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곽노현 교육감의 언어구사에 대하여 – 변호사 박연철

2011-09-05 161

                         

곽노현 교육감의 언어구사에 대하여*

 

변호사 박연철

 

곽 교육감에 대하여 수사를 한다는 보도를 보았을 때 나는 검찰의 왜소함을 생각하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 발의가 허사로 돌아가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저리도 조급하게 진보진영에 대한 탄압의 선봉에 서는가 하는 생각으로 장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곽 교육감이 돈 2억 원을 박명기 교수에게 전달하였음을 시인하고 그것이 ‘선의’ 였으며, 이에 관하여는 사회적, 법적으로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표를 보이는 기자회견을 하고 난 후, 검찰이 때맞추어 앞장서는 충견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기관으로 생각이 되돌아갔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돈이 오고 갔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여러 상상과 가정은 곽 교육감에게 불리한 것 투성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보단일화를 위하여 둘 사이에 그와 같은 돈거래가 있어야만 했던 것일까. 양쪽 선거캠프에서 선거후의 지위와 비용보전에 관하여 그토록 구체적인 담합이 있고 나서야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졌다는 말인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회원으로서 진보진영의 인사들과 여러 활동을 같이 하여 왔다. 대의를 도모하고, 사리를 추구하는 것을 멀리 하도록 애쓰며, 그로 인한 곤궁함은 끝까지 견디고 이겨 나가도록 염원하여 왔다. 곽 교육감은 평소에 성품이 강하고 분명하여, 그가 교육감으로 당선됨으로써 그를 통하여 진보진영의 가치와 정책이 실현될 수 있겠다고 기뻐하여 온 마당에, 후보자간의 금품수수는 아닌 밤중의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상식적으로 ‘금품’이 오고 가는 데에는 ‘섬의’기 뒷받침되기 보다는 세속적인 야합의 의도다 내재하여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세상이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일어난 일에 관하여 짙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곽 교육감의 말은 매우 이상하게 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몹시 곤혹스럽다. 그는 나의 동지이고,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다. 그의 도전과 결단으로 사회질서가 잡혀가는데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런데, 곽 교육감이 2억 원 수수사실을 확인하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지금도 눈이 침침한 어두움 가운데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내 나름으로 곰곰이 생각하는 가운데, ‘ 그가 엄청난 실책을 범하였으며, 그는 더 이상 청렴하지도 아니하고, 그를 통하여서는 교육감의 직책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고 생각하여 그에게 사퇴할 것을 팩스로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본인의 진술을 직접 들어 보지 아니하고 신문보도만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초기에 벌떼처럼 들쑤시는 저널리즘의 단계를 지나서 돌이켜 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발생한 문제, 특히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차분히 짚어 나가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 나는 아직도 곽 교육감, 강경선 교수 등을 직접 만나 보지는 못하였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나타나는 나의 추론이나 판단은 사실관계와 동떨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각종 신문기사, 칼럼, 그리고 내가 평소에 알고 있는 곽 교육감, 강 교수 들의 인격을 생각하면서, 내 나름대로 그려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이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이어서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법관이 그의 자유심증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정리할 사실관계와 나의 지금의 추론을 비교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박 교수가 사퇴하면 훗날 그에게 어떠한 지위를 보장해주고 선거비용도 어느 정도까지 보전해 주겠다는 구체적인 합의나 약속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갖춘 인격과 경력, 준법의식에 비추어 보아 그토록 무모한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두 후보가 함께 선거에 임하면 진보진영이 패배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후보단일화를 위해 힘쓴 원로 분들의 대의와도 동떨어진 것이다.

 

