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방문 후기

2010-06-28 142




한국성폭력상담소 방문 후기



 얼마 전에,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아동 성폭행 사건이 ‘또’ 일어났다. 언론은 이 같은 사건을 뉴스와 신문에 도배했고, 국민들은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 또 다른 유명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인 김길태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흉흉한 세상 소식에, 여성의 몸으로 길거리로 나가기조차 무섭고 답답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꽤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뚜렷한 표지판도 없고, 간판도 작은 데다 영어 약자로 표기되어있어 여기인가 싶었다. 가정집 개조한 듯이 정겨운 느낌이, 내가 생각한 상담소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와 같이 그저 ‘방문’이 목적이 아니기에 이곳에 쉽게 올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가 오매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시고, 상담소 이야기를 나누어주시기 시작했다. 상담소는 성폭력 관련 상담은 물론 법적인 지원을 한다. 친고죄인 강간죄를 비친고죄로 바꾸는 의견을 내는 헌법소원이나, 피해자가 청소년시기일 경우에 혹은 가해자가 친인척일 경우 고소하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을 배려하여 공소시효 적용을 금지하는 등의 의견을 낸다고 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역시나 직접 피해자를 상담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우리가 막연히 예상하듯 단순히 ‘가해자의 사형선고’를 원하는 게 아니다. 성범죄는 80%가 주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가해자의 생각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 그리고 피해자가 또 다시 상처를 받지 않도록 사회에 복귀하고 적응하는 것을 가해자의 처벌보다 원한다고 하였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였고, 다시금 피해자 입장과 상담소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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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서는, 범죄가 일어나는 1차적 문제뿐 아니라 그 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1) 남성 가해자와 여성 피해자만이 성립할 수 있는 형법상 강간죄의 구도, 2) 성폭행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주위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가득 담긴 2차 피해, 3) 성폭력 예방에 대처하는 지극히 편협적인 ‘여성’ 피해자 중심, 4) 일상 속 빈번히 일어나는 성추행 사건은 가볍게 넘기고 티비 속 희대의 강간범 같은 사건만을 심각한 성범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의식, 5) 범죄율을 줄일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의 부재 등등.

 성범죄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그저, 미친 듯이 들끓는 성욕 탓 혹은 제도가 부족한 사회를 탓하기에만 바쁘다. 이 글을 쓰면서 계속 생각해보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오매님 말처럼 “왜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냐”, “밤길 조심해라” 등 ‘약자보호’라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말만 많을 뿐, 가해자를 경각시키는 문구나 성폭력을 제지하는 말은 찾기 어렵다. 이런 것부터 바꿔보아야 하지 않을까.

 상담하러 오는 분의 10%가 남성인데 이런 남성피해자를 배려하기 위한 남성 상담가는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범죄 재발 방지 등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는 점이 여성 피해자가 중심인 성폭력 문제의 방향을 나타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남성 피해자의 비율을 듣고, 여성인턴들은 생각보다 많다는 반응이었고 남성인턴들은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하는 차이를 보여 신기했다. 성폭력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남성들의 생각과 느낌도 꽤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한다. 이젠 성범죄 관련 뉴스를 보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일 듯싶다. 이에 대처하는 사회도 반드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전에 우리들의 의식변화도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 글/ 여성위원회 양정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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