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 보도자료] 법무부의 교정시설 도서반입 제한 지침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시행 중지 권고에 관한 논평

2020-11-04 63

[공동 보도자료]

법무부의 교정시설 도서반입 제한 지침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시행 중지 권고에 관한 논평

교정시설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가로막고 있는 법무부 지침에 대해 지난 8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 중지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11일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우송·차입 방식의 도서 반입을 불허하고 수용자가 영치금으로 직접 도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아래 ‘법무부 지침’)을 전면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종전과는 달리 외부에서 우송·차입에 의한 도서는 반입이 불허되어 중고서적이나 절판된 도서, 단체 발간자료 등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도서에 대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으며, 도서 구매비의 증가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도서가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등 수용자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 등이 침해되고 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환영하며 법무부가 권고를 즉시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대표자 채만수)는 2019년 11월 매월 발간하는 기관지 『정세와 노동 2019년 11월호』와 이론지 『노동사회과학 제12호 자본주의 위기격화와 계급투쟁』을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항의해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시위를 벌이다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김아무개 씨 등 3명에게 우송했으나 소측이 반송했다. 이후 서울구치소 교도관은 연구소로 전화를 걸어 법무부 지침 실시로 도서 우송을 허가할 수 없으니 앞으로는 우편으로 도서를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는 교정시설에 수용된 양심수들에게 위 도서를 우송해왔는데 법무부 지침 실시 이전에는 한 번도 반송되지 않았다. 구속노동자후원회도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종교서적인 『해방자 예수』(혼 소브리노 지음, 김근수 옮김, 메디치미디어, 2015)를, 2020년 2월에는 건강정보서적인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 1』(이범 지음, 백산서당, 2015)을 김씨 등 3명에게 우송했으나 소측이 반송했다. 이에 2020년 3월 김씨 등 3명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결정에서 “수용자의 자유롭고 폭넓은 도서 열람은 수용 목적인 교정·교화에 도움을 주어 그 자체로 교정기관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본질적으로 공익에 해가 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바, 원칙적으로 이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형집행법의 입법목적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형집행법 제27조는 금품 교부 신청이 있으면 소장은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불허 사유가 없는 한 소장의 허가를 의무로 하고 자의적 불허는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형집행법 제47조 제2항은 소장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은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뚜렷이 해치는 등 반국가적·반사회적·반윤리적인 내용의 유해한 간행물로서…간행물윤리위원회가…심의·결정한 것”을 말하는데, 이를 제외하고는 소장이 자의적으로 구독을 불허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법무부 지침은 법률의 위임도 없이 법무부 차원의 지침으로 수용자의 알권리를 제한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국가인권위도 “도서 교부를 받을 권리를 보호하는 객관적인 입법 의사를 고려할 때, 불허 사유가 있는지는 각 교부 신청 시마다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그 입증 책임 역시 불허 처분을 하는 교정기관에 있다”며 법무부 지침에 대해 “원칙과 예외를 반대로 적용하여…법령에서 예정하지 않은 사유로 구체적인 판단 없이 도서 반입을 제한하는 처분”, “수용자가 도서를 소지하고, 외부로부터 자유로이 구독, 교부받을 수 있도록 보호한 객관적인 입법 의사에 반하는 업무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침의 추진 배경으로 금지물품의 우송·차입 방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2019년 11월 김도읍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수감자의 교도소 내 반입금지물품 반입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 건수 194건의 반입 경로는 △수용자 은닉(52건) △외부인 반입(38건) △교도관 반입(10건) 등으로, 그 반입 경로가 다양하고 명확하지 않다. 법무부 지침은 극소수 금지물품 반입 사례를 이유로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에서 우송·차입도서의 반입을 전면적으로 불허하겠다는 것으로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인 발상이자 수용자의 재사회화에 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전국 교정기관의 1일 평균 수용인원(2017년 기준)이 57,298명인데 반해 5년간 도서 및 서신 관련 부정물품 반입 적발 사례가 37건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송·차입 도서의 반입을 일반적으로 금지하여야만 할 정도로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률도서·종교서적은 예외적으로 우송·차입을 허가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주장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종교도서에 대한 반입 제한 사례가 확인되는 등 담당 교도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도서 교부가 제한되는 사례도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지침에 대해 지난해 12월 제기된 행정소송이 현재 1심에 계류되어 있다. 그동안 수용자가 자비부담으로 도서를 구입해 읽을 수 있도록 열람을 허가하고 독서를 권장하는 등 한국의 교정행정은 사회와의 단절과 범죄 악습의 감염 등 수용생활의 폐해를 방지하고 형집행의 궁극적인 목적인 재사회화를 위해 수용자의 알권리, 학습권, 도서접근권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법무부 지침으로 인해 △영치금이 없거나 적은 수용자가 외부로부터 도서를 선물 받을 길이 사라졌고 △중고 도서를 민원실 차입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금지되어 수용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교도소 내 도서관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법무부 지침은 영치금이 있는 수용자만 도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영치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차별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이유이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여 지침을 당장 철회하라.

 

2020년 11월 4일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사단법인 두루,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

첨부파일

Title_hp.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