후보를 사퇴할 예정인 박 교수 캠프에서는 그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안될 절박성이 없지 않았고, 그 내색을 보였을 것도 같지만, 곽 교육감 측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터이고, 박 교수 측에서도 각서와 같은 서면보장을 받아낼 생각을 감히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건과 녹취록이 있다고 하는데, 알려진 바 문건은 박 교수 측이 임의로 작성한 것 같고, 녹취록은 있었을 터이나 서면 내지 구두로라도 합의하였다는 부분은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양측의 참모들 사이에 따로 이런 저런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는 있었을 터인데, 그때 박병기 후보의 선거비용문제가 거론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신문보도에는 거론되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참모들 사이에 어떤 합의점이 있을 수 있었는가. 그들의 합의가 유효하려면 양 후보로부터 합의권한을 위임 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협상권한 또는 합의권한을 위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그들 사이에 오고 간 대화를 각각 자신들의 후보인 곽 교육감, 박교수에게 보고하였을 개연성은 높다. 보도에 위하면 박교수는 이때 자신의 참모의 보고를 받고 이튿날 협상을 재개하였다고 한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가 직접 협상을 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참모들 사이의 협상내용 – 비용보전 및 지위부여– 을 추인하지는 않았을까. 다음날 협상을 재개한 것은 참모들 사이의 단순한 대화 또는 합의의 실현가능성을 기대하거나 전제로 하는 단계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곽 교육감 측에서는 구체적인 합의 (또는 거래) 가 없었으므로 ‘ 조건 없는 단일화’로 표명하고, 박교수 측에서는 구체적인 합의나 서면은 없을지라도 사후보장에 관한 기대를 가지고 임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경우 곽 교육감 측에서는 공직선거법위반의 고의는 없었다고 할 것이나, 박 교수 측에서는 위법행위의 주관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쌍방의 의향이 다른 가운데 후보가 단일화 되어 선거를 치를 수 있었고, 곽 교육감 측에서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함이 없이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곽 교육감이 매우 근소한 표차로 당선되었고, 이것은 실로 박교수와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곽 교육감이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 아니 낙선되었을 것이라는 현실이 드러난 데 있었던 것 같다. 그 결과로 인하여 박 교수 측의 선거비용보전 및 지위부여 요구는 더욱 강해지고, 곽 교육감은 상당한 괴로움을 겪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하여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법률적 견지에서는 설혹 괴로움을 당한다 할지라도 끝까지 외면하는 것이다. 박 교수가 선거 빚 때문에 어떠한 곤경에 빠져 있다 할지라도 곽 교육감 측에서 상관할 일은 아닌 것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곽 교육감은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공직선거법위반죄의 공소시효가 지난 후에 인간적으로, 개인적으로 돈을 마련해서 제공하여 주는 것이 마음이 편하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 곽 교육감은 최소한의 성의를 다하려 하였을 것이고, 박 교수는 최대한의 도리를 요구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곽 교육감은 이와 같은 번뇌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가장 절친한 친구인 강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강 교수가 중재자의 역할을 맡았다. 곽 교육감이 말한 ‘ 선의’에 입각한 배려였던 것이다.

 

곽 교육감은 ‘선의’로 표현했으나, 기쁜 마음에서 흔쾌히 발생한 ‘선의’가 아니라 선거로 인하여 후보자가 빚더미에 앉는 각박한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하여 부득이한 결정을 한 것이다. 곽 교육감의 ‘선의’라는 표현에 대하여 일반 시민들이 치소하는 것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거액의 금전거래 – 그 약속과 이행 – 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2억 원은 대단히 큰 돈이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금전수수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시민사회와 정치권 대부분이 곽 교육감의 사퇴 쪽으로 의견을 모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곽 교육감을 신뢰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입장이 아니라면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일 것이다.

 

아마도 곽 교육감은 어렵사리 마련한 돈 2억 원을 전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로서는 그 돈은 감지덕지 흔쾌하게 받은 액수가 아니라 빚쟁이한테 순식간에 넘어가고 여전히 다른 빚에 시달려야 하는 매우 적은 금액이었던 것 같다. 곽 교육감은 그 정도의 성의로 마무리 지으려 하였으나, 박 교수 측은 계속 불만스러워 하고, 불평하고, 채권자들에게 곽 교육감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서 변제하지 못한다는 변명을 함으로써 오늘의 사태에 이른 것 같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 발생한 사실관계가 내가 추론하는 바와 같다면, 이 경우에 곽 교육감은 실정법상 유죄가 되는 것일까. 검찰에서는 아마도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양자 사이에 합의 또는 약속 – 그것이 묵시적이든, 구두로 이루어진 것이든, 참모들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든 – 으로 볼 수 있는 증거를 찾으려 하고 부각시키려 들 것이다. 박 교수 측, 그리고, 참모들의 진술에서 곽 교육감에게 불리한 진술을 만들어 내고 찾아 낼 것이다. 곽 교육감의 어려움은, 자신의 선의만을 주장하여서는 안되고, 검찰의 예리한 추궁 앞에서 실체적 진실의 일관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곽 교육감에게 불리한 모든 진술 및 증거에 대하여 합리적인 부인 또는 반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법원은 또 어떠할까. 곽 교육감에 대하여 신청될지도 모르는 구속영장을 기각시킬 수 있을까. 그의 변소를 있는 그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 줄 수 있을까.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염려되는 것은 곽 교육감의 언어 구사(WORDING)가 대중적이지 못하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하는 데에도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가 ‘선의’로 제공하였다고 하니, 금세 ‘ 2억 원짜리 선의’가 있는지 조롱거리가 되고 만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는 모든 사실관계의 평가 또는 결론으로서, ‘선의’라는 용어를 선택하였으나, 선의는 의지의 형태이지 사실관계 그 자체는 아니다. 그는 적나라한 사실관계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우리 후보자들 사이에 선거 비용 보전에 관한 논의나 합의는 없었다”라든지, “선거비용보전에 관한 제안이 있었으나 받아들이지 않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라든지 해야지 총체적, 축약적으로 ‘선의로 제공했다’라고 말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선거가 끝난 후, 박 교수 측에서 선거 비용 보전을 요구해 오고, 그에 관한 구두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한 일이 있어서 2010년 10월 경에 그 경위와 내막을 자체 조사하게 한 일이 있었는데 이러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곽 교육감으로서는 그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라든지.

