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수사과정에서의 정보주체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한다.
–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판결에 부쳐
1. 대법원은 지난 목요일(2021. 11. 18.)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제3자에 의한) 정보저장매체 임의제출 압수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하였다. 수사실무에서 임의제출이라는 명목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이루어지던 휴대폰 등 정보저장매체 압수가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위반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대법원이 이를 일정부분 수용한 것이다.
2. 지금까지 하급심 판결들은 엇갈리는 판단을 하였다. (1) 형사소송법 체계상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의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가 적용됨을 전제로 선별압수 원칙과 피압수자등의 절차적 참여권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판결례도 있었고(대전고등법원 2015. 7. 27. 선고 2015노101 판결), (2) 정보저장매체의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전자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복제하는 방식 대신 사생활 정보 및 영업비밀 유출, 업무 중단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저장매체 자체를 임의로 제출하는 방식을 택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 본문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판단도 있으며(서울고등법원 2017. 7. 5. 선고 2017노146 판결), (3)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 제3항은 피압수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력을 행사함으로써 물건을 압수하는 경우에 그 압수 범위를 필요성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로 제한하려는 취지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로 전자정보 일체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한 사건(서울고등법원 2021. 8. 11. 선고 2021노14 판결)도 있었다.
3. 위와 같은 엇갈리는 판결례에 대해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법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영장에 의한 압수에 관한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의 법리(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 제3항도 같은 취지)가 임의제출물 압수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분명히 하였다. 대법원은 “임의제출물의 압수는 압수물에 대한 수사기관의 점유 취득이 제출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범죄혐의를 전제로 한 수사 목적이나 압수의 효력은 영장에 의한 경우와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수사기관은 특정 범죄혐의와 관련하여 전자정보가 수록된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아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경우 그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출력물 등을 임의제출받아 압수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과 탐색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정보저장매체 자체나 복제본을 임의제출받아 압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대법원은 피의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한 정보저장매체(전자정보) 임의제출의 경우에, ①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처분권이 그 제3자에게 있거나 그에 관한 피의자의 동의 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임의제출을 통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적법하게 압수할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는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 한정”되고, ②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견주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4. 헌법 제12조 제3항은 압수·수색에 있어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임의제출물 압수는 이에 대한 예외로 형사소송법 제218조가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의 통제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엄격한 해석과 집행이 요구되어 왔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의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다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참조).
전자정보가 담긴 정보저장매체의 경우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증폭된다. 매체 자체의 소유·관리·보관자와 전자정보의 소유·사용·관리의 주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전자정보의 매체독립성). 정보저장매체에 담긴 전자정보가 자기 소유·관리가 아니고 어떠한 내용이 저장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제3자로서는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에 아무런 부담이 없지만, 정보주체로서는 엄청난 기본권 침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보주체인 피의자(실질적 피압수자)가 아닌 임의제출자라고 하는 제3자(형식적 피압수자)에 대한 참여권만 보장하고(대부분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참여권을 포기한다), 압수·수색의 범위도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전자정보에 대한 수색·복제·분석·출력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러한 행위는 모두 적법한 증거수집행위로 인정받기 어렵게 되었다.
지금의 전자정보는 개인의 인격권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에 수사기관에 의한 무제한적이고 광범위한 전자정보 압수는 제한되어야 함이 현대정보화사회의 기본적인 요청이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임의제출의 경우에도 선별압수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형식적 피압수자(임의제출자)와 실질적 피압수자(피의자) 모두에게 참여권 보장 및 압수목록(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 의무 등을 인정함으로써, 수사기관이 그 동안 임의성이라는 형식을 빌어 정보주체의 인권을 위협해 온 실무적 관행이 위법하다는 것을 천명한 것에 규범적 의의가 있다.
5. 앞으로도 수사과정에서의 정보주체의 권리보장을 위해, ㉠ 전자정보에 대한 필요적 수색영장 발부 제도 도입, ㉡ 선별압수 원칙의 예외 사유에 대한 구체화·엄격화, ㉢ 압수 후 정보주체에 대한 통지의무(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 제4항) 위반에 대한 제재, ㉣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 폐기 또는 반환의무 강제와 불이행시의 책임 등의 쟁점에 관한 적극적인 입법론과 해석론의 전개가 필요하다.
2021년 11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