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평가와 공안기구 개혁 토론회

2013-07-16 274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평가와 공안기구 개혁 토론회

 

 

글_ 김경민 사법연수원 43기 실무수습생

 

시인 김수영은 그의 산문집 어딘가에서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호들갑스럽게 놀라워하는 것을 보면서 아래와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다시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국민들이 이런 식의 부정에 놀라는 것도 우리들이 아직도 촌티를 가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근대정치의 악의 경험이 얕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앞으로 좀 더 악의 훈련이 쌓아지면 이것도 또 만성이 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국민들은 확실히 촌티를 벗은 듯하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그러했듯이 짧은 기간 동안 국민들은 압축적으로 근대정치의 악의 경험을 깊고 다양하게 체험하였다. 이제는 정치인을 비롯한 대의기관의 어지간한 비리나 부정에는 눈도 돌리지 않는 대범한 국민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선거든 국정원이든 상관없이 너무 바쁘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더라도, 그 선거에 국가정보기기관이 개입을 했더라도, 그래서 선거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더라도 자신이 선택했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기쁨, 지지했던 후보가 낙선한 아쉬움은 묻어두고 다시 힘찬 생활의 전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열심히 일해서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고, 등록금과 학비,생활비, 술값, 애인에게 할 선물비용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정치기사를 읽다가 흥분한 나머지 정치인에 대한 가벼운 욕설을 담은 댓글을 게시한다거나 함부로 깃발이나 피켓을 들고 도로에서 사진이라도 찍히는 날에는 벌금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런 (바쁜) 와중에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자 대학생들과 전문가 집단, 애국시민들은 연이어 시국선언을 발표하였고, 지금까지도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사과 및 처벌을 촉구하며 시청 앞에 모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민변이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2013년 7월 4일 목요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평가와 공안기구 개혁 토론회」역시 중요한 국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획이었고 그 내용 역시 매우 충실하였다. 참여한 청중의 숫자의 측면에서 아쉬운 결과를 나타내기도 하였지만 실망할 일이 전혀 아니다. 꺼질 듯 했던 촛불은 아직도 타고 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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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박주민 변호사님도 언급하셨듯이)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자기 삶의 자기결정이고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민주주의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들 한다. 물론 선거가 민주주의의 모든 것은 아닐테고 국가정보기관이 본래 민주주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적어도 선거가 민주주의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것, 현재의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기에 국정원 개혁의 방안 역시 정파적 이해를 넘어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절대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김수영의 말로 시작해서 두서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또 다시 김수영의 말을 빌리면서 급히 마무리를 해야겠다. 국정원을 거꾸러뜨리기를 바라면서. “조용한 물 끓는 소리다. 조용히 끓고 있다. 갓난아기의 숨소리보다도 약한 이 노래 소리가 「대통령 각하」와 「25시의 거수(巨獸)」같은 현대의 제악(諸惡)을 거꾸러뜨릴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힘들지만, 못 거꾸러뜨린다고 장담하기도 힘들다. 나는 그것을 「25시」를 보는 관중들의 조용한 반응에서 감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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