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 국가에 의한 고문조작사건 피해자들의 헌법소원심판청구

2011-04-29 91



국가에 의한 고문조작사건 피해자들의 헌법소원심판청구


 


 


Ⅰ. 청구의 배경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아람회사건’은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경찰, 검찰, 법원이라는 국가기관이 동원되어 반국가단체로 고문 조작된, 국민에 대한 인권유린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① 1981년 청구인들 중 7명에 대하여 체포영장 부재 및 체포사유·묵비권·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고지 없이 이루어진 불법체포, 불법체포상태에서의 압수‧수색 및 장기간(27일~35일)의 불법감금


② 불법감금상태에서 고문 및 가혹행위로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서의 조작(참고인들의 경우에도 8~10일 구금상태에서 조서 및 진술서 작성)


③ 1982. 2. 11. 공소사실 전부에 대한 유죄판결을 시작으로 항소심에서 반국가단체부분에 대한 무죄판결부분이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되어 재항소심, 재상고심을 거쳐 징역 1년6월~징역10년형이 확정


④ 2000년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및 형사소송법에 따라 청구인 7명의 재심청구


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기초로 한 재심개시결정 및 2009. 5. 21.,2010. 8. 13., 2011. 1. 14. 각 무죄, 면소판결


⑥ 위 형사사건 당사자 및 가족 총 37명의 국가배상 청구에서 1심(2007가합96633) 및 2심(2009나103518)에서는 약 90억원의 위자료 원금 및 유죄판결이 확정된 날(1982. 10. 12. 및 1983. 6. 14.)을 기산점으로 하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


⑦ 피고 대한민국만이 상고한 2010다28833판결에서는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에 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하여 그 기산점을 사실심변론종결일로 정하고 파기자판함으로써 확정


⑧ 위 대법원 판결의 위헌성 및 재판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Ⅱ. 대법원 판결의 위헌성


 


1. 판결요지


대법원은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도 덮어놓고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현저한 과잉배상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는 위자료 산정시 참작해야할 사유 중의 하나로서 변동된 통화가치를 들고 있고 이는 변론종결시에 새로이 발생한 사실이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라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자판하였다. (파일첨부)


 


2. 판결의 문제점


 


1) ‘예외’설정 기준의 불명확성


이 사건이 예외인 이유는 ‘장기간의 세월이 흘러 통화가치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라는 것인데, ‘장기간’, ‘상당한’이라는 추상적 기준만으로는 불법행위시와 채무이행시의 시간적 차이가 존재함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점, 22년의 시간적 차이에도 지연손해금을 달리 판단하지 않았던 사례(2010다18829)가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예외라고 볼 근거로는 너무 부족하다.


 


2) 위자료 원리금 분리의 문제


정신적 고통이라는 손해의 특성은 금전화․물질화되는 손해가 아니라는 점 및 불법행위시로부터 날마다 발생하고 시간의 흐름이라는 사정은 이를 증폭시키거나 약화시키는 손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 배상을 위한 금전평가를 손해 그대로 하자면 매일의 정신적 고통을 환산하고 그로부터 지연손해금을 가산하는 방식이어야 하겠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위자료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고 입증하였다고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재량으로 총액을 정하여도 위법은 아니다.


 


또한 정신적 고통에서 시간의 흐름이라는 사정은 그 손해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참작사유가 될 수 밖에 없고 지연손해금은 손해를 입히고도 그 배상이 지연되는데 따른 손해의 확대를 막는 역할을 한다.


 


결국 정신적 고통에 대한 금전환산의 어려움, 시간의 흐름이 차지하는 비중, 지연손해금 자체의 법적 성격을 종합하여 볼 때 불법행위시의 위자료 원금을 정하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하는 위자료 산정 방식을 택하는 한 위자료 원리금을 분리해서 판단할 경우 오히려 위 판결의 지적과 같이 장기간의 세월이 흐른 경우 통화가치 변동의 반영에 불균형이 생기게 되어 과잉 또는 과소배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불법행위법의 일반원칙이라 할 수 있는 공평의 원리에 반하는 위법한 것이다.


 


3) 과잉배상 판단의 근거 부족 및 법리왜곡문제


위 판결에서는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을 무조건 불법행위시로 판단하면 과잉배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거도 없고 원금과 지연손해금 분리로 왜곡되는 현상을 발생시킨다. 실제 동종사건이라할 수 있는 오송회사건의 경우 1심 판결 후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상태인데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1심판결도 과잉배상의 문제가 발생된 것이다. 그런데 2심에서 위자료 원금을 확장하여 지연손해금부분이 원금으로 산정된다면 이는 과잉배상이 아니게 된다는 것인데 이를 불법행위법리라고는 볼 수 없다.(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법리는 별론, 아무튼 국가배상범위를 줄이라는 것이므로 최근 실무는 위자료 원금에 대하여 약 50%를 확장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4) 재판부의 구성 및 파기자판 문제


기존의 법리와 다른 것임이 분명함에도 위 판결은 기존 의견의 변경이 아닌 ‘예외’라고 하여 처음 판단하는 사례인 것으로 설정하여 전원합의체의 심리를 피하였다. 전원합의체인지 소부인지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서의 재판부의 구성, 제66조에서의 합의의 방법을 규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심리를 하는 법관의 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와 의견교환을 통한 재판의 적정‧공평 및 외부압력배제를 보장할 수 있는가 없는가라는 중대한 문제이다.


