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내 인권침해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

2003-08-28 181

[오마이뉴스 기사]

과연 군대에 인권은 있는가
군대내 인권침해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 회견

8월 28일 오전 안국동 철학까페 느티나무에서 군대내 인권침해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이 천주교인권위원회,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성적소수자그룹, 민변 여성위원회,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으로 구성된 ‘군대내 인권침해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모임(이하 긴급모임)’ 주최로 열렸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안주리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8월 초순 발표된 국방부의 조사결과 및 사고 예방 종합 대책안에 대한 여성, 인권 단체의 입장을 밝히고 공동의견서와 공개질의서를 국방부에 전달하였다.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 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의 윤옥순 부회장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군내의 가혹행위와 폭력실태를 사례를 들어 설명했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상단사례 등을 토대로한 군내 성폭력 실태를 고발했다. 민변 여성위원회 위원장 이유정 변호사는 군대라는 조직의 페쇄성이 성폭력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안정애 국방과제팀장은 국방감독관 제도 등의 도입으로 군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여성민우회의 유경희 가족과성상담소 소장의 공동의견서 및 공개질의서 낭독으로 끝을 맺었다.

다음은 국방부에 전달한 공동의견서와 공개질의서이다.

<국방부의 조사결과 및 사고 예방 종합 대책안에 대한 공동입장>

1) 군대라는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군대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문제의 근절을 위해서, 현 실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함께 그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환기 및 공감대가 바탕 되어야 한다.

군대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문제의 발생과 관련, 국방부는 지난 7월 말 부대정밀진단 조사를 시행·완료하고,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군기강 확립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군대가 가지는 폐쇄성과 위계성으로 인해, 그동안 군대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현황에 대한 조사가 전무했던 점을 비추어 볼 때, 이번 실태조사의 실시 그 자체는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단 15일 만에 65만이 넘는 전 육군을 대상으로 한 모든 조사가 완료되었다는 사실은 이번 조사의 방식 및 그 결과의 신뢰성에 관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이번 정밀진단조사의 조사방법, 조사대상, 조사인원 등에 대한 명확한 자료제시와 그 근거가 미약한 관계로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마련된 종합 대책안의 타당성 역시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2) 군대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문제의 해결에 있어 발생한 사건에 대한 조사 및 해결과정의 투명성과 피해자의 관점을 토대로 한 객관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국방부는 종합 대책안을 통해, 내부 공익신고센터 재정비, 신고시스템의 개선 등을 밝히고 있다. 군대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및 인권침해 문제의 해결과 관련하여, 국방부 내에서 피해자에 대한 효과적 지원과 적합한 사건조사 및 해결이 이루어지게끔 한다는 지점에 있어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그동안 발생했던 군내 성폭력 및 폭력사건의 해결 과정들을 돌아볼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많은 피해자들이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군 문화 안에서 군내에 피해 사실을 알려내고, 권리구제를 요청하는데 많은 어려움과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동안 발생했던 군내 성폭력 및 폭력사건의 불투명한 조사과정 및 해결 또한 피해자들이 군내 시스템을 통해 권리구제를 요청하기 어려워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이다. 국가인권위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 이상이, 군대내 구타, 가혹행위 등을 당하거나 보아도 적절한 조치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추후 신고자가 당할지도 모를 불이익 때문에 눈감거나 못본 척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상기할 때, 국방부의 이번 대책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군내 인권 침해 사건 접수 창고의 실질적인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 고민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군내 성폭력 및 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근절에 있어서 실효성을 담보하는데 많은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원인제공의 여지가 있다면 처벌받도록 함으로써 군기강 유지에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국방부의 발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군대내 성폭력은 문제를 가진 일부 특수한 사람들에 의해 발생 가능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토대로 발생하는 폭력이다. 마찬가지로 군대내 동성간 성폭력 또한 성적 정체성에 기반한 문제가 아니라, 군내 위계관계 및 왜곡된 성문화와 성인식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폭력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군대내 이성간 및 동성간 성폭력과 관련, 종합 대책안을 통해 ‘장병들의 인성검사를 강화하여 성적 성향자와 이상성격 소지자를 조기 식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추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성폭력 가해자는 정신이상자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다’라는 잘못된 통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이와 같은 통념은 가까운 사람, 다른 면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에 의해 다양한 유형으로 발생하는 성폭력문제의 심각성을 몇몇 특수한 개인의 문제로 제한함으로써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성폭력은 결코 정신이상자이거나 특별히 문제를 가진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우리사회에서 소위 정상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사람들에 의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다. 더불어 성적 성향자를 가려내고자 하는 국방부의 대책안은, 최근 발생한 군내 동성간 성폭력 문제를 동성애자에 의한 폭력으로 규정지음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군대내 성폭력 및 인권 침해 문제의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이의 실제적 시행과 집행이라는 실천문제이다. 군대내 성폭력 및 구타 등과 같은 폭력문제의 발생과 관련하여, 국방부 역시 “병 5대 금지사항을 1990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성추행 등 필수요소가 누락되어 있고, 시행 및 감독의지가 부족하여 효과가 미흡”하다고 밝히고 있다.

