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4대강 반대 333프로젝트

2010-11-30 135


4대강 답사 후기


글/ 김선수 민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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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맡아주신 최병성 목사님과 함께.






마음의 부채를 덜기 위해


4대강 반대에 힘을 싣기 위해 사업 현장을 한 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 차례 민변에서 참가할 기회가 있었으나 평일이어서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토요일에 날을 잡아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고 알아보니 ‘333프로젝트’라는 것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어서 이에 참가하기로 했다.


‘333프로젝트’는 33인의 각계 인사가 333대의 버스에 대당 시민 33명, 즉 1만 명을 태우고 강의 원형이 살아있는 곳과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느끼는 현장답사 프로그램이다.


회원들에게 공지하여 신청을 받으니 39명이 신청했으나, 최종적으로 29명이 참가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회원도 있고, 인턴 중에서도 몇몇 참석했다. 참석한 회원들은 모두 공사현장을 다녀오지 못한 것에 대해 부채의식을 지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흔쾌히 참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백문(百聞), 백견(百見)이 불여일족수(不如一足水)


가는 중에 버스에서 수원대의 이원영 교수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영상자료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333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백견(百見)이 불여일접(不如一接), 불여일족수(不如一足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내성천에서 물속에 들어가 가는 모래의 신비를 직접 체험하면서 막걸리를 한 잔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과 대한하천학회가 공동으로 제작한 『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제목의 만화 홍보자료도 나누어 주었다. 위 만화는 “① 4대강 사업은 홍부대책이 아닙니다, ②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가 아닙니다, ③ 4대강의 보는 댐입니다, ④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악화됩니다, ⑤ 보를 설치하면 침수위협도 커집니다, ⑥ 보가 설치되면 강의 환경이 달라집니다, ⑦ 터무니없는 신개념 홍수방어, ⑧ 6미터 깊이로 강바닥을 준설하면 먹는 물이 위험합니다, ⑨ 수리모형 실험도 없이 강부터 파헤치는 무모한 정부, ⑩ 눈 가리고 아웅하는 환경영향평가, ⑪ 4대강 사업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다, ⑫ 낙동강을 생명의 강으로”에 이어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생명의 강을 지킵시다”로 끝맺음한다.


 


박노해의 시 한 수


내려가면서 참가자들 각자의 자기소개와 참여 동기 등에 대한 인사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을 이용하여 최은순 부회장이 박노해 시인의 <가을에 시인이 이런 시를 써야 하나>를 낭송했다.


 


이탈리아의 한 지역에서


금붕어를 둥근 어항에 기르는 것을


시민조례로 금지시켰다고 한다


물고기에게 둥근 어항으로


왜곡된 현실 모습을 보게 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이유에서였단다


 


그런대로 섬세하지 않은가


그 순간 그 마을 아이들의


가슴 속에 갇힌 시원의 물고기들이


일제히 파닥이며 춤추지 않았겠는가


 


동쪽의 한 나라에서


수천수만 년 흘러온 강들을


모조리 시멘트로 직선의 둑을 쌓고


강바닥을 깊이 파 댐을 세우기로 했단다


거기다 기름배 띄우고 오리배 띄워서


관광개발로 경제, 경제를 살린다고


 


그런대로 끔찍하지 않은가


그 순간 그 나라 아이들의 가슴에 뛰놀던


시원의 물고기와 이야기들이 일제히


시멘트 어항 속에서 살해되지 않겠는가


 


변경된 계획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해야 하나. 많은 눈이 쏟아지고 사고가 나서 고속도로가 엄청나게 밀렸다. 원래 계획은 서초동에서 7시 30분에 출발하여 9시 15분에 여주 명성황후 생가 공용주차장에 도착한 후 바위늪구비 (남한강교) 현장을 둘러본 후에 10시 15분경 낙동강으로 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통사정으로 인해 여주 방문은 생략하고 바로 예성 내성천의 회룡포로 향했다.


