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대응TF][논평] 무능과 변명과 거짓말에 질식된 이태원 참사 청문회

2023-01-09 85

지난 2023. 01. 06. 국회 ‘용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0시 03분부터 22시 45분경까지 장장 12시간에 걸쳐 제2차 청문회를 진행하였다. 이날 청문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ㆍ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ㆍ오세훈 서울특별시장ㆍ박희영 용산구청장ㆍ최재원 용산보건소장 등 중앙부처와 지자체 관계 공무원들을 증인으로 신문하였다.

이 날 출석한 관계자들로서는 국정조사에서 증언하는 사실상 마지막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증언이 사실관계의 본질을 우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었다. 유족들이 청문회 내내 방청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인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참사 대응에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공직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의 증언이 난무하였다. 단 한 명도 도의적 책임을 넘어선 행정책임을 인정하거나 사직함으로써 책임지겠다는 관계자는 없었다. 반면 여당은 신현영 의원의 참사 현장 방문이 부적절하였음을 끊임없이 질의하거나, 야당 위원들의 질의에 관해 증인들을 방어하고 해명 기회를 부여하는 식의 방탄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ㆍ29 이태원 참사’ 대응TF 일동은 참담함을 금치 못하면서, 더욱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논평한다.

 

1. 부적절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과 및 사퇴 거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022. 11. 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사과를 하였으나 유족들이 없었던 자리라는 천준호 위원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유족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또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국제인권기준상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의 기준은 정확한 가해사실의 인정과 책임성 있는 재발방지 약속이어야 하고, 법적 책임의 인정 등 적절한 배상적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2019. 7. 12. 제74차 UN총회 진실ㆍ정의ㆍ배상ㆍ재발방지의 증진을 위한 특별보고관 보고). 이상민 장관의 사과는 이태원 참사에 관한 정부의 책임의 구체적인 인정과 적절한 배상적 조치가 동반되지 아니하였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하고, 국정조사 청문 질의ㆍ응답 과정에서 갑자기 행해졌다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이 날 청문회에서 이상민 장관은 야당 위원들로부터 거듭 책임 추궁과 사퇴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 사의 표명마저 거부하였다. 이상민 장관은 재난ㆍ안전관리 업무를 총괄ㆍ조정하고 이번 참사에 책임있는 기관인 소방ㆍ경찰ㆍ지자체 모두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형사 책임의 성부를 떠나서 행정실패에 관해 지휘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이상민 장관이 경찰국 신설을 추진할 당시 2022. 6. 27.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에도 성수대교 붕괴ㆍ부평공장 폭력 진압 등을 이유로 당시 장관들에게 지휘책임을 물은 사례가 명시되어 있다.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경찰국을 신설하였다면, 이번 참사에서 지휘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도 당연하다.

 

2. 다중 운집 재난에 관한 재난안전법상 행정안전부의 책임

 이 날 청문회에서 이상민 장관은 이번 참사에 관하여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주관기관’이 행정안전부에 해당한다고 최초로 인정하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오후 3차ㆍ4차 질의에서 용혜인ㆍ조응천 위원의 질의에 대해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 주관기관을 행정안전부로 정했다. 정했기 때문에 저희가 중대본을 주관한 것”이라고 증언하였다.

 재난안전법 시행령 [별표 1의 3] ‘재난 및 사고유형별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재난 및 사고의 유형’에는 ‘다중운집으로 인한 사고’ 또는 ‘다중 운집 압사’ 등 이번 참사에 정확히 부합하는 유형이 명시되지 아니하여 논란이 있어왔다. 그런데 위 [별표 1의 3] 비고 1.항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지정되지 않았거나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정부조직법에 따른 관장 사무와 피해 시설의 기능 또는 재난 및 사고 유형 등을 고려하여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참사에 관해서는 행정안전부장관이 결국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이상민 장관의 ‘재난관리주관기관’ 인정 발언은 정부 특히 행정안전부가 이번 참사에 관한 예방ㆍ대응 책임을 자인하였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2022. 12. 27. 개최된 국정조사특위 제2차 기관보고에서 이상민 장관은 조응천 위원이 10ㆍ29 참사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을 질의하자 재난관리주관기관은 따로 정해진 바가 없고, 시행령에 (재난유형별로) 딱 정해져 있다고만 답변하면서 행정안전부가 해당하지 아니함을 거듭 확인하였다(회의록 120면, 첨부파일 참조).

