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 소원 제기

2011-06-30 149


디엔에이법 헌법소원을 제기하다.


 


류제성 변호사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2010. 1. 25. 법률 제9944호)이 제정되어 2010. 7. 26.부터 시행중에 있다. 디엔에이법의 입법취지는 살인이나 아동 성폭력 등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강력범들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국가가 관리하여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디엔에이는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식별도 가능하며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질병정보, 유전정보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애초 수집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이용되거나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아주 민감한 정보인 것이다. 디엔에이는 모발, 침, 담배꽁초, 지문 등 소량의 물질에서도 쉽게, 당사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채취할 수 있다. 그런데 디엔에이법은 디엔에이를 채취해서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는 많은 자료와 정보가 입력될수록 효용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확장되려는 속성이 있다.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한 외국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제한적으로 디엔에이를 입력하다가 갈수록 그 대상과 범위를 널려가고 있다. 신상정보나 다른 신원확인 유전자 DB와 연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디엔에이 채취 및 데이터베이스화는 엄격한 요건하에서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그 범죄인의 재범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하여야 한다. 단지 법관의 영장보다는 형 집행을 종료단계에서 재범의 위험성을 심사하거나 최소한 유죄판결에 부수하는 법원의 판결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디엔에이법은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강력범죄라고 인정될 수 없는 범죄들도 디엔에이 채취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범죄를 범한 사람의 재범의 위험성 여부에 대한 심사도 없으며, 디엔에이 채취 결정과정에서 당사자의 진지하고 자발적인 동의나 불복절차에 관한 절차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실형이 아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사람,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구속피의자에 대해서도 디엔에이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디엔에이법 시행 이전의 범죄에 대하여도 법을 소급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헌법소원 청구인은 용산참사 철거민 4명과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 1인이다. 이들은 폭처법상 집단․흉기 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아 디엔에이 채취대상이 되었다. 폭처법 위반을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강력범죄라고 볼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청구인들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들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비록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진실이나 정의에 부합한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세상인과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잔혹한 법집행의 현장에서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저항하다 실정법 위반을 굴레를 쓴 사람들이다. 만약 이들이 다시 같은 범죄를 범한다면, 그것은 이들이 지닌 범죄성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라 국가의 개인정보 수집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그로 인한 감시국가화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모든 국민에 대하여 강제적으로 부과되는 주민등록번호제도를 지니고 있고, 지문정보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관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전자주민증을 도입하여 국민의 주민등록번호와 관련된 정보를 전자적으로 통합관리하려 하고 있다. 범죄정보의 경우에는 최근까지 법률의 근거없이 경찰청이 범죄정보관리시스템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해 왔고, 2010. 5. 1. 부터는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에 따른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범죄수사와 예방 목적하에 수사기관이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얼마나 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 바 공안사범 및 그 친족에 대하여도 은밀하게 관리를 해 온 사실이 우연한 기회에 밝혀진 바 있으나 관련 정보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집회시위사범에 대한 전산관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편 디엔에이법의 제정 및 시행은 ‘강성형벌정책’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2010. 4. 15. 형법개정으로 징역형의 형기가 2배로 상향되었고, 2010. 7. 16. 개정된「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개정법 시행전의 성폭력범죄에 대하여도 소급적용하여 이른 바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적용대상은 성폭력범죄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유괴범죄 및 살인범죄로까지 확대되었으며, 부착기간도 최장 30년까지 가능하도록 확대되었다.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제도도 인터넷상의 공개로 확대되었고, 성도착증에 의한 성폭력범죄자에 대하여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도 2011. 6. 30.부터 시행예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사형집행을 재개하려는 시도가 2008년 이래로 계속되고 있고, 최근 법무부는 폐지된 사회보호법상의 보호감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의 보호감호를 재도입하면서 ‘보호수용’으로 용어만 변경한 형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게다가 플리바게닝, 참고인강제구인죄 등을 도입하여 검찰권을 강화하고 수사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형법 및 형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제출되었으나, 김황식 국무총리의 반대로 보류된 바도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강력범죄에 대하여 그 사회적 원인을 살펴 개선하고 형벌의 교정교화 기능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고 중벌에 처하고 수사기관의 권한만 확대하는 손쉬운 수단만 채택하려 하고 있다. 디엔에이법은 직접적으로 범죄인을 처벌하거나 격리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디엔에이 채취를 통해 사회적 낙인을 가하고 차별과 배제의 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강성형벌정책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는 오로지 치안이나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초래하며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피의자의 기본적 권리를 후퇴시킨다. 이에 그치지 않고 헌법적 가치와 기본적 인권이 범죄수사와 예방이라는 목적의 하위 개념으로 치부되게 되어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사회적 통합도 저해한다. 범죄의 책임을 오로지 범죄자 개인의 위험성과 이상성의 탓으로 돌려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거나 영구히 감시하는 법제도는 우리 헌법이 용인하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범위를 벗어난다. 감시와 처벌의 강화라는 관점에서 디엔에이법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 모임이 6.16.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오로지 헌법과 인권의 잣대로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국회에서 이 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