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공동성명]학생인권을 보장해야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2022-11-28 98

학생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2022년 11월 24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11월 23일 국회교육위원회소위원회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조항을 신설하고,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는 조항을 신설하는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이 여야합의로 통과하였다. 이는 2022년 8월 18일 이태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법 개정안과 2022년 9월 5일 강득구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법 개정안을 절충한 것이다.

기존에 학교의 장에게만 인정하였던 학생지도권한을 교원에게도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고 명시하여 생활지도권을 부여하는 것은 강득구의원안을 반영하고, 기존에 동법 제18조의 4 (학생의 인권보장) 의 제2항으로 ‘학생은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고 하여 학생의 인권침해금지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이태규의원안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는 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학생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포기하고, 학생인권이 침해될 소지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위 개정안에서 교원에게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최근 학생, 학부모의 교권 침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교의 장이 아닌 교원에게 학생 지도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하여는 신중한 논의가 더 필요함에도, 위 개정안이 발의될 때까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고려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을 금할 수 없다. 또한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위 개정안의 내용은 헌법과 UN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되는 내용의 학칙으로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현실을 고려할 때 그 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 학칙에 대한 제도적 통제 수단이 현재 전무한 상태에서 학칙에 따른 지도 권한을 교원에게 부여할 경우, 부당하게 학생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고, 그에 따른 학생과 교원의 갈등도 더욱 커질 수 있으며,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교원의 생활지도가 아동학대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주민의원이 2021년 11월 3일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이른바 학생인권법안) 의 ‘학칙의 내용이 헌법과 국제인권조약, 명시된 학생인권을 침해하거나 기타 법령 및 조례를 위반하는 경우 관할청인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이 학칙변경을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함께 신설되는 등 심도있는 논의와 법적인 검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위 개정안에서 학생이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조문을 신설한 것(동법 제18조의4 제2항)은 학생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 매우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독소 조항이 될 우려가 크다.

동법 제18조의 4 (학생의 인권보장)조항은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으로 이는 1991년 대한민국이 UN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후 2007년에 신설된 조항이다. 동 조항은 학생들에게 어떤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학생의 인권보장을 규정하여 인권보장을 위한 선순환을 도모함으로써 학생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충분히 존중되고 실현되는 교육현장 조성을 위한 교육공동체 모두의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동 조항에 의하여 학생의 인권만이 보장되고 학생은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으로 헌법과 아동권리협약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교직원 등 타인의 인권침해금지규정을 동조 제2항으로 부가한 것은 학생들의 권리 침해 행위가 유독 심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의 교권침해사례뿐 만 아니라 교직원에 의한 학생인권침해나 학부모의 교직원에 대한 교권침해사례들도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한국교총이 발표한 2021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활동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의 교권침해보다 교직원 상호간 그리고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권침해의 실상과 원인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 위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학생들의 다양한 행위를 일방적으로 억압하고 통제하는 법적 근거로 활용될 소지가 크다. 그리고 이른바 교권은 교사의 인권보다는 교사의 직무권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UN아동권리협약비준의 의미마저 퇴색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이번 개정안은 최근 서울특별시와 충청남도의 학생인권조례폐지 주민발의안의 심의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이서울시의회와 충청남도의회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기 위한 주민발의 절차에 착수했고, 2023년에 각 의회에서 심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위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그 입법 취지와는 상관없이 학생인권조례가 「초․중등교육법」에 반한다는 내용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부 학생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하여 교육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은 채 위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학생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초․중등교육법」 이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초․중등교육법」개정이 학생인권조례폐지의 징검다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11월 23일 국회교육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된 위 개정안은 11월 28일 국회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의될 예정인데, 그동안의 국회 관례에 비추어볼 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법적인 보완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교원에게 학생 지도권을 부여하고, 학생에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이루어졌던 학생인권 보장의 확대라는 흐름을 크게 거스르는 것이다. 우리는 「초․중등교육법」 역사의 오점이 될 이번 개정안의 통과를 단호하게 반대한다.

 

2022. 11. 28.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교육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반대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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