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활동] 2월 7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출범

2012-02-14 99


 


2012. 2. 7.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층에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출범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출범식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선수 회장이 참가하여 지지와 연대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음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창립선언문입니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창립선언문


우리는 핵 없는 세상을 만듭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440여개 핵발전소 중에서 1979년 스리마일섬(미국), 1986년 체르노빌(구 소련), 2011년 후쿠시마(일본) 등 초대형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특히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는 전 지구를 방사성물질로 오염시켰고, 위 사고들은 아직도 수습이 끝나지 않았으며, 언제 마무리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예컨대 1,000년에 한번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은 원자로 1기에 대한 확률로서 전세계에 존재하는 440여개의 원자로에 이를 적용하면 곧 2.3년에 한번 세계 어디선가 대형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실제로 10년에 한번 꼴로 대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원자력개발은 당초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개발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대량파괴무기인 핵폭탄을 손에 넣고 보자는 것이 개발의 동기였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러한 핵개발에 대하여 안전성 검토나 인간생명과 지구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아무런 공개적 논의나 정보공개 없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극비리에 군산복합체의 사업으로서 추진되었습니다. 이는 이후 원자력개발에 있어서도 철저한 비밀주의하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 자기결정권은 무시되고 원자력추진세력의 이익추구를 중심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등 민주주의원리를 철저히 침해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핵발전소는 원자핵의 안정성을 깨뜨리는 인공적인 핵분열을 통해 방대한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원전사고 리스크 및 핵폐기물의 대량발생에 따른 방사능피해 때문에 우리의 삶과 자연도 그 존재를 위협받게 되는 것입니다.



핵분열반응에서 나오는 강력한 방사선이 순간적으로 인체의 세포를 파괴하여 유전자의 기형을 가져오면, 방사선에 의한 외부 피폭 및 내부 피폭은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의 기형아의 출산 및 어린이의 갑상선암 급증 등이 그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가 없더라도, 일상적으로 배출하는 방대한 핵폐기물이 나오는데 이것을 무해()화하는 방법을 아직 인류는 발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원자폭탄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 239는 반감기가 약 24,000년이고, 무해한 물질이 되기까지 반감기의 10배에 해당되는 약 240,000년이 걸리지만,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탄생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3~4만년 전인 것입니다. 또 방사성 세슘 137도 반감기가 약 30년이나, 10배인 약 300년이 흘러야 자연상의 무해한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평균 출력 약 100kW의 원자로 1기당 연간 약 27톤의 우라늄을 핵연료로서 사용하는데, 이중에는 4.5%(핵연료의 농축도는 고리 1호기가 3.8%, 그 외의 경수로는 4.5%)의 핵분열성 우라늄 235가 포함되어 있어 결국 원자로 1기당 우라늄 235를 연간 약 1,215kg정도를 사용합니다. 19458월 히로시마에서 사용된 핵폭탄이 그 해 말까지 약 14만명을 사망시켰는데, 이는 우라늄 235 800g정도가 핵분열한 영향인 점을 고려하면, 핵발전소의 원자로 1기를 1년간 가동하였을 때 히로시마 핵폭탄의 약 1,500배의 핵분열생성물질 즉, 세슘, 스토론튬, 요오드같은 죽음의 재가 대량 발생합니다.



이와 같이 핵 발전 후에 나오는 핵폐기물은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핵발전소 폐기 선언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사용 후 핵연료는 특수한 용기 속에 넣어 지하 300m 이하에 최소한 10만년 이상을 보관, 관리해야 합니다. 핵발전은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비윤리적인 행위임에 분명합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특히 유럽에서는 핵발전이 사양사업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각종 개발연구비와 보조금, 관련비용 전부를 전기요금에 포함시키는 총괄원가방식의 전기요금제도 등과 같은 지원제도가 없다면 핵발전은 결코 성립, 유지할 수 없는 산업입니다. 게다가, 핵폐기물의 처분 및 폐로비용 등을 고려하면 핵발전은 결코 경제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핵발전을 중단하기는커녕, 확대하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11223일 삼척과 영덕을 신규핵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21개의 원자로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42개까지 원자로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더구나 정부는 고리1호기, 월성1호기 같은 설계수명이 끝난 핵발전소를 폐쇄하지 않고 수명 연장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도 수명연장과 관련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짓는 것으로도 모자라 외국으로 핵발전소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출이 성사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건과 관련해서는 계약내용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핵발전은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소수의 정치인과 관료, 이해관계 집단이 핵발전과 관련된 정책을 주도하고 있고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 우리 국민들은 철저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경주에 짓고 있는 중저준위 핵폐기장은 하루에도 2,500톤의 지하수가 배출되고, 지진 위험도 있으며, 핵폐기물을 보관할 사일로가 들어갈 암반이 매우 불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와 같이 경주 핵폐기장에서는 이대로라면 방사능 유출이 뻔히 예상 되는데도, 막무가내로 공사는 강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대한 안전상의 결함으로 인하여 공사기간은 3차례에 걸쳐 연기되었고, 공사비는 당초 예산 15,228억원에서 추가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는 것인데 이러한 지출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국민들이 이에 동의한 적이 있는가에 대하여는 회의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대단히 위험하고 치명적이며, 경제적이지도 않은 핵발전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에 대하여, 관련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국민 대다수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핵발전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핵발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진정한 동의는 없었습니다. 입법과정에서도 안전성 및 경제성 등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검토가 너무나도 부족하여 원자력 관련 입법을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그야말로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이미 19738월 이카타발전소 1호기 주변에 사는 주민 35명이 마쓰야마(松山) 지방재판소에 원자로설치허가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이후 핵발전소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여러 가지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법적인 문제제기와 투쟁이 국민들이 핵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하고, 스스로와 미래세대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며, 아울러 정부로 하여금 입법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원자력사업자들도 좀 더 안전관리를 하고 핵발전 관련 사업을 함부로 펼치지는 못하였을 것입니다. 나아가 핵 없는 세상을 앞당길 것입니다.



우리 법률가들은 국민들과 미래세대에게 핵발전과 관련하여 지성인으로서, 전문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과연 다하였는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핵에 대한 진실을 알아야 하고, 국민들이 핵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제대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우리 법률가들은 입법, 제도 개선 운동과 소송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하여 봉사할 수 있고, 국민들과 힘을 합하여 핵발전과 관련한 이익집단의 거대한 부조리에 맞서 싸울 수 있으며,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피해자들뿐만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하여 핵발전소에서 반경 270km에 달하는 광대한 오염지역에서 스스로를 해칠 방사능을 끌어 안고 몇 백년, 아니, 몇 만년동안 살아가야 하는 일본 주민들과 특히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이대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하여,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오늘 소중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아마도 긴 세월이 지났을 때 아무도 우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지라도, 아무도 우리가 한 일을 모를지라도, 우리의 노력들이 우주 속의 먼지보다도 적을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우리 내면으로부터의 부르짖음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핵 없는 세상을 만듭니다.



2012. 2. 7.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