이날 ‘333프로젝트’는 3개의 버스가 함께 했다. 회룡포로 가는 도중에 최병성 목사가 이원영 교수와 교대하여 우리 버스에 올라 풍부한 사진자료를 보여주면서 회룡포와 경천대 주위의 무모하고도 참혹한 실상을 잘 설명해 주었다.


 


예천의 대표적 관광지 회룡포


예천의 회룡포(回龍浦)에 도착한 것이 오후 1시 15분. 회룡포는 태백산 능선의 산자락이 둘러싸고,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도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내성천 줄기가 마을 주위를 350도 휘감아 돌아나가서 마을 주위에 고운 모래밭이 펼쳐지며 산과 강이 태극 모양의 조화를 이룬다. 산의 형세가 삥 둘러서 본산을 마주보는 것을 회룡조고(回龍祖顧, 되돌아온 용이 조상을 바라본다)라 하는데, 회룡포는 그러한 형세를 띠고 있기에 붙은 이름이다.


마을 건너편 비룡산의 전망대인 회룡대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천군 관광안내도 표지에 회룡포의 사진이 중앙에 위치한다. 경상북도 관관안내도에도 회룡포와 경천대가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상류에 영주댐이 건설되어 모래가 흘러내려오는 것이 막히게 되면 밑의 낙동강 합류지점부터 모래가 쓸려 내려가 고운 모래밭이 사라지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자에서 점심식사


우리가 너무 늦게 4대강 현장을 찾았기 때문에 하늘도 노했는지 회룡포에 도착했을 때도 계속 비가 내렸다. 기온도 몹시 추운 편이었다. 점심식사는 주최 측에서 도시락으로 준비했다. 날이 좋으면 자리를 깔고 야외에서 식사를 하려 했으나, 비가 와서 콩콩다리 건너편에 있는 원두막에서 식사를 했다. 회룡포라는 큰 표지석이 있고, 1박2일 촬영지라는 안내판이 있다.


모임에서 준비한 막걸리를 사무총장이 직접 집에서 부쳐온 부침개 안주로 한 잔씩 곁들였다. 서울에서 출발시간에 30분 정도 늦을 것으로 보여 개인적으로 버스를 타고 점촌에 와서 택시로 회룡포까지, 먼 길을 돌아온 소 변호사도 그 자리에서 합류했다. 식사를 마친 것이 오후 2시 20분 가량.


내성천의 모래사장을 걷고 나아가 물에 들어가기 위해 버스로 이동했다. 전망대에 올라 회룡포의 전체 모습을 조망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는지 주최 측에서 이를 생략해버렸다. 약 3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내성천에 발 담그기


버스로 25분 정도 이동하여 모래강 걷기 장소에 도착했다. 넓은 모래밭은 축구장 몇 개가 족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물은 그리 깊지 않았다. 물에 들어가 발밑에 밟히는 가는 모래의 신비를 체험해야 한다고 했으나, 추위가 장난이 아니어서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하랴 싶어 천 변호사가 들어간다고 해서 같이 들어갔다 나왔다. 사무총장에게도 제안했으나, 발을 닦을 작은 수건 두 개를 준비하는 치밀한 준비성으로 대신했다.


대충 끝난 줄 알았는데, 이원영 교수가 뒤늦게 나타나 물속으로 들어가서 막걸리 한 잔을 마셔야 한단다. 수원의 김 변호사가 발을 벗고 따라 들어가서 나도 다시 들어갔다. 발이 얼얼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찬물 속에 들어가니 발가락 부분이 저려왔다. 인하대생이라는 여학생 한 명이 같이 들어와서 막걸리 한 잔씩 마시고 나왔다.


발이 얼얼하니 감각이 무뎌졌다. 경천대로 이동하는 중에 열심히 주무르고 스팀으로 따뜻해진 바닥에 문질러주니 한참 만에 비로소 풀렸다.


 


낙동강 제1경 경천대


다음 목적지는 경천대(敬天臺)다. 4시 25분경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경천대는 상주시 사벌면 삼덕리에 있는 옥주봉(163.5m)이 위치한다. 낙동강 1300여 리 물길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다워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린다.


