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 논평] 천안교도소 정교회 종교행사 전면 실시, 교정시설 종교의 자유 확대 계기 되어야
[공동 논평]
천안교도소 정교회 종교행사 전면 실시,
교정시설 종교의 자유 확대 계기 되어야
- 1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정시설의 소수 종교 종교행사 보장을 요구하는 진정을 기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천안교도소에서 2024년 9월~12월 정교회 종교집회를 시범 실시한 후 2025년부터 정교회 종교집회를 전면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우리는 천안교도소의 이번 결정이 늦었지만 교정시설의 소수 종교 종교행사 보장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의 최초 취지 대부분에 대해 의견표명조차 하지 않고 침묵한 점은 납득할 수 없다.
- 피해자 A씨는 천안교도소에 수용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외국인 수용자로 정교회를 신앙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천안교도소장은 정교회가 소수 종교라는 이유로 그 종교행사를 보장하지 않았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정보공개청구 결과, 2023년 10월 당시 전국 교정시설 54곳에서는 기독교(개신교)와 불교, 천주교 종교행사를 열고 있었지만, △원불교의 경우 6곳(대구교도소, 진주교도소, 청주교도소, 광주교도소, 전주교도소, 군산교도소)에서만, △여호와의 증인도 6곳(화성직업훈련교도소, 천안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광주교도소, 전주교도소, 순천교도소)에서만 종교행사를 열고 있었다. 전국의 교정시설에서 3대 종교 위주로 종교행사를 열고 있는 반면 원불교 등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는 일부 교정시설에서만 열고 있는 실정이었던 것이다. 이에 2023년 11월 우리 단체들은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하라는 취지로 법무부장관과 천안교도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가 천안교도소 수용자라는 이유로 천안교도소에 관해서만 판단했지만, 우리는 천안교도소의 이번 조치를 전국의 다른 교정시설로 확대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한다. 교정시설의 종교행사용 공간이 부족하다면 유휴 공간을 확보하거나 시간대를 종교별로 조정하는 등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교정시설은 대규모 종교집회는 강당에서 진행하고 소규모 종교행사는 종교실에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수 종교의 경우 그 신자가 적을 것이므로 종교행사에 필요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덜할 것이다. 한편, 현재 요일별로 1~2시간씩 4대 종교의 종교행사가 진행되는데, 이를 종교별로 오전과 오후로 시간대를 조정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종교행사를 추가로 열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현재 종교행사가 진행되지 않는 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등 유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종교행사는 대체로 3대 종교가 하루씩 매주 3일 진행하므로, 종교행사가 진행되지 않는 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에 종교행사를 연다면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보장할 여지가 늘어날 것이다. 이 경우, 종교별로 주일 또는 예배일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종교행사 일정을 적절하게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교정시설은 기관의 특성상 24시간 365일 상시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종교행사를 열 수 있다. 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필요할 경우 직원에게 대체 휴무를 부여하는 등 다른 보상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수립 시 교도관 인력 증원 등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확대하기 위한 여건 마련에 소요되는 예산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에서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열기 어렵다면, 외국인 수용자 전담교정시설에서라도 종교행사를 열거나, 교정시설별 외국인 수용자 종교 현황을 파악한 후 소수 종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교정시설에 한해서라도 종교행사를 여는 등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를 조금이나마 보장하는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 수용자 중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의 경우 공판 출석을 위해 전국 교정시설에 분산 수용되어 있으나, 형이 확정된 수형자의 경우 남성은 대전교도소와 천안교도소, 여성은 청주여자교도소에 전담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위와 같은 대안적인 수단을 적용하기에 용이한 환경도 이미 갖추어져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침묵했지만, 소수 종교를 신봉하는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형집행법을 개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2002년 5월 법무부가 제정한 ‘외국인 수용자 처우지침’(법무부예규 제598호) 제3조 제1호는 인종·피부색·성별·언어·종교·국적·신분 등에 관계없이 수용·계호·접견·서신·급여·위생·의료·작업 등 모든 영역에서 내국인과 법규상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하며, 실질적으로도 동등한 처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특히 제10조는 “소장은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를 보호하기 위하여 교도소 등의 안전 및 질서를 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당해 성직자와의 접촉주선, 거실 내에서의 예배나 종교행사 참석, 염주 등 종교적 용도에 사용할 성구나 종교서적의 소지 등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행사 등을 보장하도록 했다. 6년 7개월 동안 시행되던 위 지침은 옛 행형법이 형집행법으로 전면 개정되는 과정에서 2008년 12월 폐지되었고 해당 규정은 형집행법령에 승계되지 못했다. 현재 공개된 법령에서는 외국인 수용자 또는 소수 종교를 신봉하는 수용자의 종교행사 등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 형집행법 제45조 제1항은 “수용자는 교정시설의 안에서 실시하는 종교의식 또는 행사에 참석할 수 있으며, 개별적인 종교상담을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무부령인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32조는 “종교행사용 시설의 부족 등 여건이 충분하지 아니할 때”(제1호)에는 종교행사 참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측은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종교행사의 종류와 횟수 등을 제한함으로써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교정시설의 소장이 소수 종교의 종교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 수 있도록 △외국인 수용자를 포함한 수용자의 종교 현황을 조사할 의무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를 다수 종교에 비해 차별 없이 보장할 의무 △현재 종교행사가 진행되지 않는 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에도 종교행사를 열 의무를 소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으로 형집행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 교정시설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 보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법무부의 <2024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1일 평균 수용 인원 49,922명 가운데 외국인 수용자는 3,035명으로 6.1%에 이르렀다. 이는 외국인 수용자의 비중이 10년 전인 2014년의 2.5%(1일 평균 수용 인원 50,128명 가운데 1,271명)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교정시설 종교행사의 필요성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종교는 구속된 자들에게 심적 위안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등 수용자의 안정된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09헌마527 결정). 이러한 순기능은 소수 종교의 신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소수 종교를 신봉하는 외국인 수용자의 경우 사회와 격리되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위축되어 있는 처지이므로, 이들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교정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한편, 소수 종교의 종교행사만 보장하지 않음에 따라 그 신자들에게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법무부는 외국인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 보장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4년 12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 논평] 천안교도소 정교회 종교행사 전면 실시, 교정시설 종교의 자유 확대 계기 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