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자원활동가 장이현 학생의 2주간 민변 활동기

2014-07-10 521

민변 식구들께

민변 수시자원활동가 간디학교 3학년 장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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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2주 동안 민변의 수시 자원활동가로 활동한 장이현입니다.

뉴스레터에 싣는 글을 부탁받았을 때, 정말 막막했습니다. 하루에도 많은 글을 읽고 쓰시는 분들이 제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표현 하나하나 그냥 쓸 수 없더라고요. 어떻게 쓸까 많이 고민한 끝에 이렇게 편지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일을 한 기간은 열흘밖에 안 되지만 그 동안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제 나름의 표현으로 써 보냅니다. 저를 만나지 못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 글로 나마 인사를 드립니다.

인턴쉽을 하기 까지 정말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습니다. 민변은 가고 싶은 기관 1지망이었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또 어떤 이유를 들어야할지 제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인턴쉽 기관을 확정짓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저는 저만의 이유를 찾느라 계속 글을 쓰다 지우다를 반복했습니다.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민변에 연락을 했을 때, 바로 거절하지 않고 고려해보신다는 말을 듣고 좀 더 용기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보자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정말 뿌듯했지요. 그 때 전화를 한 것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할 만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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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분은 몇 되지 않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게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에는 좀 어려운 위원회 회의나 심포지엄을 들을 때도 사실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들의 의견과 논리에 더 많이 집중했습니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저런 건 나와 비슷한 입장이구나.’ 하고 스스로 정리해서 기록하는 과정은 정말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면은 좀 부족하지만 제 주장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수 있었지요.

세 번의 기자회견과 국가보안법 일지를 정리하는 작업은 인턴쉽 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기사를 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뉴스기사를 확인하고 진행상황을 파악하여 인턴쉽 전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지요. 적어도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셈이니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2주 동안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민변의 사무실 식구들과 저에 대해 궁금해 하시고 대화를 나눠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낯선 공간에서 긴장하고 마음을 졸였던 저에게 먼저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봐주시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느 곳을 가던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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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수록 얻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지치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무기력해 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덩달아 저도 허무해집니다. 이야기의 끝은 희망적이기 보다는 비관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요. 세월호 참사는 저에게도, 제 친구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슬픔보다는 분노를, 무감각해짐을 느끼는 때에 민변으로 인턴쉽을 와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노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 자체만으로 저는 건강한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귀한 설렘을 제게 허락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많은 것들을 얻어갑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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