이번 참사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이 행정안전부로 정해지면 행정안전부장관은 적어도 이번 참사에 관해 당연직 중앙사고수습본부장으로서 중수본을 지체없이 설치ㆍ운영하고 서울특별시장을 지휘하여야 한다(재난안전법 제15조의 2). 그런데 이상민 장관은 중수본 본부장으로서 법률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 했다, 제가 조목조목 적어서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증언하였다. 이와 같은 이상민 장관의 해명은 지금까지의 국정조사 경과 및 밝혀진 사실관계에 비추어 최소한의 타당성도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번 참사에서 실제 재난관리주관기관이 행정안전부로 지정된 것이 사실인지, 그렇다면 언제 중수본을 설치해서 법률상 명시된 권한에 근거하여 어떠한 조치를 하였는지가 앞으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3. 이태원 참사에 관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재난안전법상 대응기구의 설치 부재

이 날 제2차 청문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쟁점은, 재난안전법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또는 지역대책본부(지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 기구가 참사 직후 즉각적으로 설치되었어야 하는지와 미설치로 인해 피해가 확대되었는지 여부였다. 정부 측 증인들과 여당 위원들은 마치 긴급구조상황 여부만을 따져서 긴급구조가 우선이라면 재난안전법 제52조 소정의 시ㆍ군ㆍ구 긴급구조통제단장의 재난 현장 지휘ㆍ통제 권한의 행사만으로 이번 참사 대응이 충분하였다고 끊임없이 강변하였다. 이에 대해 이날 오후 정회 당시 유족들은 “(우상호) 위원장님, 도대체 몇 명이 죽어야 중대본이 가동되는 겁니까?”고 항의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상민 장관은 이번 참사 당시 중대본이 조속히 설치될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긴급구조통제단장이 현장에서 다 (지휘)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자신이 책임을 미루거나 그런것이 아니라 우리 법률로 정한 사항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재난안전법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규모 재난, 즉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 정도가 매우 크거나 재난의 영향이 사회적ㆍ경제적으로 광범위한 경우에 그 대응ㆍ복구를 위하여 설치되는 기구이고(재난안전법 제14조 제1항 이하), 수습본부장 및 지역대책본부장을 지휘할 수 있으며, 관계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행정 및 재정상의 조치 등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법률적인 권한 근거가 갖추어져 있다(재난안전법 제15조 제1항ㆍ제3항 등). 반면 재난안전법 제52조의 각급 ‘긴급구조통제단장’은 결국 ‘긴급구조활동’을 지휘할 뿐이고, 긴급구조활동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현장 접근 통제 또는 현장 주변 교통정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현장에서 긴급구조통제단장이 지휘할 수 있는 대상은 긴급구조활동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현장에 투입된 인력 및 지원인력에 불과한데, 이를 두고 마치 경찰ㆍ지자체ㆍ보건복지부ㆍ각급 병원 등 참사 대응에 필요한 유관기관을 모두 지휘할 수 있으므로 중대본 설치가 불필요했다는 것처럼 증언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을 왜곡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더욱이 중대본은 반드시 범정부적 또는 범부처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만 설치하는 것으로 규정된 것도 아니다.

 

4. 참사 당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ㆍ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의 행적 및 조치사항 관련

