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공부모임] 공부는 어떻게 혁명과 조우하는가?
[민변 공부모임] 공부는 어떻게 혁명과 조우하는가?
[좌세준 변호사]
2007년 3월 9일에 시작되었습니다. 3-4명만 모여도 모임의 이름을 정한다지만,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냥 ‘민변 공부모임’입니다. 일정한 형식도 없습니다. 발제나 토론자로 정해져서 책을 요리 조리 분석하면서 요약해 올 필요도 전혀 없지요. 그렇게 격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이 벌써 2년 반입니다.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임’이라 부를 수 있는 최소한도의 인원 딱 2명만 남더라도 계속될 것입니다.
“공부란 특정한 시공간에 고착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존재로 변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의 변이를 통해 세상의 질서와 배치를 바꾸는 것, 거기가 바로 공부가 혁명과 조우하는 지점이다.”-고미숙, 『호모쿵푸스』 중에서-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혁명의 죽음’이 회자되지만, 무엇을 공부하건 공부는 그 자체로서 혁명이 아닌가 합니다. 혁명이란 완성할 수 없는 것이어서가 아니라, 매번 새로 쓰지 않는 혁명은 혁명일 수 없듯이, 공부라고 하는 것도 끝이 있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민변 공부모임의 모토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민변 공부모임의 쏠쏠한 재미는 공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는 보통 저녁 7시에 시작해서 9시를 넘겨 끝이 납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모든 ‘모임’에는 ‘뒤풀이’가 있고 오히려 이 ‘뒤풀이’가 더 재미있는 법. 초기에는 가벼운 호프 한잔이 주메뉴였습니다만, 요즘은 막걸리가 인기입니다. 채 다하지 못한 그날 책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 두 시간 정도 나누는 즐거운 자리입니다. 절대 자정을 넘기는 일은 없지요. 물론 아주 가끔 예외는 있습니다만.
돌이켜보면, 함께 읽었던 책들 중에서 이런 책들이 떠오릅니다. 김선수 변호사님이 추천하셨던 서경식 선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비), 송호창 변호사님의 소개로 저자와 함께 했던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 청소부 』(그린비), 신영복 선생의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돌베개), 하비 케이의 『과거의 힘』(삼인), 2009년 새해 첫 공부모임에서 읽었던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후마니타스). 얼추 세어보아도 60권이 넘는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를 덧붙이자면, 결코 혼자서는 그 많은 책을 다 읽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모임이 없었다면 주말과 휴일을 매일 뒹굴뒹굴하거나 TV 리모콘을 양 손에 쌍권총처럼 차고 있었을 것입니다. 공부모임 나오기 전 제 모습이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어야 하는 ‘아름다운 구속’을 받으며 삽니다. 아침 출근길 버스 정거장에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화장실에서, 이렇게 2주 동안 1권의 책을 들고 있으면 결국 다 읽게 됩니다. 이러다보면 슬슬 ‘내공’이 쌓이는 걸 느끼시게 될 겁니다. 지난 3월에는 광주 전남 지부에서도 공부모임을 하신다고 하셔서 그동안 읽었던 책의 목록을 이상갑 변호사님께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민변의 새로운 바람 ‘인턴님’들 중에도 참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계획이라면 다른 공부모임들과 함께 하는 자리도 정기적으로 마련해볼까 합니다.
세상이 어지럽다지만, 공부를 통해 ‘혁명과 조우하기를’ 꿈꾸는 분들이시라면 누구에게나 ‘민변공부모임’은 활짝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