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오키나와 교류회 보고

2010-11-15 71

오키나와 교류회 보고





올해로 4번 째를 맞이하였네요. 저는 2번 째 교류회 때부터 참석하기 시작했습니다. 1회 교류회 때 민변 미군위 변호사님들이 오키나와를 방문하고, 2회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이 서울을 방문하면서 3회, 4회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정식명칭은 한국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일본 자유법조단 오키나와 지부 교류회가 되겠습니다.



처음 참석할 때만 해도 저는 사실, 굳이 일본 변호사들 만나서 서로에게 무슨 도움이 될 것이며, 괜히 해외여행 한 번 가는 구실이나 만드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미군 문제에 대해서 나도 알만큼 아는데, 뭐 일본 변호사들 씩이나 만나서 교류까지 하나… 이런 참 건방진 생각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한데, 교류회에 참석을 하면서 교류회 자체에 반해 버렸고, 당시 지친 일상에서 탈출하여 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매우 좋은 기억이었고, 다음 해에 오키나와로 방문도 하였습니다.



전 이번 교류회의 준비를 담당하였습니다. 열심히 교류회를 준비한 것은 미군기지 문제에 대한 서로의 쟁점과 이슈를 나누고, 나아가 국제적 반미 연대를 하기 위한 원래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1년에 한 번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만나는 다른 나라의 변호사들과의 만남, 쌓여가는 우정의 기쁨과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우리들과 이야기 할 때, “일본 사람들은, 일본에서는”이라고 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이라고 이야기 하고, “오키나와에서는”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키나와는 유구국이라는 독립왕조였다가 19세기에 일본 본토에 복속되고, 2차대전 때 미국이 오키나와로 상륙을 하여 2차 대전이 종전되면서 다시 미국의 지배를 받다가 1972년에 와서야 다시 일본으로 반환되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고, 반환 이후에도 미국은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들은 모두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오키나와 사람들은 기지문제 뿐만 아니라 미군의 각종 범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용산미군기지 이전과 유사하게 오키나와 내 최대 기지인 후텐마 기지의 이전을 둘러싼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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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에서의 교류회는 첫째 날 18:30이 돼서야 시작이 되었는데, 이것도 G20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원래 오키나와발 인천행 비행기는 일요일 12:20 출발이고 14:40 도착으로 항상 비행기 편이 고정되어 있는데, 하필 이날만 출발이 14:20으로 늦춰져서 인천공항에서 그들을 만난 것이 17:00경이었답니다. 일행이 모두 도착한 후 짐도 방으로 옮기지 못한 채로 바로 공식행사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평화 정세”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시간이 제약되어 있어 많은 토론을 하지는 못했지만, 토론 열기는 매우 뜨거우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권정호 변호사님께서 “천안함 사건과 한반도의 정세변화”에 대한 발제를 하시고, 오키나와 측 아키후미 마츠자키 변호사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 대한 발제를 한 후 활발한 토론과 질문이 이어졌고, 하주희 변호사님이 “평택 미공군기지 활주로 추가 건설에 대한 행정소송”, 히다카 요이치로 변호사가 “후텐마 미군기지 소음소송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 기타 지넨 변호사가 “타카에 헬리포트 가처분 사건 이후 경과”에 대하여 보고를 하시고 질문과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만 소개해 드리면, 우리나라에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하여 평택 대추리 주민들을 몰아낼 때에는 행정수용을 한 후, 행정대집행이라는 법을 근거로 대추리에서 투쟁하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을 경찰력으로 밀어붙였던 기억이 생생한데, 헬리콥터 이착륙장 이전 예정지인 타카에라는 마을 주민들은 3년 넘게 반대 운동을 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마을 주민 중 일부를 상대로 공사방해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는 점입니다. 이 가처분 역시 주민들을 몰아내려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경찰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법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일본 정부가 항상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오키나와 사람들이 미군 문제에 대하여 강력한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 전체 인구가 130만명인데, 1995년 초등학생 납치 강간 사건과 관련하여 8만 5천명이 한 자리에 모여 궐기대회를 한 적도 있고, 미군문제와 관련한 여론이 강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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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20:40이 넘어서야 세미나를 마치고, 21:00가 넘어서 저녁식사를 겸한 만찬을 함께 했습니다. 남도 음식으로 배 터지게… 저도 잘 못먹는 삼합을 먹는 오키나와 친구들을 보면서 한 번 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참!! 이날은 정회철 변호사님께서 막걸리와 전통주들을 협찬해 주셨는데, 무려 150만원 어치 상당이었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에게 각 2병씩 선물해 드리고, 저희들도 함께 마셨지요… 정회철 변호사님은 우리 회원은 아니신데, 이 기회에 꼭 가입하시길… (헌법 강의하시던 그 정회철 변호사님입니다. 왠지 제 스승으로 느껴지더군요. 제가 책 업데이트를 계속해 주시길 부탁드렸답니다.)



