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민변 노동위원회 전체모임 지상중계

2014-04-18 783

민변 노동위원회 전체모임 지상중계

 

글_김수영 변호사

 

전체모임에 참석키로 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이제 첫발을 내딛는 신입회원임에도 한순간에 십여 명의 기라성 같은 이름들을 떠올리게 되는 그곳. 엠티라는 친숙한 이름도 있을 텐데, 전체모임이다. 미단 말석에 슬쩍 앉으면 표시는 나지 않겠구나. 거인들의 회합을 구경하려는 난장이의 마음으로 따라나선 일정이었다.

 

새내기의 설렘에 군산가는 길은 정신이 없다.

회의고 집회고 사무실이고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경이로운 활동력의 이현아 간사님께 참석하겠다는 연락을 드렸다. “지금 자리가 없어서요, 한 차에 다섯 분이 내려오셔야 하겠네요.” 나로 인해 불편해질 분들께 죄송했다.

다행히도 신입만 세 명인 차였고, 능숙한 졸음운전의 이용우변호사 옆에 앉아 30분 간격으로 먹거리를 공급하며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불사르는 조영관 신입회원의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다. 차안의 우리들은 어느 샌가 새터를 떠나는 새내기들처럼 설레고 있었다.

 

빵사냥에 나서다.

해양공원을 뒤로한 한정식 집에 하나 둘 참가자들이 모였다. 정갈한 점심을 먹고 그 유명하다는 이성당 제과점에 들렀다. 빵 사이를 눈부시게 움직이는 조영관 신입회원은 빵아일체의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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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수탈과 항쟁의 역사 속 민중들의 삶을 재현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큐레이터의 해설을 들으며 군산의 옛 모습을 함께 보았다.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게 배려해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관람 후 박물관 앞에서 잠시 모였다. 사냥해온 빵을 다정하게 배급해주시는 강문대 부위원장님은 아무래도 사전선거운동 중이신 듯했다. 하지만 빵이 맛있으니 일단 넘어가자. 행복하게 나눠먹고 본격적인 전체모임을 위해 전주 한옥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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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세미나와 풍성한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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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에는 이미 세미나 준비가 끝나있다. 부리나케 자리에 앉자 힘찬 박수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님의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김대중부터 박근혜까지 20년에 걸쳐 쉼 없이 추진되어온 철도민영화와 그에 맞서 끈질기게 싸워왔던 철도노조의 투쟁. 초유의 민주노총 침탈로 시민의 공분을 샀던 그날의 이야기들. 대체 그날 지도부는 어디에 있었는지 무척 궁금하던 차에 새로 출간된 <Big Lie> 책 광고를 하신다. 궁금하니 책을 사야겠다.

상하분리에 대한 설명부터 수서KTX 이권에 얽힌 영포라인 인맥들까지 흥미롭게 풀어주신 강연이었다. 최근 박근혜 정권은 철도 물류회사를 시발로 자회사 분할을 시도 중이고 이를 저지하려는 투쟁이 준비 중이라 하신다. 노동위원회 위원들의 눈빛이 저마다 반짝이는 듯했다. 해박한 이론과 핵심을 관통하는 설명. 노조위원장이라기보다 잘나가는 학원 강사 같던 유려한 강의였다. 철도연구기관을 독자적으로 설립해 실천적 이론연구로 민영화에 맞서왔던 철도노조의 저력을 느낄 수 있던 세미나였다.

세미나 후에는 갈비찜과 막걸리가 한상 가득한 저녁식사다. 박재홍 변호사님은 저녁을 다 먹고 난 후에야 전주지부가 한턱냈다는 사실을 수줍은 미소로 공개하신다. 모두가 잔뜩 먹고 나서야 공개하도록 하여 뒤풀이 비용을 절감해보려는 김도형 사무총장님의 알뜰한 재정운영능력이 빛난다. 하지만 이런다고 자제될 식탐들이 아니다. 배를 꺼트리고자 한옥마을을 활보하며 다가올 뒤풀이에 대비했다.

 

별빛 가득한 한옥 마당에서 노동위의 새별이 떠오르다.

한옥 마당을 향한 마루에 모두가 모여 앉았다. 전체모임의 하이라이트, 신임위원장 후보 선출이 있는 시간이다.

강문대 신임위원장 후보의 경선 대상이던 김진 변호사님은 일본에 계신다. 김도형 사무총장님이 김진 변호사님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하며 후보사퇴에 따른 단독후보임을 좌중에 알린다. 하지만 위원들은 카톡 조작설을 제기하며 경선을 주장한다. 시국이 시국 아닌가. 사무총장에게까지 검증을 요구하는 회원들의 엄격함에 탄복했다. 김도형 사무총장님의 절절한 호소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마침내 카톡의 진정성립이 입증되었다.

신임위원장 후보의 후보직 수락연설은 사뭇 진지했다. 한동안 들떠 웃던 위원들 역시 진지하고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민변 노동위원회의 새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선출 직후 마당에 수줍게 선 차기 위원장 후보와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현 위원장의 미소는, 왁자지껄 유쾌하던 이상한 옹립식의 마지막 장면으로 기록해 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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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던 뒤풀이와 잠결에 들리던 노래.

모두가 들떠 막걸리를 마셨다. 누구는 숟가락으로 북을 쳤고 누구는 노래를 불렀다. 고윤덕 변호사님은 일관된 어조와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하며 술자리를 성실하게 지켰고 끈질기게 술을 마셨다. 반면 세차게 술을 마시던 정병욱 변호사님은 갑자기 취해 어딘가로 사라졌다. 챙겨주는 거 못하는 조직이라더니 서로 찾겠다고 마을을 헤맨다. 위원들의 지극한 보살핌에 살아 돌아온 정병욱 변호사님은 아침해가 뜰 무렵까지 세차게 술을 마셨다.

하나 둘 잠자리에 들 무렵, 홍대에서 인디밴드를 했다던 최용문 신입회원이 마당에서 나지막히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잠결에 들리는 노랫말이 따뜻하다.

 

그렇게 전체모임은 끝났다.

한옥마을에 무척 어울리던, 어딘지 옛스럽고 투박한 듯 정겨운 사람들의 모임. 멀리 보이는 거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솔직담백하여 살갑게 다가오던 선배들. 비록 세련됨은 부족해도 새내기다운 희망에 들떠 함께 웃던 동기들. 덕분에 내내 신나던 시간들. 후기를 쓰고 있자니 얼굴들이 하나씩 떠올라 흐뭇해진다.

전체모임을 다녀오니 내가 그 민변 노동위원회의 신입회원이 되었다는 실감이 든다. 든든하다.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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