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체포된 시민을 접견하려는 변호사를 체포한 범법 경찰들, 결국 법정에 서다]

2011-02-28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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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 21. 서울고등법원은 아주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제11형사부(재판장 강형주)는 경찰관들이 노동조합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체포 이유를 고지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며 체포이유의 고지와 체포된 조합원들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던 변호사를 도리어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경찰관들에 대해 직권남용 및 불법체포죄로 공소제기를 결정하고 재판에 회부한 것이다.


사건은 2009. 6. 26. 정리해고 반대파업 중이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길에서 일어났다. 경찰관들이 공장을 나온 여러 명의 조합원들을 체포이유를 고지하지 않은 채 체포하였고, 「쌍용 자동차 정리해고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노동법률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자 공장 앞을 방문한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관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한 후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이유의 고지를 거듭 요구하였으나 경찰관들은 이를 묵살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전경대원들이 다시 노조원 한 명을 추가로 체포하려 하자 권 변호사는 지휘경찰관에게 체포되는 조합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요청하였는데, 그 지휘관의 지시로 전경대원들이 접견을 막자 전경대원들을 밀치고 조합원이 연행된 경찰 승합차량 쪽으로 뛰어가며 위 조합원을 접견시켜 줄 것을 재차 요구하였다. 그러자 경찰은 도리어 권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고,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검사는 권 변호사가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전경대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하였다. 한마디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을 체포한 경찰에 항의하며 변호인접견을 요구한 권 변호사를 오히려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고 기소까지 한 것이다.


이에 권 변호사는 경찰이 체포이유도 고지하지 않은 채 직권을 남용하였고, 그 체포의 부당성에 항의하며 변호인으로서 접견교통권을 요구하는데도 이를 방해함과 동시에 직권을 남용하여 자신을 불법체포하였다며 당시 지휘경찰관들을 직권남용죄와 불법체포죄로 고소하였으나 검사는 지휘경찰관들에 대하여 ‘혐의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며, 검찰에 항고해 보았지만 역시 고등검찰청은 항고를 기각하였다. 권 변호사는 경찰의 범죄행위와 이를 감싸는 검찰의 잘못을 명백히 하고자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는데, 이 재정신청이란 고소나 고발을 당한 자를 마땅히 기소했어야 함에도 검사가 기소하지 않았을 때 고등법원에 그 사람을 기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바로 권 변호사의 이런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검사의 불기소처분결정을 뒤집고 당시 지휘경찰관 2명을 기소한다고 결정하여 이들 경찰관들을 직권남용죄와 불법체포죄로 재판에 회부한 것이다.


그 결정문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피의자들(지휘경찰관들)이 위 조합원 3명을 체포하고도 체포 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변호사인 피해자(권영국 변호사)로서는 위 조합원 3명에 대한 체포이유 고지를 요구하며 피의자들의 체포가 부당함을 항의한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 되지 않음이 자명하고, 형사소송법 제34조에서 정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체포된 피의자를 도망하게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등의 목적이 아닌 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행사의 시기와 장소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피의자들로서는 피해자의 위와 같은 접견 요청이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또는 경찰서로 동행하도록 하여 피해자가 위 조합원을 접견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어야 함에도, 피의자들은 공동하여 피해자를 공무집행의 현행범으로 체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함과 동시에 직권을 남용하여 변호사인 피해자가 접견교통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여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며 공소제기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경찰이 집회나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을 체포하는 현장에서 인권지킴이로 나선 변호사들이 체포된 시민들에 대한 현장접견을 요구하면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등 근거가 희박한 이유를 대며 거부하거나 아예 묵묵부답으로 묵살한 것은 비단 권 변호사의 사례만이 아니다. 인권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위법하게 행사하는 데 맛을 들인 경찰이 이제는 한 술 더 떠 헌법에 규정되고 달리 제한할 수도 없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행사하려는 변호사를 도리어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기까지 하고, 검찰은 버젓이 변호사를 기소하고 재판에 회부하는 반면 불법체포를 자행한 경찰관은 죄가 아니라고 불기소처분을 하기까지 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의 위 결정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이 시민들의 인권을 지키는 데서 중대한 버팀목이고 제한할 수 없는 헌법적 권한임을 확인하면서 경찰이 체포이유 등을 고지하지 않고 행하는 자의적인 체포행위와 체포현장에서 시민을 접견하려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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