둘째 날은 오산 미공군기지와 평택 평화센터, 군산 미공군기지를 둘러보았습니다. 저는 답사 때문에 미리 가 보기는 했지만, 이 기회로 처음 방문하였습니다. 사실 한국 분들도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고 있는 문제이지요. 오산 미공군기지는 사실 평택에 위치해 있지만, 미군들이 평택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냥 지들이 가까운 오산을 따서 오산기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오산 미군기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산기지 앞은 뭐… 정말 외국 같습니다. 오산기지도, 군산기지도 비행기 이착륙 때문에 주변 마을들은 폐허가 되어 가고, 별다른 이유 없이 기지를 확장하면서 주민들을 쫓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오산기지, 군산기지에 있는 탄약고에서는 그 위험성이 “화재의 위험이 있으면 진화를 포기하고 도망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위험성이 있는 탄약들이 보관되고 있는데, 마을이나 논, 길과 매우 가까운 장소에 탄약고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일하시는 활동가 분들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시고, 그 분들의 활동도 소개하여 매우 충실한 일정이었는데, 기회가 되면 민변에서도 함께 방문하여 심각성을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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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는 군산에 있는 횟집에서 했는데… 군산에 계신 회원 조영보 변호사님, 전주 전북지부의 회원 박민수 변호사님이 장경욱 위원장님의 반 강요로 공동으로 쏴 주셨답니다. (예전에 장경욱 변호사님과 인연으로 밥을 한번 사기로 하셨다는데, 장변호사님이 25명 넘게 데리고 와서 밥 사달라고 한 것이지요.) 두 분 변호사님, 그리고 전주 전북지부 변호사님들, 감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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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은 자유 일정으로 서울시내 관광을 했고, 김인숙 변호사님, 권정호 변호사님 사모님, 저와 이재정 변호사가 팀을 나누어 낮에 북촌, 고궁, 남산, 쇼핑 등을 함께 했고, 저녁 때는 다시 모여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늦게까지 술을 펐습니다. 오키나와에는 “테비치”라는 전통음식이 있는데, 돼지 족발을 푹 삶은 음식입니다. 제가 오키나와에서 먹어보고는 한국 족발이 더 맛있다고 우겼기 때문에 저녁식사는 족발과 함께 했습니다. 당시 식당이 너무 좁아서 한국 변호사님들 불만이 많았는데… 그 건너편에 좀 더 큰 족발집이 있었는데 예약이 모두 차서 부득이 그 식당으로 간 것이었고, “테비치” 때문에 족발 비교체험을 시키고 싶었던 것이니 이해하시길…



다음 날 오키나와행 비행기는 09:20 출발이어서 보통은 7시 정도에 출발해도 늦지는 않는데, G20 땜에 검색이 강화되어 6시에 숙소에서 출발했습니다. 저 혼자 숙소에서만 배웅했구요, 너무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 하느라 체크아웃 직원이 없어서 자는 사람 깨워서 체크아웃 하느라 늦어져서 공항에선 마구 뛰어다녔다고 하네요…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 짧은 글로 모두 담아낼 수 없는 많은 일들과 많은 감정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회원 분들 중에는 미군위가 왜 저렇게 별나게 교류회를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 변호사 몇몇은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장경욱, 김인숙, 조영선 변호사님, 장연희 간사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김인숙 변호사님은 하고 싶은 말은 반 넘게 일본어로 하고 계시고, 장경욱 변호사님은 술이 좀 들어가시면 그냥 다 일본어로 말을 해 버립니다. 일정 내내 모두들 즐겁게 웃고, 영어, 일어, 한국어, 손짓발짓 하면서 대화를 하며 모두들 더 가까운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미 활동을 하는 변호사로서, 아시아인으로서,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동지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일본어 책도 사고, 차에서 씨디와 엠피쓰리 파일을 들으면서 출퇴근을 하며 어느 정도 인사말은 하게 되었습니다. (히라카나 카타카나는 넘 어려워서 아직 못외었습니다. 쩝, 한글의 우수성을 더 실감하게 되었다는…) 그리고, 올해 추석 연휴에는 4박 5일간 오키나와에 개인적으로 놀러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저랑 동갑인 아키후미 변호사가 2일 동안 함께 놀아 주었고, 자유법조단 오키나와 지부의 월 회의에 참석하여 이번 교류회 일정과 방문 장소 등을 상의하기도 했습니다.)



오키나와는 5월부터 10월까지 해변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기후를 가지고 있고, 대략 제주도의 3, 4배 정도의 크기인데, 너무 아름다운 바다를 가지고 있고, 아직은 관광지로 많이 개발된 것이 아니어서 일본의 극성수기인 7월 초를 제외하면 매우 평화롭고 한적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키나와 전통음식들도 대부분 우리 입맛에 맞아서 괜찮구요. 일본라멘 대신 우리 칼국수와 비슷한 오키나와 소바를 즐겨 먹기도 하구요.



저는 벌써 다음 해를 기다립니다. 회원님들, 함께 가요~~



 

글/이한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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