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반대 긴급 좌담회

2013-01-28 190

“왜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격한가.”

–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반대 긴급 좌담회

 

글_9기 인턴 이경빈


  1월 17일 민변 대회의실에서는 “왜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격한가”라는 제목으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반대 긴급 좌담회가 있었습니다. 민변과 참여연대, 민주법연이 함께 한 이번 좌담회에는 권혜령 민주법연 교수, 장완익 민변 과거사청산위원장, 김인회 민변 사법위원장,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 박주민 민변 대외협력팀장이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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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인사 청문회가 있지만 위장전입, 업무추진비, 스폰서 등 도덕성, 청렴성만이 강조되고, 인사권자가 청문회 결과를 무시하기도 하여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좌담회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 후보자의 과거 판결과 발언을 중심으로 1) 헌법관과 인권관, 2) 정치적 경향, 3) 역사인식을 검증, 비판하고 헌법재판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는 자리였습니다.


< 헌법관, 인권관 >

  헌법관, 인권관과 관련해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이자 기초인 ‘표현의 자유’였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에 대한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판결을 볼 때, 이 후보자가 ‘진실로 확정되지 않은 사실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사고방식으로, 장기간 논쟁을 사회적 비용으로만 본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선거운동에 선거운동의 자유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통해서도, 인터넷공간의 특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엿볼 수 있습니다. 군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불온서적 판결도 있습니다. 이 판결은 주로 반대의견이나 소수의견에 서 있었던 이 후보자가 독특하게 다수의견에 속했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인적구성까지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판결이었습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 관련 판결과 ‘집회 시위의 자유’와 관련한 판결을 함께 보면, 이 후보자가 국가와 개인의 충돌 시 국가를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서울광장 차벽과 집시법 야간집회와 관련해 합헌이라는 극소수 의견을 냈는데, 특히 야간집회에 대한 의견에서는 불법시위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면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사고를 볼 수 있습니다. 명백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을 때에만 최후적, 예외적으로 기본권 제한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자는 추상적인 위험발생가능성이 있다면 기본권을 누릴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기본권과의 명확한 비교형량 없이, ‘공익이 사익보다 크다’라는 식으로만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이 된다면 집회시위의 자유가 축소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큽니다. 또 미결구금일수를 전일 산입해야 한다는 8인 다수 의견에 반대의견을 낸 데에 대해서는 신체의 자유가 중시되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고집, 줏대까지 느낄 수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 정치적 편향 >

  한국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루고 있기도 한데, 여기에서도 이 후보자의 독특한 의견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선관위 선거중립준수요청 사건과 민노당 국회법 34조 교섭단체 소속 정책 연구위원만 참여하도록 하는 조항, 사립학교법과 관련하여 국회의장 상대로 한 권한쟁의 소송, BBK 특검 관련 사건에서 이 후보자는 일관되게 한나라당의 의견을 온전히 수용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임명 이후엔 추천권자와 독립되어 활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고 자신의 짐을 헌재에 그대로 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박근혜 당선인이 당선되면 스스로가 헌법재판소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특정 정치 세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굉장히 위험한 사고 방식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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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인식 >

  역사인식의 문제 또한 심각합니다. ‘위안부’ 및 태평양 강제동원, 원폭 피해자 청구권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일제 하 피해자 보상에 대해 이 후보자는 매우 소극적이고 국가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제시기 사망, 행방불명, 상해 피해를 입은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있으나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는 보상을 하지 않는데 대해 헌법소원이 있었습니다. 이 때 이 후보자는 다수의견에 따라 피해의 정도가 국외의 경우 더 심하다는 이유로 국외만 지원하는 게 합헌이라고 결정했으며 한일협정과 관련해 ‘위안부’, 미쓰비시에 의해 히로시마에 끌려 간 원폭피해자가 한국 정부가 일본정부와 외교적 협상을 하지 않는 데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도 합헌 판결을 냈습니다. 또 친일재산 환수에 대해서도 후보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며, 부족한 과거사 청산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헌법재판소 >

  헌법재판소 전체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인권위와 함께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법원에 비해 내부 비판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비민주적 결정의 사법적 정당화로 작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4기까지 헌법재판관 대부분이 5~60대 서울대 법대와 판사 출신 남성이라는 인적구성의 획일성과 전반적 보수성, 인권 감수성의 부족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임명방식 또한 비판 받았습니다.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등 해외의 경우 다양한 경력과 직업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법관 출신으로 제한하는 등 구성이 폐쇄적입니다. 앞으로는 인권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정성을 가졌으며 다양한 활동 경험을 가진 헌법재판관이 임명되어야 한다는 것과 선정 과정 또한 국민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재설계될 필요성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시절 주로 반대의견이나 소수의견에 서서 경제적 기본권을 매우 우월한 가치에 두는 등의 비판할 말한 판결을 해왔습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인해 인권위가 제 기능을 상실했듯이,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이 되면 헌법재판소가 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변은 이번 좌담회의 분석, 의견을 기반으로 헌법적 가치를 우선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이가 헌법재판소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이동흡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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