 

그렇지만, 박 교수와의 후보단일화가 없었다면, 곽 교육감은 낙선될 가능성이 더 높았었기에 박 교수에 대한 고마움이 있던 것은 당연하였다. 그리고, 박 교수가 선거 빚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의 일같이 생각할 수 없는 동병상련의 입장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곽 교육감 개인으로서 최소한의 아니 최대한의 성의를 보일 방도를 강구하게 되었다. 선거법위반에 대한 공소시효도 지나고, 후보단일화와도 상관이 없는 새로운 방안으로, 개인적인 출연에 의하여 박 교수의 고충을 일부 덜어주고 싶었다라든지 하는 말로 직설적으로 해명을 하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사건이 지금처럼 전개된 것은, 진보진영의 도덕성에 비추어 보건대, 세속적인 부정행위의 아류라고 볼 수 있다. 온전한 도덕성에 의하여서는 순수한 정신으로 극복하여야 할 과제인데도 그 도덕성이 온전하지 못하여 세속적인 범죄행위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곽 교육감은 후보단일화에 의하여 세움을 입은 대표자가 되었으므로 그 지위에 맞는 사명감과 도덕적 수준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을 터이나, 이와 달리 박 교수로서는 선거입후보의 후유증으로 지속적인 고통 가운데 처하게 되어 결국 곽 교육감을 표적으로 선거 비용 보전을 요구하는 추락상을 보인 것이다. 그는 교육감이 되겠다는 그 자신의 필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선거 비용 보전을 재촉하는 초라한 기피인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가 진보진영의 공통연대적인 이상과 목표를 가졌다면 곽 교육감을 위법적으로 괴롭히기 보다는, 곽 교육감을 세워주고, 그가 박 교수를 대신하여서 교육감이 된 것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자기희생을 감수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할 것이다.

 

곽 교육감은 향후 자신을 ‘선의’ 또는 ‘정의’의 편이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사과정에서, 또한 언론과의 접촉과정에서, 곽 교육감의 총명함과 지혜로움과 인간적임을 몰라 주는 대중사회와 외롭게 투쟁하는 것과 같은 자세는 갖지 말아야 한다. 곽 교육감이 교육감으로 출마할 의지를 갖고 출마한 이후 지금까지 겪은 현실(내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할 수 있는 또 다른 예지를 보여 주어야 할 것 같다.

 

어떤 언론인은 곽 교육감에 대한 시민사회의 판단은 끝났으니 즉시 사퇴하고 석고대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일신문). 어떤 이들은 매우 사려 깊은 듯한 사퇴권고를 하기도 하였다 (한겨레신문). 지금까지 언론을 매개로 한 숱한 논란은 판단이 빠르고 부지런한 이들에 의하여 주도된 제1단계였고, 시민들도 그에 의하여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제1단계의 논란은 정확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아서 돌아보면 옳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시민사회는 지금부터 곽 교육감을 더 지켜 보고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함이 없이 진실하게 임하는 것, 시민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임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망된다.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을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청구를 기각시켜 주면 좋겠다. 그리고, 마침내 무죄를 선고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나긴 과정에서 시민들이 곽 교육감을 신뢰하는 수준이 높아 교육행정도 긴장관계에서나마 의도하는 대로 지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1. 9. 4. 23:50)

   

 

*본문의 내용은 개인이 작성한 것으로 민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