경천대는 낙동강을 굽어보는 절벽에 세워진 건물이다. 병자호란 후인 1628년(인조 6) 봉림대군이 중국에 볼모로 갈 때 주치의로 따라갔던 우담(雩潭) 채득기(蔡得沂)가 터를 닦았다고 한다. 기암절벽과 강물, 소나무 숲이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본래는 하늘이 스스로 만든 경치라고 해서 자천대(自天臺)라고 부르던 곳이었다. 그러나 채득기가 ‘대명천지(大明天地) 숭정일월(崇禎日月)’이란 글을 새긴 뒤 경천대로 바꿔 불렀다. 밑에 기우제를 지내는 우담(雩潭)이 있다. 조선시대 장군 정기룡이 하늘에서 내려온 용마를 얻었다는 전설도 전한다. 정기룡이 바위를 파서 말먹이 통으로 쓰던 유물이 남아 있다. 상주에서는 선비들의 모임 장소로 유명하여 김상헌과 이식·이만려 등의 문객들이 자주 찾았다. 1987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지율 스님의 설명


주차장에서 솔숲 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니 전망대에 닿았다. 전망대는 3층으로 되어 있고, 2층과 3층에 뺑 둘러 전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건너편에 살고 있다는 지율 스님이 전망대 3층에서 직접 설명을 해주셨다. 4대강 반대도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경천대로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 말씀도 있었다.


내성천 건너편의 그 넓은 모래밭이 포크레인에 의해 파헤쳐졌고, 대형트럭들이 분주히 다니고 있었다. 잘못된 소수 인간의 탐욕이 자연과 역사와 미래세대에 죄를 짓고 있는 현장이다. 자연이 유구한 세월을 거쳐 창조한 이 아름다운 모래밭을 어쩌자고 이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것인지.



경천대는 전망대에서 물가 쪽으로 내려가 내성천을 내려다보고 있는 암봉이다. 그 옆에는 무정(舞雩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춤을 추며 비를 기원하는 정자’라는 의미다. 경천대 정상의 바위 사이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출구 쪽으로 나오는 도중에 강가 쪽으로 조금 가면 드라마 <상도(商道)>의 세트장이 있다. 그 후 많은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었다고 한다. 동쪽 방향의 깎아지른 암벽이 인상적이고, 내성천 변의 넓은 모래밭이 환상적이었다. 이것이 다 파헤쳐지고 직선의 보에 썩은 물이 가득 고여 있을 것을 생각하니 참담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우리 팀은 예정보다 늦은 5시 45경 출발했다. 사무총장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서 서상주 인터체인지 부근 우리밀칼국수를 하는 식당을 찾아내 그곳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돼지고기 수육도 주문해서 막걸리 한 잔 하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버스에서 각자의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다. 참여하길 잘 했고, 많은 생각거리와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리고 이원영 교수가 내려올 때 말한 것처럼 이 공사에 대한 책임 추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무력감에 빠지지 말고 힘을 모아 4대강 공사의 중단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고, 또한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부도덕한 토건개발과 야합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음으로써 세계에 귀감을 남겨야한다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을 새기고 돌아왔다.



박노해의 또 다른 시 하나 <봄의 침묵>



봄바람에 귀 기울인다



저기 낙동강 어느 여울가


지금 막 알을 낳은 물고기가


그 알을 지키느라 주위를 맴돌며


살랑이며 물살을 헤치는 소리를



그 강물이 내 몸에 핏줄로 흐르는 소리를


그 여울물 소리가 맥박처럼 뛰면서


힘차고 부드러운 리듬으로 흐르는 소리를



눈을 감고 들어 보라



댐 공사로 으르렁거리는 파괴의 소리를


목 졸린 강들이 바둥치며 죽어가는 소리를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농민들의 피울음을


지금 4대강에 흐르는 미래


소리 없는 죽음의 행진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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