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회와 정부는 익명출산제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임신-출산-양육 위기에 대한 공적 지원 제도를 마련하라.

2021-06-21 86

[성명]

국회와 정부는 익명출산제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임신-출산-양육 위기에 대한

공적 지원 제도를 마련하라.

우리 모임은 2020. 11. 25. 정부의 익명출산제(보호출산제라고도 불리나, 이하 “익명출산제”라고 한다) 도입 방침에 대하여,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 및 ‘태어난 가정에서 양육될 권리’를 침해하는 익명출산제 도입은 UN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명백하게 무시하는 것이며, 모든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초가 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하고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공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시민 사회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해 진전된 대책을 지금까지 전혀 내놓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국회에서는 보호출산제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2020. 12. 1. 김미애의원이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김미애의원안’)을 대표발의하였고, 2021. 5. 26. 조오섭의원이 「위기임산부 및 아동 보호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조오섭의원안’)을 대표발의하였다. 우리 모임은 이처럼 아동과 임산부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실제로는 그들의 인권을 경시하는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아동이 자신의 친부모를 알 권리는 아동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입양아동 등 출생등록이 되지 못한 아동들이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출생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이를 알기 위해 노력했지만 좌절에 이른 이야기를 숱하게 목격했다. 아동의 뿌리를 알 권리는 다른 권리와 형량할 대상이 아니며, 임신부터 익명출산, 입양에 이르는 절차에서 아동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동의 권리가 더욱 두텁게 보호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미애의원안’(제15조)과 ‘조오섭의원안’(제15, 16조, 25, 26조)은 국가가 지원하는 주대상을 보호출산을 원하는 임산부로 한정하여 보호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임산부에 대한 지원은 체계적이지 않고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입양특례법」에서 ‘입양숙려제’를 통해 친생부모가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제도적 취지까지 잠탈하여 오히려 원가정 양육포기와 입양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김미애의원안’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거나 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익명출산으로 태어난 자는 친생부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조오섭의원안’에서는 출생기록 공개시 친생부모의 개인정보는 비식별화하도록 규정해놓고, 친생부모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교부받기 위해서는 법원행정처에 신청해야 하고, 법원행정처가 친생부모의 사생활의 권리 등을 고려하여 교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입양특례법」에서 성인이 아닌 아동이 양친의 동의를 받아 입양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제36조 제1항),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제36조 제3항)과 비교할 때 매우 후퇴한 것이다.

위 두 법안이 UN아동권리위원회가 지속적으로 강조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UN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아동권리협약 제 7조에 따라 모든 아동이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지와 관계없이 출생 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또한 출생 등록 시 아동의 생물학적 부모가 정확하게 명시되도록 보장하고 이를 확인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라고 권고한 바 있다. 위원회는 또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면서 익명으로 아동 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하고, 익명출산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을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최후의 수단’이란, 아동 유기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도입한 이후, 즉 베이비박스의 전면 폐지 및 금지, 위기임신 출산에 대한 국가의 충분한 지원, 협약에 명시된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의 도입 및 정착 등이 모두 고려된 후를 의미한다. 이 모든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와 같이 무작정 도입하는 익명출산제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우리 모임은 이처럼 아동인권을 침해하며 기존 법체계와도 맞지 않는 익명출산제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위기임산부에 대한 지원 및 아동보호체계 공백 해소를 위한 제도 마련을 우선적으로 고민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게 강력하게 촉구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부모의 지위나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출생등록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출생통보 및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가 선행되어야 하며, 위기임산부에 대한 서비스, 양육지원체계, 진정으로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보호체계 등이 뒷받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동인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아동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차별없이 출생등록될 권리를 누리고, 이러한 아동이 모두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좀더 체계적이고 깊이있는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1년 6월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첨부파일

[민변][성명] 국회와 정부는 익명출산제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임신-출산-양육 위기에 대한 공적 지원 제도를 마련하라_21062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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