 보겠습니다.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 효율성 및 수익성이 약화되는 등 의료연관 산업의 부진이 초래되고, 2013년 12월 13일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보건의료 분야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핵심규제를 적극 완화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의료법인에게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여 해외환자 유치 등 자본조달과 전문경영이 필요한 분야에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수익사업 수행방식에 있어 타 비영리법인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말 같지만, 요약하면 “의료법인이 돈을 ‘더 많이’ 벌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외국인환자 유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2013년 동안 유치한 외국인 환자는 총21만1218명으로서 내국인 대비 0.45%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묻고 싶습니다. 0.45%를 위한 정책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내국인 환자 4645만1392명인 99.55%를 위한 정책이 필요할까요?(자료출처 2013년 외국인환자 유치 설적 조사 결과,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 2014년 4월)

물론 의료법인도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설을 유지하고 약품을 구입하고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의료법인에게 돈 버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에 있습니다. ‘더 많이’ 번다는 것은 ‘이윤을 많이 남겨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① 더 많이 버는 방식이 무엇일까? ② 더 많이 번 돈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 ③ 더 많이 벌려고 하다가 어떻게 될까? 로 나누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의료민영화1 첫째, 더 많이 버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진료행위이고 다른 하나는 부대사업입니다. 진료행위를 통해 더 많이 버는 방식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과잉진료입니다.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지요.

다른 하나인 부대사업은 의료법 제49조에 의해 아래와 같이 제한적으로만 허용됩니다.

1. 의료인과 의료관계자 양성이나 보수교육 2. 의료나 의학에 관한 조사 연구 3.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설치·운영 4. 장례식장의 설치·운영 5. 부설주차장의 설치·운영 6. 의료업 수행에 수반되는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운영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7. 그 밖에 휴게음식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이용업, 미용업 등 환자 또는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편의를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업

그래서 웬만한 병원에 가면 주차장과 장례식장은 꼭 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여기에 더하여 여행업, 국제회의업, 체육시설, 목욕탕, 건물임대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소위 부대사업 범위 확대 정책입니다. 신규 부대사업 중 가장 큰 문제는 ‘건물임대업’입니다. 즉, 의료관광호텔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관련기사 : 건물임대 물길 터준 정부, 환자는 쏙 빠졌네).

그런데 중소의료법인이 의료관광호텔에 감히 투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부대사업의 대상은 거의 환자와 보호자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들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뽑아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게 느껴집니다.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는 일선 의료인은 과잉진료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대사업에 대한 영업도 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영리자회사가 부대사업을 운영해 더 많이 번 돈은 결국 투자자에게 흘러갑니다. 의료법인은 대주주로서 투자자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의료법인도 더 많이 벌려고 하겠지만, 일반 투자자는 더욱 더 많이 벌려고 합니다. 특히 의료관광호텔과 같이 대규모 사업은 외부투자자의 투자 없이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영리자회사에 투자한 외부투자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더 많이 번 돈으로 의료법인은 고용을 더 창출할까요? 아니면 의료법인 고위층의 월급을 더 올릴까요? 정답은 명확합니다.

셋째,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를 설립하여 확대된 부대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어떨게 될까요? 모든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하루에도 수많은 회사들이 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잘못 사업을 벌였다가 망하기 쉽습니다. 전문경영인을 모셔서 사업을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또 의료법인이 큰 돈을 들여 영리자회사를 설립하였다가 망하면 그 손실은 결국 병원에서 메꾸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들에 대한 과잉진료는 더욱 극심해지고, 의료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대우는 더욱 열악해지며, 저숙련 의료서비스 제공은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겁니다. 만에 하나 부대사업이 성공했다고 칩시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성공한 사업은 반드시 독과점체제를 이루게 됩니다.

지금도 몇몇 대형병원들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현실인데, 장사를 잘하는 몇몇 병원들만 성공하게 되겠죠. 그리고 그 사이에 사업하다 망해버린 중소의료법인이나 동네 개원의들은 하나 둘씩 병원을 폐업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의료서비스에 더욱 접근하기 어렵게 되겠죠.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하여 제대로 된 답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 변칙적으로 법률 개정 사항을 피하려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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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영리자회사 허용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이 정부 내부의 사무처리 지침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사무처리 지침은 국민들에 대해서는 규범력이 없고 행정조직 내부에서 업무 처리 절차와 기준 등에 관해 규정한 행정규칙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입니다. 의료법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영리자회사라는 것은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던 내용입니다. 따라서 복지부의 주장과 같이 제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거 법률을 개정해야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도 지난 3일 복지부 국회 업무보고 질의서를 통해 이 같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법인 설립은 법개정 사안으로 시행규칙 개정으로 추진하는 것은 법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추진이 타당하다면 의료법 개정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의견도 일치합니다. 김 의원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내용’이 의료법상 위임 입법을 일탈하는지 여부를 국회 입법조사처에 문의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의료법 개정 없이 병원에 숙박업, 여행업, 국제회의업 등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위임 규정을 일탈한다고 법률 전문가 4명 중 3명이 답했습니다.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은 자문가는 단 1명뿐이었습니다.

지난 1월 의료법 개정 사안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 때 당시 복지부는 “법인의 정관상 목적 수행을 위한 자법인 설립은 의료법에서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으므로 부대사업 수행으로 한정하면 가능하다”고 맞섰는데요. “정부도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면서 ‘의료법 개정 사안이 아니’라는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 복지부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의료법 시행령 제20조는 ‘의료법인 등의 사명’이라는 제목 아래 “의료법인과 법 제33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은 의료업(법 제49조에 따라 의료법인이 하는 부대사업을 포함한다)을 할 때 공중위생에 이바지해야 하며,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여 의료법인에게 영리추구를 하지 말 것을 사명으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영리자회사는 말그대로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의료법인이 직접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괜찮다는 논리는, 아버지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지만 아들은 괜찮다는 이야기와 다름없습니다. 어차피 아들 돈을 받으면서 말이죠. 영리병원을 명백하게 금지하는 의료법 체제를 슬쩍 회피하려는 꼼수인 것입니다. 정부는 “돈보다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와 의료법의 취지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인이 한 번이라도 영리자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나중에 영리자회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 해당 의료법인이나 영리자회사가 소송으로 다툴 여지는 대단히 많습니다. “정부가 해도 된다고 해서 했는데, 지금와서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정부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 번 시작되면 멈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영리자회사가 도입되기 전에 미리 지금부터라도 막아야 하는 것입니다.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하기 / 의료민영화,영리화의 진실(초간단 정리) 영상보기 -> http://jinbomedical.jinbo.net/xe/index.php?mid=jm_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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