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성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상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한, 의미 있는 첫 판결을 환영한다

2023-02-21 114

[논평] 

동성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상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한,

의미 있는 첫 판결을 환영한다

 

1. 서울고등법원(1-3행정부, 재판장 이승한 판사)은 2023. 2. 21.  피고 건강보험공단이 원고가 소외 A의 피부양자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 보험료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하였다(서울 고등법원 2023. 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2. 원고와 소외 A는 동성 사실혼 관계로서, 원고가 소외 A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취소하고 보험료부과처분을 하였다. 1심은, 건강보험제도의 취지나 해석상 원고는 직장가입자인 배우자의 피부양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로서의 보험료 부과처분을 한 것은 평등원칙 등을 위반하여 위법한 처분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전부 배척하고, 혼인은 남녀간의 결합을 전제로 하므로 동성 간 결합은 사실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3.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건강보험공단의 이 사건 처분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임을 명확히 밝히며 위법함을 인정하였다. 재판부는 현행법상으로는 원고와 소외 A의 관계가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피고가 피부양자격을 인정하는 ‘사실혼 배우자’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과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동성결합)’에 있는 사람의 집단은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무에 대한 상호간 의사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 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결국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은 ‘성적 지향’에 따라 상대방이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처분을 평등원칙의 자의금지원칙에 따라 판단하더라도,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차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4. 나아가 재판부는 어떠한 차별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으로, 이를 근거로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그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 폐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서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도 하였다. 끝으로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고, 이는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고,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고 선언하였다.

 

5. 오늘 판결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현행법 하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사회보장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동성 간 결합 역시 보호의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구체적인 이유는 제시하지 못한 채  ‘동성커플은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말만 반복했던 피고는 재판부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 성적 지향과 관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사회보장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더 이상 외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1심과 2심 재판부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국회는 적극적인 입법을 통해 동성 부부에 대하여 이성 부부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판결이 있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이 이긴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장 앞에서 함께 싸워준 원고 부부에게 가장 큰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보낸다.

 

2023. 2. 2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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