 


아울러 원심을 파기하면서 민사소송법 제437조 제1호 “그 사실을 바탕으로 재판하기 충분한 때” 및 원고들(청구인들)이 상고하지 않은 사유로 인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근거로 자판을 하여 확정하였다. 대법원에서 예외설정의 근거로 든 장기간의 세월이 흘러 통화가치에 상당한 변동이 있는 사정에 대해서는 원심에서도 고려하였음을 판결이유에서 명백히 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위자료 산정의 기초사실 및 이에 따른 위자료 수액의 결정은 결국 사실관계의 심리이고 원심에서 다루었던 사실이라도 예외로 다루지 않은 사실이라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의하여 원본을 증액시킬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주장, 입증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환송하여야 사실관계 심리에 대한 법원조직법 제3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423조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공정한 권리구제의 방법과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절차적 실현이라는 점에서 이에 반하는 재판은 위법‧위헌이다.


 


3. 판결의 위헌성


 


대법원 판결이 위와 같은 문제가 있다면 ① 위자료라는 금전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그 금전의 헌법적, 법률적 성격은 국가가 훼손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키고 국가에 의한 인간성 파괴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임에도 ‘장기간의 세월이 흘러 통화가치의 상당한 변동’이 있는 때에 해당되어 불법행위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을 기산할 경우 ‘과잉배상’이 된다고 하여 경제적 가치 등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천명한 헌법에 위반되었고 ② 장기간이 무엇인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이 사건과 같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사건 또는 과거청산사건에서만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을 달리 판단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하였고 ③ 지난 수십년간 위자료 원금과 지연손해금의 기준시기를 불법행위시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오다가 이 사건에서는 ‘장기간의 세월이 흘러 통화가치의 상당한 변동’이라는 너무도 추상적인 이유를 내세워 예외를 설정하였으면서도 그대로 파기자판하여 확정시킴으로써 위 ‘예외’라는 새로운 사실판단 및 그 법리에 대한 청구인들의 주장, 진술의 기회조차 박탈한 것으로 이는 재판절차에 있어서 당사자로 하여금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게 하고 주장, 입증의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재판청구권 보장 및 적법절차 원리를 위반한 것이고 ④ 국가의 책임범위를 정당한 이유 없이 축소시킴으로써 국가에 의한 고의적‧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범위를 정한 ‘정당한 배상’을 받을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고 ⑤ 기본권 보호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이를 침해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위반이다.


 


Ⅲ.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성


 


1. 재판소원에 관하여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 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한 뜻은 헌법이 입법자에게 헌법소원제도를 헌법의 이념과 현실에 맞게 구체적 입법을 통하여 구현하게끔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헌법소원은 언제나 법원의 재판에 대한 소원을 그 심판의 대상에 포함하여야만 비로소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고, ➁ 입법작용과 행정작용의 잠재적인 기본권침해자로서의 기능과 사법작용의 기본권의 보호자로서의 기능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정당화하는 본질적 요소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➂ 재판청구권은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최소한 한 번의 재판을 받을 기회가 제공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적 기본권으로 기본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반드시 헌법소원의 형태로 독립한 헌법재판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질 것만을 요구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➃ 다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거나, 위헌으로 확인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러한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고,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반하여 헌법재판소의 존재의의, 헌법재판제도의 본질과 기능, 헌법의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주의 등을 부인하는 것이 되므로, 그러한 재판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96헌마172, 173) 이라고 하여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바가 있다.


 


한편, 우리와 달리 재판소원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의 헌법재판을 참고하자면, 재판소원을 제한 없이 인정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의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를 ➀ 재판에 적용한 법령이 위헌이어서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 ➁ 재판에 적용한 법령은 유효하지만 그 법령의 해석 또는 적용에서 오류를 범하여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➂ 적용할 법령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법원이 법형성을 통하여 흠결을 보충하여 재판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➃ 재판이 재판절차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이루어진 경우 ➄ 재판의 지연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로 나누고 특히 하급심의 합헌인 재판이 오히려 상급심인 상고심의 재판에 기하여 비로소 기본권 침해가 있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를 형성해 오고 있다.


 


2.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상고심인 대법원의 판결에서 비로소 기본권의 침해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밝힌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 아님이 분명하여 기존 한정위헌의 범위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위 한정위헌의 범위내가 아닌 합헌인 경우의 근거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다시 위헌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


 


즉, ➀ 헌법소원의 대상을 정하는 것이 입법재량이라고 하더라도 위헌인 재판으로 인하여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지경이라면 재판소원을 한정적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처럼 국민이 사법부에 대한 청구 이외에는 달리 원상회복을 구할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국가기관 스스로 축소한다는 것은 국민주권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고의 원리로 하는 헌법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점 ➁ 과거 국가의 불법행위에 사법부가 가담했던 사실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법작용의 기본권의 보호자로서의 기능이 이 사건에서는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 ➂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최소한 한 번의 재판을 받을 기회라는 재판청구권이 이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 과거 불법행위에 가담했던 사법부가 그 원상회복을 정하는 최종기관이 되어 공정한 재판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이 사건의 경우는 과거 사법부의 기본권 침해 및 이를 회복하기 위한 재판의 위헌성으로 인하여 사법부의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로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존재하는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부합하기 위하여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Ⅳ. 맺으며


 


현행법이 재판소원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이상 위 대법원 판결의 위헌‧위법을 논하기 전에 우리의 헌법소원제도에 관하여 다시 한번 진지한 검토를 요한다. 헌법재판소의 위 한정위헌 결정 이후에 재판소원 청구가 많이 있어왔지만 예외 없이 각하 결정을 받았다. 이 사건은 기본권 주체인 국민이 국가기관에 의하여 어떻게 기본권을 침해받거나 보호받고 있는지, 각 국가기관의 헌법수호 방식의 구체화는 무엇인지 나타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첨부파일

판결서(10다28833).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