 이번 제2차 청문회에서는 10ㆍ29 이태원 참사 당일 관계자들의 행적 및 조치사항에 관해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당일 23시 21분경 참사를 인지하고 참사 현장에 도착하는 00시 45분경까지 약 85분 동안 전화통화를 9번 했는데, 직접 전화를 건 경우는 인지한지 30분만에 소방청장 직무대리에 건 1통에 불과하였다. 그마저도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시간대별 조치사항에는 소방청장 직무대리가 장관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서 부정확한 자료 제출 및 참사 대응이 대단히 미흡하였다고 지적받았다. 한편 이상민 장관은 참사 당일 정확한 현장 도착 시간에 관한 진선미 위원의 질의에 대해 ‘익일 01시 05분’이라면서, ‘골목에 차들이 꽉 차있어서 더이상 진입할 수 없어서’ 00시 45분경 인근 대로변에 내려서 약 850m를 걸어 도착했다고 증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확한 하차 위치와 이동 경로는 증언하지 않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참사 당일 23시 21분 및 23시 54분 각각 참사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이 내려지고, 특히 후자는 ‘복지부는 응급의료체계를 신속하게 가동해 DMAT을 파견하고 응급병상 확보를 속히 실시’하라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익일 00시 56분에 이기일 제1차관으로부터 참사에 관해 최초로 보고받은 후 01시 4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인정하였다. 이기일 제1차관은 응급의료 담당도 아니었고, 박민수 제2차관은 23시 57분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받고도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 날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인 2022. 10. 29. 경남 의령군 방문에 대해 공적인 자리가 먼저 약속이 되어 있었고 그 다음에 사적으로 병행해서 시제에 참석하고 왔다고 대답하였다. 또한 이날 20시경에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서 하차한 후 집으로 곧장 향했다가, 22시 51분에 이태원 일대 상인이 보낸 문자에 의해 참사를 인지하고 22시 59분에 현장에 도착하였다고 증언하였다. 나아가 용산구청 보도자료에서 23시부터 개최하였다던 ‘비상대책회의’는 실제 전혀 개최되지 않았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를 두고 “실무진의 실수”라고 증언하였으며, 관계 기관 간 여섯 차례의 상황판단회의 불참은 ‘어떤 식으로든 단 한 차례도 연락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은 당초 현장조사에서의 진술과 달리 용산구청에 23시 45분경 도착한 후, 현장에는 신속대응반원들과 함께 익일 00시 09분경 도착하였고, ‘(현장 진입을 통제하는) 경찰을 만나서 다시 돌아간 적이 없다’고 증언하였으며, “보고서에 시간 기재에 착오가 있었습니다”고 증언하였다.

 이날 사건 관계자들의 현장 행적 및 조치사항에 관한 증언은 현장에서 방청하던 유족들과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우상호 위원장은 박희영 구청장이 보도자료가 실수였다고 발언하자 어떻게 책임자가 실수라고만 하냐고 질타하였다. 참사 두 달여 만에 현장조사 및 기관보고를 거쳐 청문회까지 오고 나서야 각 관계자들의 행적 및 조치사항에 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겨우 바로잡히는 것은, 관계자들이 국회와 국민들을 너무나도 무시하거나 기만하는 작태이다. 이번 참사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영원히 감추어지는 진실은 없음을 명심하고 관련 조사에 응하여야 할 것이다.

 

5. 국정조사에 관한 여당 위원들의 문제

여당 위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비례)이 참사 당일 닥터카를 이용하여 01시 45분경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한 후 15분 가량 머물다가 02시경 보건복지부장관 관용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동한 후 다시 이태원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임인택이 운전하는 중앙의료원 차량을 탑승한 과정을 세세하게 신문하였다. 신현영 의원의 당일 행적으로 인해 참사 수습ㆍ대응에 차질이 발생하였는지는 당연히 질의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날 청문회에서 여당 위원들은 주 질의 및 2-4차 보충질의까지 진행되는 동안 수 차례 신현영 의원 관련 질의를 반복하였다. 동시에 오후 2시경 진행된 국회 본회의 국정조사 기간 연장 안건에 관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기권표를 던지는 초유의 일도 있었다. 여당 위원들은 이번 참사의 발생과 피해 확대에 관해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원인을 조사하는 노력을 다함으로써 진상 규명의 마지막 기회를 허비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6. 결어

 이번 청문회는 10ㆍ29 이태원 참사에 관해 책임있는 관계 기관 및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사실상 마지막 청문회였으나, 참사의 발생 원인 및 구조ㆍ대응에 관한 진상 규명은 극히 부족하였다. 자신의 책임으로 귀속될 수 있는 내용에 관해서는 증인들이 답변을 왜곡하거나 회피하는가 하면, 일전의 부정확한 진술과 제출 자료가 간신히 바로잡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결국 이번 청문회는 참사에 책임있는 관계자들의 무능과 변명과 거짓에 질식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임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이 정당한 책임을 질 때까지 법률 검토와 유족 지원 등 노력을 경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1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

첨부파일

MOTF20230109_논평_무능과 변명과 거짓말에 질식된 이태원 참사 청문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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