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활동] 성폭력 처벌 법 ․ 제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 후기

2011-12-12 180


[민변의 활동]



                      성폭력 처벌 법 ․ 제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 후기


글_ 백신옥



2011. 12. 1.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성폭력 처벌 법․제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오지은 간사님, 진선미 인턴과 내가 민변에서 출발하고, 황나래 인턴이 심포지엄 장소로 바로 왔다.



심포지엄 직전에, 현대자동차 성희롱 피해자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분들이 여성가족부 시상식 입장을 저지당하고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담당자분이 심포지엄 참가자들에게 해명을 하시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심포지엄이 시작되었다.



심포지엄은,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과 이경환 변호사님의 발제 후, 두 분이 발제하신 주제에 대해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님,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검사님, 신윤진 변호사님,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님, 정지원 의정부지방법원 판사님, 박지영 법무부 여성아동정책팀장 검사님 께서 위 발제내용에 관한 토론을 하시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심포지엄 내용 중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범죄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과 강간죄의 친고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경환 변호사님이, 피해자들이 형사절차에서 2차 피해를 계속 입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발제하셨다.



성폭력 사건 수사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인적사항 누설, 범인식별실 불사용, 진술녹화실 불사용, 피해자 보호조치 소홀, 밤샘수사, 식사와 휴식시간 불제공, 모욕·비하발언, 대질수사, 진술녹화의 반복, 그리고 성폭력사건 공판절차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고인과의 대면, 피고인 변호인으로부터의 적대적인 질문 등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범죄 외에 추가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2차 피해를 막기위해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와 법률조력인 제도, 그리고 증인신문 제한, 사건과 관련성없는 위협적 모욕적 증인신문의 경우 증언의 증거능력 제한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님은 성폭력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함으로 인해 ①고소기간의 도과, ②가해자 측의 합의 종용, 협박, ③피해자 가족의 합의, 고소 취하 권유, ④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합의 권유,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 ⑤고소에 대한 피해자의 심리적 부담감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셨다.



친고죄는 합의를 하면 처벌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만들므로, ‘성폭력 범죄가 개인간의 사사로운 문제이며, 개인간의 용서와 화해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함으로써 ‘범죄’라는 인식을 약화시킨다고 하셨다. 그리고 합의에 응한 피해자는 돈을 노린 꽃뱀이거나 뭔가 개운치 않은 사유가 있다는 식의 인상을 주게되어 합의에 주저하거나, 합의를 하면서 심지어 합의금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소장님은 가해자 처벌 여부 결정을 피해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재범방지를 위해 각종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므로, 친고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하셨다.



유현정 검사님도 성폭력범죄 중 일부가 친고죄로 규정되어 생기는 폐해를 말씀하셨다. ①친고죄로 규정된 범죄의 경우 고소하지 않으면 아예 수사조차 하지 못해 중대범죄가 은폐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고, ②피해자의 고소제기로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되다가 고소인이 합의 등을 이유로 고소 취소하는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력 낭비, 수사의욕 저하 등이 야기 된다는 것이다.

또 ③피의자는 고소취소를 위해 끊임없이 피해자와의 접촉을 시도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고, ④피해자에게 접근하고자 동원된 피의자 가족, 친구 등에 의해 원치 않게 인적 사항이 공개되거나 사생활이 침범죄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⑤피해자는 피의자에 대한 형사소추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고소단계에서부터 그 고소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게 된다고 한다. 즉, 고소의 동기가 과연 무엇인지, 고소취소를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피해사실은 진정한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수사기관의 신문을 거치게 되고, 하물며 고소취소에 이르는 과정에서 지급된 합의금에 대한 적정성 여부까지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아주 유익한 심포지엄이었다. 성폭력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다루시는 실무자분들의 발제와 토론이라, 정말 생생하게 와닿고 이해하기 쉬웠다.


이날 토론된 내용들이 성폭력관련 법·제도를 개선하는데 그대로 반영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