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회의 자유를 찾아서

2009-05-06 166

  헌법상 기본권은 말 그대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뜻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어반복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적 집회는 원천봉쇄되고  수백명의 시민들이 단순히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연행되어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집회의 자유는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가 이토록 침해되는 근본적 원인은 집회의 자유의 ‘보장’이 아니라 ‘제한’과 ‘침해’에 치중하고 있는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 잃어버린 집회의 자유‘라는 말이 무리하게 들리지 않는 시절입니다. 현재 집시법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인 ’일몰 후 야간집회를 금지규정(집시법 제10조등)‘이 집회의 자유에 대한 사전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이 되었고, 3월 12일 공개심리를 거쳐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 부측(이해관계자 법무부, 검찰, 경찰등)은 공개심리 및 의견서에서 평화적․비폭력적 집회에 대하여는 야간집회라는 이유만으로 기소된 예가 없으며 집시법 제10조는 폭력․불법집회를 방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양 주장하였습니다. 그 전제는 야간집회가 주간집회보다 폭력․과격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또한 헌법 제21조 제2항은 집회의 내용에 대한 행정청의 사전허가제를 금지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므로 집회의 시간․장소를 규제하는 것은 허용되며, 현행 집시법상 야간집회의 경우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기속재량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이러한 주장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네번째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정부측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하였습니다.

우 선 변호인은 평화적․비폭력적 집회에 대해 야간집회만으로 기소된 예가 없다는 주장은 거짓말 내지는 착오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작년 촛불집회 당시 폭력․과격 시위의 시비가 전혀 없었던 5월3일의 경우에도 이미 형사처벌을 전제로 채증을 하고 기소까지 완료한 사례가 있고 이것이 집시법 적용의 현실이라는 점, 정부 측에서 그 전제로 하고 있는 야간집회의 폭력집회 변질 가능성은 법무부 측에서 제시한 통계수치를 보더라도 주간에 개최되는 집회에 비하여 야간의 집회가 더 폭력적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 점(법무부가 제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1993년부터 2004년까지의 집회 중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던 집회는 총 3,018건인데 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약 69%가 주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것이라고 함), 따라서 정부측의 주장은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시민이나 가족단위로 집회에 참가하는 야간집회의 평화적 측면에 대한 진지한 분석 없이 야간집회가 폭력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에 의한 것으로 이를 근거로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에도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집회의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처럼 먼저 내용이 준비되고 뒤에 표현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집회의 개최와 진행을 통하여 현출되는 기본권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인은 정부 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내용 규제와 시간․장소의 규제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기속재량이라는 주장 또한 집회 관할행정청이 야간옥외집회의 허가와 불허가 구분기준에 대한 행정지침이나 기준을 전혀 마련해 놓고 있지 않은 점, 일반 국민의 입장에 볼 때에도 야간집회의 허가가 기속재량이라고 볼 수 있는 표지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점(야간집회 불허가 운영실태를 보면 경찰청은 야간집회 신고한 단체에 대한 금지통고에서 ‘집시법은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바 귀 단체에서 신고한 0.0. 예상 일몰시각인 00시 이후 집회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개최할 수 없으므로’라는 이유를 붙일 뿐입니다)등에 비추어 볼 때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였습니다.

 

 

정 부측은 인터넷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집회의 자유가 갖는 의미가 약해졌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환의 활성화는 집단화된 정치적 의사를 집회와 시위를 통하여 다른 시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 증가 및 조직된 단체를 넘어 다양한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넓어졌다는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인터넷 활성화가 집회의 자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변호인은 근거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2000헌바 67․83 결정에서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주요행위는 집회의 조직, 지휘, 참가, 집회장소․시간의 선택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집회장소․시간 선택이 집회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의 집회의 자유는 주요도로에서의 교통소통을 위한 제한, 야간집회 금지 등 갖가지 독소조항에 걸려 기본권의 영역에서 추방당하고 심지어는 범죄시 되고 있습니다.

  이번 야간집회 금지 위헌제청 사건에서 기본권 보장의 의무를 부여받은 헌법재판소가 ‘잃어버린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복원시켜 민주화운동의 결실인 헌법재판소의 존재의의를 확인시켜 주길 기대합니다

 
야간집회금지조항(집시법 제10조등) 위헌제청사건 4번째 의견서 제출
민변 서선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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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월례회 참석후기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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