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센터][긴급논평]수사·기소권 분리법안, 이대로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2022-04-29 69


[긴급논평]
수사·기소권 분리법안, 이대로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이 정치적 계산에 의해 훼손돼선 안 돼 –

1. 수사·기소권 분리법안이 내일(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이른바 ‘검수완박’의 급물살을 따라 민주당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하, 원안) 제출, 국회의장 중재와 여야 합의, 국민의힘의 합의 번복, 법사위 의결(이하, 법사위안)을 거쳐 본회의 의결(이하, 수정안)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2. 민변 사법센터는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이 개혁의 방향임을 확인하고, 다만 여야의 신중한 논의를 통해 국민께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내일 본회의 의결에 상정될 수정안(진성준 외 31인 발의)의 내용을 보면,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이 정치적 계산에 의해 훼손되고 있고, 이로 인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상당 기간 혼란과 대립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에 긴급히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첫째, 민주당은 애초에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원천 봉쇄하고자 했다. 이는 방향에 있어 전적으로 옳다(민변 사법센터 발행, 4. 22. 자 의견서 참조). 그런데, 국회의장 중재에 의해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했고, 이어 법사위에서 「부패·경제 ’중’」으로 한정되었던 것이 수정안에서는 「부패·경제 ‘등’」으로 다시 변경되었다. 이로 인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대통령령에 의해 무한히 확장될 여지를 남기게 되었다.

둘째, 검찰의 보완 수사와 관련하여, 법사위안이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라고 하였던 것을 수정안은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고 하여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넓혀 놓았고, 다툼의 가능성도 높여놓았다. 결국 별건 수사의 폐해도 여전히 남게 되었다.

셋째, 한국형 에프비아이(FBI) 또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1년 6개월 안에 출범시키고, 이를 통해 검찰의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소리 없이 사라졌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이 언제 실현될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민주당은 정치적 합의를 지키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정치적 합의는 이미 깨어진 상태이다.

넷째, 수사·기소 분리의 구체적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6,000여 명에 달하는 검찰의 직접 수사 인력(검사가 아닌 검찰수사관)의 대폭적인 축소라고 할 것이다. 수정안대로라면 검찰수사관은 검찰청 소속으로 그대로 남게 되고, 검찰의 직접 수사는 언제든지 확대·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3. 결론적으로, 만약 내일 수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이 정치적 계산에 의해 훼손되었다는 엄중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시한을 못 박지 않고 이행 담보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계획은 정쟁을 유발하고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수사-기소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 및 이에 따른 경찰 통제방안 등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2022년 4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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