매년 군대내 폭력사건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국방부의 여러 시책들이 발표되어 왔었던데 반하여, 실제적인 시행과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효과를 보지 못해왔다는 것을 국방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이번 종합 대책안 및 육군 행동강령 등이 기존의 이러한 선언적인 주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현재 도입되고 마련될 제도들의 실제적 집행과 실천들을 위한 국방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더불어 이를 위한 다각적인 보완적 조치들이 고민되어야만 한다.

이에 본 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는 바이다.

1. 국방부는 이번 부대 정밀진단 조사의 근거와 조사 과정, 그 결과를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하라.

2. 군대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사건에 있어, 피해자의 관점을 토대로 한 객관성을 확보하고 사건의 투명한 조사과정 및 해결을 위해, 신고한 장병들이 2차 피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규정마련, 조사과정의 투명을 담보하기 위한 외부조사위원 포함 등의 시행세칙들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시행하라.

3. 국방부는 민간단체 민간위원을 포함한 진상 조사단을 구성하여, 군대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제도화하라.

4. 군대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문제 예방을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예방교육을 마련하여 실시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라.

5. 국방부는 군내 성폭력 및 폭력은 ‘일부 문제 있는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는 편견을 강화하고, 성폭력 및 폭력의 심각성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는 이번 대책안을 전면 수정·보완하라.

본 단체들은 군내 성폭력 및 폭력 등과 같은 인권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음에 따라, 최근 발생한 군내 성폭력 및 폭력 등과 같은 인권 침해 사건들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하며, 이와 같은 군내 인권침해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본 단체들은 본 요구안 및 질의서에 대한 국방부의 태도에 주시하고, 요구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행동과 조치들을 취할 것임을 밝힌다.

폭력이나 성폭력의 문제는 신세대장병들을 효율적으로 통솔하지 못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엄격한 위계서열 계급사회의 권력관계, 불평등으로부터 비롯되는 범죄다. 국방부는 폭력이나 성폭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원인파악을 근거로 군대내 조직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국방부는 군내 인권침해 실태를 군의 주도 하에 조사·발표함으로써 사안의 심각성을 은폐하거나 축소시키려 하기보다는, 군내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군 내·외부에서의 심각한 우려들에 귀 기울이고, 군내 인권침해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본 단체들의 요구안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적극적 조치들을 취해 주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공개 질의서>

1. 2000년 국정감사 국방위 자료에 따르면 연간 1500명이 탈영하고 300명이 사망하며 자살자가 100명입니다. 평균적으로 매일 3명이 탈영하고 1명이 사망하며 3일에 1명이 자살한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실제적인 대책 및 대응방안이 있는지 답변해주십시오.

2. 현재 군대 내에서 지속적인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이 시행되고 있습니까? 시행되고 있다면 예방 교육의 내용은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3. 국방부에서는 매년 군대내 폭력 및 사망,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그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국방부 내에서 모든 것을 신고 접수, 처리, 처벌하는 시스템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군 옴부즈만 제도나 군 관련 감독시스템을 마련할 의향은 없는지 답변해주십시오.

4. 국방부는 지난 8월 1일 『군 기강 확립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14일부터 31일까지 육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대정밀진단 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부대정밀진단 결과의 근거와 조사 과정을 그 결과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주십시오.

5. 품성과 자질에 결함이 있는 자질저열 간부는 엄격히 선별해서 조기 전역하도록 하고 관리를 강화한다고 했습니다. 자질저열 간부의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판단하는지 답변해주십시오.

6. 성적 성향자와 이상 성격 소지자를 조기 식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해나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성적 성향자라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상 성격 소지자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도 의문입니다. 이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과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해주십시오.

7. 내부 공익신고센터를 재정비하여 다양한 의사소통 창구를 보장한다고 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또한 국방부 내 소원수리제도와는 어떤 관계 및 차별성이 있습니까?

8. 육군 일반명령 제03-21호 「병영생활 행동강령」에 따르면 피해자 보호 및 비밀유지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피해자보호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답변해주십시오.

9.「병영생활 행동강령」에서 병 상호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동반관계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육군 본부의 행동강령은 일반 사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교육 할 것인지 답변해주십시오.

10. 육군 일반명령 제03-21호 가운데 4. 용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사. 성희롱, 아. 성추행, 자. 성폭행, 차. 성군기 위반사고」가 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성군기 위반사고의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성폭력’에 대해서 국방부가 제대로 된 관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방부가 성의식 및 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정립하기 위해 외부 민간단체와 협력할 계획이 있는지 답변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